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02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척블루파워가 단기물 조달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최근 몇몇 국내 증권사를 접촉하며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논의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삼척블루파워는 AA 신용등급을 보유한 우량 발행사다. 2019년부터 6개월 단위로 공모채를 찍는 정기 이슈어(issuer)다. 그런데도 단기물 시장을 배회하는 모습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단기물은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석탄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삼척블루파워는 지난해 '반(反)ESG' 기업으로 낙인이 찍혔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의식해야 하는 회사채 시장의 큰손들은 '반ESG' 꼬리표가 붙은 이 발행사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제약이 덜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도 매입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악조건을 감수하고 공모채 시장을 찾은 지난 6월의 결과는 참담했다. 1000억원 조달을 목표로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1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직접 마주한 경영진은 이후 단기물로 조달 전략을 선회했다.
삼척블루파워는 정부의 6차 전력 수급 계획에 맞춰 2013년 사업 허가를 받은 석탄 화력발전소 운영사다. 8차 수급 계획이 정해진 2018년 8월부터 강원도 삼척시 적노동 일대에 2100MW 규모의 발전 시설을 짓고 있다.
경영진은 착공에 맞춰 총 5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 플랜을 본격 실행했다. 자본금 출자, 금융권 차입, 회사채 발행의 3개 축으로 나눴다. 전체 재원의 20%에 해당하는 1조원을 회사채 발행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반ESG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년 말부터 회사채 발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 경색된 현금흐름은 발전소 건립 공정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공정률은 53.8%인데 이는 전체 계획 대비 10%가량 뒤처진 수치다.
시장은 ESG가 삼척블루파워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가로막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있다. ESG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평가 기준이 아직은 모호한 상황에서 단지 석탄 발전을 한다는 이유로 조달 상의 불이익을 주는 단체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 기간 산업을 담당하는 기업에 대한 엄격한 ESG 적용은 사회안전망 유지 측면에서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척블루파워는 최근 친환경 암모니아 혼소발전 연구를 시작했다. 아울러 탄소중립 트렌드에 대응하는 한편 ESG를 적극 실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갑작스러운 암모니아 혼소발전 연구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자금 조달의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보여주기'식 행보라 치부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석탄 발전 사업자가 본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대체재 개발에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작금의 역설과 비합리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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