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임원인사 미리보기]우리은행, 그룹 차원 '새 판 짜기' 변수될까지난해 과감한 조직 슬림화, CEO 인사 맞물려 폭 커질 가능성
이장준 기자공개 2021-12-02 09:21:28
[편집자주]
인사가 만사다. 알맞은 자리에 알맞은 인물을 기용해야만 기업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그중에서도 임원인사는 이맘때쯤이면 가장 뜨거운 이슈다. 국내 주요 금융사들도 2022년 새해를 앞두고 신년 인사 준비에 한창이다. 각기 처한 현실이 다른 만큼 어떤 방향성을 갖고 인사에 임할 것인지가 그만큼 관심이다. 주요 금융사들이 이번 인사를 두고서는 과연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을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1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굵직한 주요 사업그룹을 통합하는 실험을 펼쳤다. 임원 자리까지 줄이는 과감한 조직 슬림화 끝에 경영 효율성을 개선했다. 올해 성과도 크게 개선한 만큼 평년 같았다면 연달아 임원 인사를 크게 낼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다만 우리금융그룹이 20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요 자회사 CEO를 비롯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임원 인사를 내년으로 미루는 것도 이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인사 폭이 커질지 주목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임원 인사는 내년 초에 단행할 예정이다. 본부장 이하 인사만 올해 마치고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 우리금융 주요 자회사 CEO, 우리지주와 우리은행 임원 인사를 일괄적으로 실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은행의 임원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임기를 부여받은 권광석 행장을 포함해 총 21명이다. 그중 집행부행장 5명, 집행부행장보 10명의 임기가 다음달 17일 종료된다. 이들의 임기는 정기 인사가 나기 전 잠정적으로 연장될 예정이다.
이들보다 임기가 짧았던 조병규 경영기획그룹 부행장(CFO·CSO)과 전상욱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보(CRO)는 최근 재선임돼 임기가 각각 내년과 2023년 12월까지 늘어났다.
경영기획그룹장을 맡다 준법감시인과 자리를 바꾼 김정록 부행장보 역시 내년 말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작년 말 처음 임원진에 이름을 올린 이문석(IB그룹)·정연기(자산관리그룹)·김응철(글로벌그룹) 부행장보 역시 2년 임기를 받았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은 개인그룹과 기관그룹을 하나로 합친 '개인/기관그룹'을, 기업그룹과 중소기업그룹, 외환그룹을 '기업그룹'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DLF 사태 이후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뼈를 깎았다.
임원 자리도 자연스레 쪼그라들었다. 인사 전 우리은행에는 부행장부터 상무직까지 임원은 총 23명이었는데 상무직이 사라지고 부행장·부행장보는 20명이 됐다.
당시 부행장 중에서는 박화재 여신지원그룹장이 유일하게 보임했다. 아울러 김성종(IT그룹)·황규목(브랜드ESG그룹)·조병규(경영기획그룹)·이중호(금융소비자보호그룹) 등 4명이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부행장보 승진 인사도 12명으로 눈에 띄게 많았다. 상무 자리가 없어지면서 고속 승진한 케이스도 늘었기 때문이다. 김호정(부동산금융단)·고정현(정보보호그룹·CISO)·김정록(준법감시인) 등 3명의 부행장보도 보임했다.
현재 임원 중에서는 박화재 부행장이 가장 오래 자리를 지켰다. 2017년 말 상무 선임을 시작으로 지난해 초 부행장으로 승진해 올해로 임원 4년차를 맞았다. 1961년생으로 지주와 은행을 통틀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1959년생)을 제외하면 최고참이다. 이번 인사에서 우리금융 자회사 CEO로 이동할 수도 있으나 자리가 많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이중호·김성종·조병규 부행장, 고정현·김호정·황원철 부행장보 등 6명도 2018년 말 상무로 임원진에 합류해 올해로 3년을 채웠다. 은행권에서 임원의 임기를 통상 '2+1년' 부여하는 걸 고려하면 이들 역시 지주 등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 황 부행장보의 경우 이미 지주에서 디지털추진단 전무를 겸하고 있어 예외다.
지난해 인사 및 조직개편 폭이 컸고 올 들어 우리은행 실적이 살아난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재선임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우리은행은 올 3분기 2조588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1조6600억원에 비해 55.9% 늘어난 수치다. 1년 전과 비교해 순이익도 70.9% 증가한 1조993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올해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새롭게 판을 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리은행, 우리종금,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자산신탁 등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CEO는 물론 우리지주와 우리은행 임원진 인사가 지연된 것도 이 때문이란 시각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경우 지난해 초 처음 선임돼 임기 1년을 부여받았다. 올 초 연임에 성공해 1년 더 조직을 이끌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탁월한 역량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 2년간 우리은행이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영업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다만 추후에는 자회사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디지털 혁신 등 새로운 미션에 최적화된 인사를 내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더욱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최근 DLF 행정소송 1심에서 금융감독원에 승소하며 지배구조에 힘이 더 실린 만큼 완전한 '친정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신임 행장과 손 회장이 호흡을 맞춰 임원진도 재편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자회사 CEO와 임원 인사가 내년으로 밀리면서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받은 은행장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 검사가 주된 명분이지만 다른 복안이 담겨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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