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3.0 리뉴얼]“IB·ESG 등 성장동력 발굴, 신전략자산 확대”⑥최성재 IBK기업은행 글로벌·자금시장그룹장
김규희 기자공개 2021-11-24 08:00:06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난 '코로나19' 사태로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 시작됐다. 금융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언택트' 업무 정착에 주력했다. 올해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리뉴얼'에 힘을 쏟은 시기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은 1년 동안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또 어떤 전략을 준비 중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8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선봉장은 글로벌·자금시장그룹이다. 60년간 축적된 경험과 저력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진출한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해외 현지 국가에 최적화된 경영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자산관리 및 투자금융(IB) 등으로 영업영역을 확장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도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비대면 금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지점을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디지털화)하고 ESG산업, 물류인프라 등 미래성장산업에 대한 투융자 업무도 강화하고 있다.
◇ 해외 중기지원 역할 충실, 아시아금융벨트 구축 이어 동유럽 ‘주목’
기업은행의 해외사업은 다른 국내은행과 비교해 작지만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 금융지원이라는 설립 목적에 따라 주로 국내 수출기업들이 진출한 지역에 자리잡고 기업대출 등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잦았던 중국과 베트남 지역에 포커스를 맞췄다. 중국에는 16개의 분지행을 포함한 현지법인을, 베트남에는 호치민과 하노이에 2개의 지점을 두고 현지진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펼쳤다.
하지만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함께 포커스는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신흥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에는 GVC(Global Value Chain) 재편도 동남아국가 등으로 다양화 되고 있는 추세다.
기업은행은 이에 발맞춰 최근 동아시아금융벨트 구축을 완료했다. 2008년 베트남 호치민지점 개설을 시작으로 2009년 중국법인 설립, 2013년 베트남 하노이, 2015년 인도 뉴델리, 필리핀 마닐라, 2018년 캄보디아 프놈펜 지점 개설을 거쳐 2019년 인도네시아법인, 올해 미얀마 법인 설립을 통해 IBK아시아금융벨트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최성재 글로벌·자금시장그룹장(사진)은 동남아 지역을 기업은행의 해외사업을 이끌어갈 신흥시장으로 꼽았다. 그는 “인구 등 내수시장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고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로 많이 진출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지역의 성장잠재력이 높다”고 말했다.
최 부행장은 눈을 돌려 동유럽 쪽도 바라보고 있다. 최근 유럽은 디젤과 가솔린을 대체한 전기차가 대세로 떠올랐다. EU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 등 영향으로 국내 전기차 배터리 투자 및 관련 협력사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동유럽 지역 역시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국외점포 디지털역량 강화…IB금융·ESG산업 투자해 포트폴리오 재편
최 부행장의 최대 고민은 해외지점의 디지털 전환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비대면 금융 수요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신남방국가는 인구 평균연령이 20대 후반으로 상당히 젊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곳이어서 디지털 기반 비즈니스모델 구상에 고심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 등 주요 신흥국은 낮은 금융 접근성 대비 높은 모바일기기 보급률을 바탕으로 기존 은행산업의 발전단계를 건너뛰고 있다”며 “이에 디지털 채널 강화를 통해 해외진출 고객의 접근성·편의성을 제고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업무프로세스 자동화 및 생산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글로벌사업 디지털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먼저 ‘Digital full banking service’ 환경을 구축해 해외에서도 국내에서와 같은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어 현지 디지털 기관 및 플랫폼사 등과의 협력·제휴사업을 통해 사업 확장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끝으로 클라우드, OPEN API, RPA 등 디지털 전환 인프라 기반을 구축해 사업추진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2019년 새로 개발한 국외전산시스템(IBKGS)을 기반으로 국외점포의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등 글로벌 디지털 채널 기능강화를 추진 중이다.
미래수익 확보를 위해 IB금융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글로벌사업에서 포트폴리오 균형을 중시하고 있는데 사업모델을 전통적 상업은행과 IB사업으로 나눠 추진 중이다.
최 부행장은 “해외진출 중기 지원이라는 정책적 역할과 글로벌시장 개척을 통한 은행의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글로벌사업 미션을 기준으로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고수익을 내왔던 홍콩·런던지점의 역할 강화와 함께 뉴욕지점의 미국 현지 IB 거래를 추진한다. 뉴욕 내 IB금융기관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우량딜을 발굴하고자 한다. 런던, 뉴욕지점 등은 코로나 상황도 일상회복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어 IB사업 등 영업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른 ESG산업과 물류인프라 등 미래성장산업에 대한 투융자 업무 강화를 통한 신전략자산 확대에도 중점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최 부행장은 “기존 일반 대출영업과 함께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유가증권투자 등 기회가 있을 때 ESG채권 편입을 장려하고 사회공헌, 지속가능경영 등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리인상 움직임에도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이달 추가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도 테이퍼링 및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건전성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최 부행장은 “글로벌 금리인상이 시작될 경우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일어나는 등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유동성 축소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지기업 실태조사 강화 등으로 선제적 건전성 강화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 2025년 순익 1500억원 달성, 해외사업 비중 10% 목표
기업은행은 글로벌사업 부문에서 2025년에 15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순이익이 600억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900억원 수준으로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 보급 등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상당 수준 개선된 영향으로 2022년부터는 코로나19 이전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기간 수출기업들의 체질이 더 건강해진 점도 실적 상승을 기대하는 요인이다. 국내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한계기업이 유지될 수 있었지만 해외 진출 기업은 그렇지 않다는 게 기업은행 판단이다. 한국에서 튼튼한 기초체력을 다진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있는 만큼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실적이 개선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은행 영업이익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최 부행장은 “국내 대출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비율을 목표치로 잡기 어려워졌지만 그럼에도 목표는 가지고 가야한다”며 “2025년까지 15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 10%의 비중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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