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1월 22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에 드리웠던 지배구조 리스크가 완전히 걷혔다.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인 그룹의 비전 달성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구축된 지배구조도 한층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을 연임하고 무한한 지지를 보낸 이사회의 신뢰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는 22일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기소된 조 회장 등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7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조 회장과 신한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해 2013년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채용 과정에서 업무방해와 증거인멸,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했다.

조 회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즉각 항소했다. 이후 1년 10개월여에 걸쳐 검찰과 조 회장 측간 공방이 펼쳐졌다. 이번 2심 재판부의 판결로 사실상 조 회장은 혐의를 모두 벗어났다.


이번 판결로 조 회장과 신한금융지주 모두 지배구조 리스크를 벗어 던진 만큼 경영활동에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조 회장이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한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 달성을 위해 보폭을 더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조 회장은 지난 9월 1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그룹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그룹의 새로운 비전인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을 선포했다. 신한금융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보다 고객 관점의 가치를 담은 비전을 만들기 위해 그룹 '비전 리부트(Vision RE:BOOT)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에는 고객이 금융에 바라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가치 편리성, 안전성, 혁신성을 모두 담았다. 특히 '더'라는 표현에는 고객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함께 신한만의 차별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일류신한’이 고객에 일류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이다.

더불어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에도 안정감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리스크를 안고 조 회장의 2연임을 지지한 이사회에 화답하듯 조 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조 회장을 비롯한 이사회 구성원들 간 신뢰가 한층 더 돈독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2019년 12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과정에서부터 안팎의 우려를 샀다. 당시 채용비리 재판을 앞두고 있던 조 회장의 연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높았다. 중도에 회장직 수행이 어려울 수 있는 조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불가하다는 의견도 팽배했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조 회장을 연임시키며 무한신뢰를 보냈다. 회장 선임절차를 예년보다 한달여 앞당겨 실시했다. 사실상 조 회장 연임을 위해 1심 판결 전 회장 선임을 마무리 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됐었다.

당시 일각에선 신한금융 이사회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있다는 비판까지 나왔었다. 실제 당시에는 조 회장이 1심 재판에서 구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었다. 구속된다면 회장직 수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회장 등 최고 경영진 인사를 다시 한다는 것은 사실상 그동안 추진하던 사업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통상 은행권은 CEO 교체 시기에 맞춰 사업 방향과 비전 등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 등을 발굴한다. 이에 따라 CEO 연임은 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통한다.

이런 차원에서 자칫 중도 하차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한다는 것은 대규모 리스크를 떠안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다. 특히 재판 등 대내외 적으로 크게 이슈화 될 수 있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선임하는 것 자체가 은행 경영환경에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한금융 이사회는 모험을 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까지 조 회장의 연임을 지지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이사회의 정공법이 결국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낸 만큼 이사회 내 결속력이 강화되면서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도 지배구조 리스크를 걷어낸 것이고, 당시 조 회장의 연임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사외이사들로서도 리스크 테이킹에 성공한 것”이라며 “금융지주사 특성상 회장과 이사회 사이의 관계가 지배구조 안정화에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신한금융은 한층 더 경영 안정성이 확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조 회장 재판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신한금융그룹 주요 CEO들 및 임원들이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조 회장의 재판 결과를 초초하게 기다리던 이들은 판사가 2심을 확정하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