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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손보업 판도변화]각기 다른 EV 활용법...KB손보 성장률 '1위'⑧한때 기업가치 평가 '대세'…당장 순익 부진해도 장기성장성 유효 '입증'

이은솔 기자공개 2022-01-03 07:38:12

[편집자주]

손해보험업은 국가 경제 성장과 함께 규모가 커졌다. 해상·화재·자동차·보증·특종보험 등이 차례로 도입됐고,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문제는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만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어느새 수익성 좋지 못한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그 사이 대기업·금융지주·사모펀드·외국계 등 손바뀜도 잦았다. 더벨은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 수년 동안의 손보업권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31일 14: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사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까. 자산 규모는 다른 업권에 비해 훨씬 크지만,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고금리 부채 등도 고려하면 일반 기업처럼 자산을 모두 가치로 반영하기 힘들다.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비용을 쓰면 단기에는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출이나 당기순이익으로 성장성을 평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게 내재가치(EV) 개념이다. 2010년 전후에는 삼성화재를 비롯한 주요 보험사들이 실적발표 IR에 포함할 정도로 시장과 소통하는 주요 지표였지만 최근에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럼에도 여전히 EV를 강조하는 회사들도 있다. 당기순이익은 다소 미진하지만 장기적 성장성은 유효하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서다.

◇가치평가 '대세'였지만…2010년대 중반 들어 '실종'

내재가치(EV:Embedded Value,기존 보유계약으로 예상되는 미래이익의 현가)는 보험사 장기 성장성 지표다. 보험업의 특성상 장기현금흐름에 의해 손익이 발행하기 때문에 단순히 당기순이익이나 매출만으로는 회사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보험사의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EV 모형이 계속 발전돼 왔다.

국내에서는 삼성화재가 최초로 IR에서 EV 발표를 시작했다. 저평가돼 있는 주가를 끌어올리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내재가치를 산출해 시장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메리츠화재, KB손보(당시 LIG손보) 등이 뒤따랐고, 대부분의 상장 보험사가 실적발표 IR에서 EV의 증감추세를 포함할만큼 업계의 주요 지표로 자리잡았다.

삼성화재는 2010년 중반대까지 IR 이름을 아예 '결산 실적발표 및 EV 설명회'로 명명했다. 애널리스트들도 IR이 끝나면 회사가 공개한 EV를 지표로 매수와 매도 의견을 냈다. '한화손보도 2015년까지만 해도 경영전략 목표를 '핵심지표를 통한 내재가치(EV) 확대'로 세웠다.

2010년대 중반 들어 IR에서 EV가 점차 자취를 감췄다. 삼성화재도 최근에는 IR에서 EV를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고, 메리츠화재를 비롯한 중형사들도 전략을 바꿨다. 한화생명은 2019년 10년만에 IR에서 EV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금리 하락 때문으로 보고 있다. EV는 이미 실현된 이익인 조정순자산가치(ANW)와 장래 실현될 이익을 나타내는 보유계약가치(VIF)를 더해 산출한다. 그런데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미 체결한 계약에서 향후 이익이 아닌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에서는 EV 가치가 성장은커녕 감소했고, 주가 등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제외하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B손보의 여전한 'EV 사랑'…당기순이익은 낮지만 미래 가치 '입증'


다만 지금도 EV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보험사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KB손보다. 현재도 매분기 당기순이익과 EV를 IR 자료에 기재하면서 EV 중심 경영을 펴고 있다는 걸 강조한다. 이는 금융지주 계열이라는 KB손보의 특성에 기여한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금융지주 계열사는 공격적이고 단기적인 성장보다는 장기 성장에 KPI를 부여한다. 채권 매각을 통한 인위적인 순익 확대도 지양한다. 문제는 그렇다보니 회사의 당기순이익이 매년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K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이후 매년 감소 추세다. 경쟁사인 메리츠화재 등이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데 비하면 초라한 성과다.

KB손보는 이를 보완하고 장기 성장성이 유효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EV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적으로 봤을 때는 보험업계 중 유일하게 하락 추세를 보이지만, EV 성장률은 단연 1등이다. 당기순이익이 2017년 3300억원에서 2018, 2019년 2000억원대로, 2020년에는 1600억원대로 줄어들었지만 같은 기간 EV는 쭉쭉 성장했다. 2017년 1조8400억원이던 EV는 연 단위로 3조9000억원, 5조8000억원까지 늘었고 올해 기준으로는 7조원을 돌파했다.

롯데손보 역시 내재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2019년 10월 대주주 변경 이후 장기저축성보험 대신 내재가치가 높은 장기보장성보험을 전략적으로 늘리면서다. 올해들어 ‘신 EV 평가체계’를 마련하면서 위험관리를 보다 구체화하고 보험리스크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손보 역시 부실을 털어내는 '빅배스' 등으로 아직까지는 큰 폭의 순익을 내지 못하지만, 내실성장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EV 개념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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