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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디지털 시프트 전략]롯데쇼핑, 힘 실린 롯데온 '뷰티·패션' 키운다'거버넌스 통합' 이커머스사업부 주도권, 1억800만 온오프 상품거래 데이터 활용

이효범 기자공개 2022-01-06 08:13:39

[편집자주]

유통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거세게 불어 닥친 디지털 바람은 업계 지형도를 바꿀만큼 파장이 컸다. 소비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선택이 아닌 숙명으로 인식되면서 접근 전략도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실무자들의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아 국내 유통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현주소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5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이 롯데온 출범 3년차인 올해 이커머스사업 성패를 가르는 변곡점에 섰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체적인 이커머스 채널을 구축하는데 주력해왔다. 특히 지난해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온라인 사업 관련 조직을 한데 모으면서 이커머스사업부에 힘이 실렸다.

올해는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롯데백화점과 마트의 경쟁력을 살리는 옴니채널 전략을 한층 더 구체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의 뷰티, 패션, 마트의 신선식품 강점을 살려 롯데온의 차별화 된 경쟁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이커머스 거버넌스 통합, '공급자→소비자' 관점 전환

롯데쇼핑은 지난해 뒤처진 이커머스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에 나섰다. 내부 실무자와 리더들과의 인터뷰를 실시해 의견을 취합했다. 그 결과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공급자 관점에서 추진해왔던 사업을 소비자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거버넌스 통합'이다. 구체적으로 백화점, 마트 등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온라인 조직을 비롯한 시스템 및 설비자산(커머스 시스템, 물류센터 자산) 등을 모두 이커머스사업부로 이관했다. 조직 개편과 사업부간 자산 이관이라는 의미에 더해 '거버넌스 통합'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이커머스사업에 있어서 중대한 변화로 인식됐다.

거버넌스 통합 이전에는 롯데온을 통해 유통되는 롯데백화점 혹은 마트 상품에 대해서는 각 사업부가 내부 온라인 조직을 통해 주로 관여했다. 이커머스사업부는 롯데온이라는 판매채널을 제공하는 역할에 그쳤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합 이후에는 이커머스 사업부가 주도권을 거머쥐게 됐다. 롯데온이라는 채널과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맞는 서비스와 상품 등을 취사 선택해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온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장보기 서비스 2.0' 역시 이커머스사업부의 작품이다. 해당 서비스는 배송지 기준으로 이용 가능한 배송 서비스 및 예상 도착 시간을 안내하고,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동선을 정비했다. 핵심은 고객 관점에서 구매 여정을 설계해 편리한 장보기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다. 롯데마트, 슈퍼 등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다양한 배송 서비스로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키우겠다는 포부다.

*롯데온 장보기 2.0

롯데쇼핑은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사업부와 다른 부서 간에 발생하는 거래에 대해서도 회계상으로 재정립했다. 마트와 백화점 상품을 롯데온에서 판매할 경우 각 사업부가 이커머스사업부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없앴다. 큰틀에서 보면 롯데쇼핑에서 발생하는 매출이라는 점에서 변함이 없기 때문에 각 사업부 간에 발생하는 내부거래를 굳이 카운팅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커머스사업부가 분기당 내부거래로 얻는 수수료 수익은 50억원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연간으로 200억원가량 매출이 빠지는 셈이다. 여기에 각 사업부에 있던 커머스 시스템과 물류센터 자산 등 유무형 자산을 이관받으면서 고정비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800억원, 영업손실 10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된 실적을 낸 배경이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커머스사업부가 몸집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동안 롯데쇼핑 안팎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로 자체적인 이커머스채널을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백화점, 마트, 이커머스 등의 사업이 모두 롯데쇼핑이라는 큰틀 안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결국 백화점, 마트에서 발생하던 오프라인 매출이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이커머스 채널로 옮겨가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커머스채널이 점차 커질 경우 롯데쇼핑 전체 매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백화점과 마트사업부는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각 사업부가 롯데온을 통해 판매한 상품을 수수료 없이 온전히 매출로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백화점과 마트사업부는 탁월한 상품 소싱 경쟁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채널에서 상품을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다만 이커머스채널에서 판매하는 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매출 인식 기준을 바꾼 것도 굳이 내부거래를 별도로 인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뷰티·패션 콘텐츠 차별화, 조직 재정비

내부 전열을 재정비한 이커머스사업부의 고민은 차별화 된 경쟁력을 갖추는데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은 5% 수준이다. 네이버 18%, 신세계(SSG닷컴, 이베이코리아) 15%, 쿠팡 13% 등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목표는 경쟁사들과 사뭇 다르다.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이머커스 채널이 상생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출혈경쟁에 동참하기 보다 옴니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차별화를 이루는게 가장 중요하다.

이커머스사업부는 '구매'와 '쇼핑'의 개념을 한층 더 명확히 정립하고 쇼핑 상품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생필품을 사는 것을 구매라고 한다면 쇼핑은 소비자가 가치를 얻기 위해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뷰티, 명품 등을 사는 행위를 쇼핑으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 뷰티 상품을 킬러 콘텐츠로 삼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최근 1년간 롯데백화점과 롭스를 비롯해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거래된 뷰티상품 건수는 1억8000만건에 달한다"며 "이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고객 수요와 타깃 층에 맞춰 주력 상품군을 8가지 카테코리로 분류해 뷰티 상품을 한층 더 체계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뷰티 관련 조직도 재정비했다. 사업부 산하 부문 조직에 소속된 뷰티 관련 팀단위 조직을 백화점부문 산하 뷰티팀으로 통합했다. 상품 소싱 채널을 일원화하고 제조사에 대한 협상력을 높위기 위한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프로모션 등을 추진하면서 옴니채널 효과를 극대화한다. 뷰티 뿐만 아니라 패션상품에 대해서도 전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고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2020년 롯데온 거래액(GMV)는 7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대비 7% 가량 증가한 규모다. 계열사 온라인 채널, 오픈마켓 사업을 합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롯데온 단일 플랫폼을 통한 GMV는 2020년 1조7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같은 기준으로 지난해 GMV는 2조원 중반 수준으로 성장한 수치를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과 달리 롯데쇼핑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출혈경쟁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신동빈 회장은 적자를 내면서 외형을 키우는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스탠스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온은 앞으로 적자 폭을 줄이면서 내실을 다지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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