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14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은 KB금융그룹 내 여전한 맏형이지만 그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비은행 부문이 보다 약진하면서 포트폴리오 균형이 이전과 달라진 영향이다.

리딩뱅크 타이틀을 수성했지만 새로운 경쟁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가계부채 총량규제 강화 등 외부 환경이 성장을 옥죄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래전부터 리테일에 강한 하우스로 통했으나 경쟁사와 차별점은 희미해지는 양상이다. 기업금융과 글로벌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초격차'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 '톱' 지위 유지, 시장·그룹 내 M/S는 약화

KB국민은행은 올 3분기까지 2조200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창사 이래로 가장 많은 규모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9% 증가한 수치다. 경쟁사인 신한은행이 같은 기간 2조1305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턱밑까지 쫓았으나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동안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업계 선두 지위를 유지한 공을 인정받아 내년 KB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하게 됐다.

그런데 KB금융이 벌어들인 순이익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8년 3분기 72.47%를 기록한 이래로 이듬해 72.23%로, 작년 3분기에는 64.35%로 떨어졌다. 올해에는 이 비중이 57.93%까지 하락했다.

그만큼 비은행 계열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B증권(60.5%)을 필두로 KB국민카드(46.6%), KB손해보험(44.8%)은 더욱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푸르덴셜생명 역시 2556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KB금융의 알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단 그룹 내에서만 비중이 축소된 건 아니다. 원화대출금 시장점유율(M/S) 역시 지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어 토스뱅크까지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당장 지난해 3월 말까지만 해도 국내 19개 은행 가운데 15.9%를 차지했던 KB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 M/S는 올 6월 말 15.1%로 떨어졌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타이트하게 관리하면서 리테일 시장에서 성장 동력은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오랜 강점이었던 가계 부문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보여주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기존에 깔아놓은 원화대출금 자산이 300조원이 넘어 관리만 충실히 해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건 사실이다. 금리 인상기에 순이자마진(NIM) 개선으로 큰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도 있다.

다만 추후에도 리딩뱅크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올 3분기에는 KB국민은행의 가계부문에서 발생한 순이익(4695억원)이 KB증권의 순이익(5433억원)에 밀리기도 했다. KB의 시장 지위 공고화 미션을 부여받은 이재근 차기 행장 내정자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리테일→기업금융' 넘어간 중심축, 신성장동력 발굴 미션

KB국민은행은 기업금융을 비롯해 자산관리(WM), 글로벌, 자본시장 부문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가계대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비대면을 활성화하면서 이들 분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우량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본부에서 직접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KB국민은행의 주요 수익원은 기업금융이 됐다. 올 3분기까지 은행의 기업금융 부문이 외부 고객으로부터 벌어들인 영업손익은 2조5734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가계금융은 2조1388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으로 따지면 2배 가까이 차이가 벌어질 정도다. 기업금융 부문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2629억원으로 가계금융(6476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해외 시장 진출에 유독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M&A가 대표적이다. 2018년 인도네시아 PT Bank Bukopin Tbk(현 KB부코핀은행) 지분을 처음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추가로 지분율을 67%로 늘렸다. 지난해 4월에는 캄보디아에 위치한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PRASAC Microfinance Institution PLC.) 지분을 70% 인수하고 올 10월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이미 올 3분기까지 1억1500만달러의 순이익을 낼 정도로 우량하다. 향후 2~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상업은행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KB부코핀은행 역시 2~3년 후 흑자 전환이 목표다. 최근에도 약 4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할 정도로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