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모회사 유동성 점검]AK홀딩스, 제주항공에 '마지막 실탄'까지 쐈다④유동자산 대부분 제주항공 출자에 사용···모회사 희생 덕, 제주항공 자본잠식 '탈출'
양도웅 기자공개 2021-12-20 09:55:25
[편집자주]
운항 재개로 '자본 잠식' 탈출을 꿈꾸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답답한 속이 좀처럼 풀리질 않고 있다.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문을 여는 데 다시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회사에 '또' 손을 벌려야 할 판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자본을 댄 모회사라고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자회사 지원 필요성은 여전히 높은데 곳간 걱정은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LCC 모회사들의 유동성을 점검하는 이유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6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K홀딩스가 사실상 갖고 있는 모든 유동자산을 활용해 제주항공의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회사의 희생 덕분에 제주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으로부터 추가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게 됐다. 기안기금의 지원 조건 중 하나가 모회사의 출자이다.다만 이번 유증 대금 마련을 위해 대부분의 유동자산을 활용하면서 AK홀딩스는 당장 유동성 악화는 피하지 못하게 됐다. 제주항공에 추가 출자가 필요할 경우 AK홀딩스의 부채 조달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 이번 유증과 기안기금 지원으로 제주항공의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면서 추가 출자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회사는 예측하고 있다.
◇ AK홀딩스, 이유 있었던 유동자산 8배 확대
15일 LCC 업계에 따르면 AK홀딩스의 올해 9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872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663.3%(758억원)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유동자산의 94.4%(823억원)가 현금및현금성자산이라는 점이다. 유동자산의 규모, 현금및현금성자산의 비중 모두 회사 역사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주요 계열사인 제주항공의 유증에 참여하기 위한 계획된 자산 확대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AK홀딩스는 올해 들어 주요 수익원인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늘리는 대신 투자 활동은 최소화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단기차입금을 늘렸다. 어느 때보다 현금 확보에 주력한 시기였다.
이렇게 확보한 유동자산은 지난 10월 2066억원 규모로 진행된 제주항공 주주배정 유증의 출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LCC업계 한 관계자는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AK홀딩스가 이번 제주항공 유증에 쓴 자금은 884억원이다.
9월 말 보유한 유동자산이 872억원, 10월 투입한 출자금이 884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AK홀딩스는 이번 제주항공 유증에 참여하기 위해 사실상 대부분의 유동자산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기업들이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유동자산을 유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비유동자산 매각 혹은 부채 조달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올해 내내 확보한 현금의 상당 부분을 제주항공 출자에 활용하면서 AK홀딩스는 당장 유동성 압박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제주항공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경우 부채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이자비용 증가에 따른 재무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 1년 치 운영자금 확보한 제주항공의 '추가 유증' 여부는
다만 AK홀딩스는 제주항공에 대한 추가 지원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LCC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추이를 살펴봐야겠지만, 유증과 기안기금 지원 등이 이뤄져 제주항공의 유동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AK홀딩스는 추가 지원 계획은 현재 세우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모회사인 AK홀딩스의 적극적인 참여로 유증을 통해 2066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보한 제주항공은 자본잠식에서 탈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의 올해 9월 말 자본은 마이너스(-) 24억원이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면서 자본잠식으로 전환됐었다.
또한 모회사의 유증이 이뤄지면서 기안기금으로부터 15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기안기금은 지원을 요청하는 LCC의 모회사들에 유증 등 자구 노력을 요구했다. 기안기금의 지원 자금 1500억원 가운데 300억원은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이다. 이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됐다.
2366억원의 자본이 더해지고 1200억원의 자금까지 확보하면서 제주항공은 최대 1년간의 운영자금은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제주항공의 판매관리비는 1695억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판매관리비는 1052억원이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업황 회복 속도에 따라 (제주항공의) 추가 유증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일단 2022년 중 점진적 업황 회복을 가정하고 있고 유증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3개 분기의 당기순손실(총 2183억원)이 향후 3개 분기 동안 반복될 경우 자본잠식을 위한 추가 유증이 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최근의 유증과 기안기금 지원으로 재무상태'표' 상의 숫자들은 개선이 이뤄졌다"며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강해진 현재 기준에서 유증 여부를 확정해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였던 11월의 (긍정적) 예측과 현재의 예측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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