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관 돋보기/한국무역보험공사]정권 교체기인데…'산자부 차관급' 수장 흐름 이어갈까②"올 사람 없다" 안팎 평가, 내부서 승진 인사 가능성 거론
이장준 기자공개 2021-12-08 15:19:54
[편집자주]
'대한민국 무역 성장의 원동력, 해외 시장 개척의 든든한 파트너.'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가 내걸고 있는 기치다. 30년간 수출입기업과 금융사를 지원하고 기금을 운용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다만 여전히 대기업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아쉬움도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6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K-SURE)는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산하의 무역투자보험기관이다. 이 때문에 역대 사장들 이력을 살펴보면 산자부나 그 전신 기관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많다. 별도 기관으로 독립하기 전 소속인 한국수출입은행 출신으로 내부에서 승진한 케이스도 적지 않다.최근에는 산자부 차관급 인사들이 주로 선임되는 흐름을 보여줬다. 무보는 기본적으로 사장에게 3년의 임기를 보장하나 그동안 정권 교체기에 맞물려 함께 바뀌는 경우도 많았다. 내년 새 정권 출범에 맞춰 산자부 차관급 인사를 수장으로 삼을지 내부 출신 인사가 승진할지 주목된다.
◇역대 사장 커리어 '산자부' vs '내부 출신'
정관에 따르면 무보는 임원으로 사장 1명을 포함해 11인 이내의 이사와 감사를 두게 돼 있다.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이들 가운데 1명을 산자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3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대다수 역대 사장들은 산자부 혹은 그 전신의 일원이었다. 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역 및 통상 업무를 전담하는 부처로 옛 상공부에 뿌리를 두고 상공자원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 등 명칭과 역할이 조금씩 달라졌다. 2013년 지식경제부에 통상교섭 및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업무를 추가하며 현재 조직 형태로 바뀌었다.
이동훈 초대 수출보험공사(수보) 사장은 옛 상공부 출신으로 대통령 경제비서실에 몸담았다 1992년부터 1993년까지 수보 사장을 맡고 다시 상공부 차관으로 돌아갔다. 김태준(2대)·조환익(6대)·김영학(9대) 사장 역시 상공부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유창무(7대)는 그 후신인 상공자원부, 문재도(10대)·이인호(11대) 사장은 산업자원부에 몸담았다.
한국수출입은행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들도 눈에 띈다. 무보의 전신인 수보가 만들어지기 전 수출입은행이 수출보험 업무를 관장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부사장에서 사장이 된 만큼 내부 승진으로 보는 편이 맞다.
임태진(4대) 사장은 상공부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으나 수출보험공사(수보) 설립위원으로 참여한 이후로 줄곧 조직에 몸담았다. 김송웅(5대) 사장의 경우 국내에서 처음 수출보험 업무를 맡았던 대한재보험공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대행기관 변경과 함께 수출입은행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수보 출범 이후 LA사무소장을 맡다 총무부장, 이사, 부사장을 거쳐 사장이 됐다.
조계륭(8대) 사장도 수출입은행에 입행해 수보 설립준비위원회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무역사업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무보 부사장을 지낸 후 승진에 성공했다. 약 7개월간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강병태 전 부사장도 수출입은행 출신 인사로 수보 시절부터 줄곧 함께한 내부 인사다.
무보 관계자는 "무보 사장으로는 산자부 고위직 인사가 주로 많이 부임해 왔다"며 "내부에서 부임하는 케이스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이영우(3대) 사장은 역대 무보 사장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 금융사 출신 인사다. 옛 한일은행에 입행하고 외환은행으로 적을 옮긴 뒤 상무까지 지내고 외환투신운용 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정권과 운명 공동체, 내년 3월 대선 이후 선임 가능성
무보 역시 여타 금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정권과 운명을 같이했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기존 무보 사장은 교체됐다.
문민정부 시절 역대 최장수 임기를 누린 김태준 전 사장은 김영삼 정권이 끝나며 교체됐다. 참여정부가 막을 내릴 때도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조환익 사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했다. 조계륭 사장 역시 2013년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끝나자 도중 사임했다.
2018년에는 산자부가 문재도 당시 사장의 면직을 제청해 청와대가 이를 수용했다. MB정부에서 해외자원 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과거 다른 산자부 공무원들과 함께 물러났다. 사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새로운 인물을 뽑기도 하지만 직제규정에 따라 상임이사 중 1명이 이를 대행할 수 있다. 문 사장이 면직 처리되자 강병태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인호 현 사장은 강병태 직무대행이 물러나면서 2019년 초 선임됐다. 그 역시 내년 임기가 종료되는 만큼 임추위가 후임 인사를 물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3월 대선이 예정된 만큼 당분간 그가 자리를 지키고 새 정권이 들어선 후에 인선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원추천위원회 운영 규정에 따르면 임추위는 사장 자격 요건으로 △최고 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 △무역보험 관련 지식과 경험 △조직관리 및 경영능력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선임 이력을 통해 차기 유력 후보군을 살펴보면 산자부 차관급이나 무보 부사장 정도로 좁혀진다. 현재 산자부에서는 박진규 제1차관, 박기영 제2차관을 비롯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차관급 인사에 해당한다.
이들 모두 행시 출신의 '늘공(늘 공무원)'이지만 박진규 차관과 여한구 본부장은 지난해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내년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메리트나 핸디캡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있다.
한편 무보 내부에서는 현재 이도열 부사장과 백승달 부사장이 추후 강력한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이들은 각각 2019년 3월과 7월 부사장에 선임된 후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부사장은 무보에서 미래전략TF팀장(부서장),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사장, 대전·세종·충남지사 지역본부장을 거쳐 영업총괄부 부장을 지냈다. 총무부장에 이어 본부장, 현재는 전략경영본부장(부사장)을 맡고 있다. 백 부사장은 무보 비서실장, 뉴욕지사장, 리스크총괄부장, 전략기획부장, 단기영업부장 등을 거쳐 현재 프로젝트금융본부장(부사장)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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