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17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BB급은 엄연한 투자적격등급이지만 국내에서는 '하이일드 채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투자자군이 좁아 시장 접근성이 가장 떨어진다. 그래서 자금 조달 전략은 부단히 전략적이다. BBB+기업이 신용등급을 A-로 한단계 올리기 위해 애쓰는 것도 똑같은 한등급 차이지만 금리 격차는 훨씬 더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외부 조달로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BBB급 여전사들의 경우 금리 1bp 체감도는 더욱 크다. 올 초 전례없는 저금리 기조에 다행히 조달시장에서 숨통을 틔우는 듯 했지만 10월 이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리가 큰 폭으로 뛰자 다시 위기감은 고조됐다.
이들에게 내년 1월은 조달 전략을 짜는데 있어 절호의 기회다. LG에너지솔루션이 1월 초 BBB급 채권 조달 시장 문을 활짝 연다. 단군 이래 공모주 최대어로 평가받는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가 기준으로 몸값 최대 70조원, 공모금액 약 11조원에 달하는 기업이다. 운용사들은 기업공개(IPO)에서 공모 물량을 한 주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하이일드펀드를 만들어 하이일드 채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BBB급 이하 채권을 60% 확보하면 공모주 물량을 5%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제도 때문이다.
영리한 BBB급 여전사들은 벌써부터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들 외부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 크래프톤의 공모 당시 오케이캐피탈, 키움캐피탈, DB캐피탈 등 BBB급 여전사들이 수혜를 봤다. 우량한 BBB급 기업 채권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낮은 금리 발행이 가능했다. 덕분에 많게는 수십억원의 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내년 1월 하이일드 채권 수요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초 키움캐피탈, DB캐피탈은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경쟁사도 없다. 아직까지 BBB급 제조사 등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다음달 중순이면 청약에 나선다. 일반 기업들은 그전까지 공모 발행을 해야하는데 시간이 빠뜻하다. 이사회를 거쳐 공모채 발행을 확정하려면 최소 물리적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연말 이같은 절차를 거치기란 더욱 쉽지 않다. 신용평가를 받아 증권신고서를 발행하고 규모 등을 확정짓는 일련의 과정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지금쯤 발행을 확정해야 공모주 펀드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틈새시장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곳이 바로 캐피탈사다. 별도 수요예측 절차 없이 조달이 가능한 일괄신고제가 적용된다. 다른 기업과 달리 증권신고서 제출 후 다음날 즉시 발행을 할 수 있다. IPO 열풍이 BBB급 여전사에게 보기 드문 우호적 환경을 만들어줬다. 기회가 왔을 땐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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