공모채 막힌 삼척블루파워, 단기물 조달 재차 추진 ESG 역행 인식 극복 어려워…지난 9월 CP로 1500억 마련
강철 기자공개 2021-11-18 13:13:47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7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척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삼척블루파워가 지난 9월에 이어 단기물 발행을 다시 추진한다. ESG에 역행하는 업종이라는 인식이 투자자 사이에서 자리잡은 탓에 공모채 발행은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현재 기업어음(CP) 또는 전자단기사채(STB)를 발행해 일정 수준의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예산팀 실무진은 최근 DCM에 정통한 몇몇 국내 증권사와 조달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석탄 화력 발전이 대표적인 '반ESG' 업종으로 낙인이 찍히면서 삼척블루파워가 지난해부터 자금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모를 통한 장기물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단기물 시장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척블루파워는 KDB한국인프라자산운용, 포스코에너지, 포스코건설, 두산중공업이 주요 주주로 있는 화력발전소 운영사다. 2018년 8월부터 강원도 삼척시 적노동 일대에 총 2100MW 규모의 발전 시설을 짓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발전소의 종합 공정률은 약 54%다. 2023년 10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한 후 2024년 4월부터 상업 생산을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종합 공정률 7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척블루파워는 2018년 8월 발전소 착공 후 건립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AA 신용등급을 앞세워 지난 3년간 3~4차례에 걸쳐 공모채를 발행했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조달한 누적 자금만 약 3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환경단체와 몇몇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발전소 건립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본격 제기하면서 조달 환경이 극도로 나빠졌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회사채 시장의 주요 기관은 '반ESG' 꼬리표가 붙은 삼척블루파워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했다.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도 투자를 주저했다.
이러한 투자 심리 악화는 지난 6월 공모채 수요예측 참패로 이어졌다. 1000억원 모집을 목표로 3년물의 매입 의사를 타진했으나 1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100bp라는 파격적인 가산금리 메리트를 제시했으나 돌아선 투심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척블루파워는 공모채 발행이 더는 어렵다고 보고 단기물로 조달 전략을 선회했다. 지난 9월 1년 만기 CP를 3.2% 금리로 발행해 1500억원을 조달했다. 반ESG라는 인식이 여전한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단기물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탈석탄, 온실가스 감축 등 정부의 정책을 감안해야 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삼척블루파워에 투자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크레딧 시장도 침체된 상황이라 향후 단기물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척블루파워는 탄소중립 트렌드와 ESG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GS동해전력과 컨소시엄을 맺고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이 주관하는 민간발전소 대상 암모니아 혼소발전 적용 방안 연구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 향후 3년간 총1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암모니아 혼소발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와 다른 화합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 방식이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맞춰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외 여러 연구 기관이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삼척블루파워와 GS동해전력은 2024년 3월 암모니아 혼소발전 실용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국전력공사와 R&D 진행 상황을 꾸준하게 공유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암모니아 혼소발전이 기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기저발전'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 관계자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계획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 등으로 석탄 화력에 이슈가 집중되고 있다"며 "암모니아 혼소발전 기술이 미래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축을 담당하며 기저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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