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06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블 코믹스 원작의 어벤저스 시리즈를 보면 인간의 상상력이 무한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구와 우주를 넘나들며 방대한 세계관을 펼쳐내는 것을 보면 "이 넓은 우주 공간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일 것"이라는 칼 세이건의 말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무한한 상상력의 바탕에는 과학 기술이 있다. 어벤저스의 핵심 인물인 '아이언맨'은 과학 기술의 집합체다. 소형 원자로인 아크 리액터, 인공지능(AI) 자비스, 티타늄 로봇 수트, 초음속 활공 등 현실 속에서 구현하기 위한 과학계와 산업계의 고민을 대신 보여준다.
탄소 중립 시대에 가장 필요한 기술은 아크 리액터가 아닐까 싶다. 3기가와트의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다고 한다. 원자로 1기가 만드는 전기가 1기가와트라고 하니 엄청난 기술적 발전이다.
어마어마한 출력량과는 달리 반응물질을 그대로 전력으로 치환해 공급하는 방식은 효율적인데다 오염 물질도 존재하지 않아 원자력처럼 사고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 게다가 가슴에 박혀있지만 고통을 호소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안정성 또한 뛰어난 꿈의 에너지인 셈이다.
어벤저스의 리더인 '캡틴 아메리카' 역시 수퍼 혈청을 통한 새로운 인물로 그려진다. 탁월한 육체 내구력과 자가 치유력, 외부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신체, 동면이 가능한 신체 구조, 게다가 세포의 노화 지연까지 불로장생을 꿈꾸는 인류의 염원을 담고 있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영화 곳곳에 녹여냈다. 주인공 앤트맨은 수트를 통해 몸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키우고 줄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울트론' 역시 눈길을 끈다.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로봇이지만 인공지능(AI)을 통해 스스로를 개조하면서 자가 증식, 진화하는 로봇으로 그려진다. AI 로봇이 오히려 자신들을 개발한 인류를 파괴하는 스토리는 고전에 속한다.
이밖에도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다양한 과학 기술이 어벤저스 시리즈에는 등장한다. 물리학이나 화학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허무맹랑한 영화일 뿐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벤저스가 주는 무게감은 생각보다 묵직하다. 70년전 집한채만한 컴퓨터의 연산 능력보다 1만배나 빠른 스마트폰이 탄생할 줄 누가 알았을까.
현대차가 2022 CES에서 발표한 로보틱스 개념은 아이언맨의 현실판 같은 느낌이다. 노란색 개처럼 생긴 로봇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옆에서 사족 보행을 하며 무대 위로 나왔다. 정 회장은 무대 위로 함께 걸어나온 로봇에게 "스팟, 고마워. 너는 좋은 동료야"란 말을 건넸다. 그러자 스팟은 다시 갈채를 받으며 무대 뒤로 걸어나갔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지능형 로봇 '스팟', 인간과 가장 유사한 형태와 움직임을 갖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신속한 물류 처리를 위한 물류형 로봇 '스트레치' 등 1조원을 들여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효과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실제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잇따른 글로벌 기업 인수는 현대차의 미래를 완전하게 바꿨다. 단순히 수소전기차나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그저 그런 자동차 회사를 넘어 인공지능을 담은 로보틱스 모빌리티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정의선 회장이 있다.
정주영과 정몽구라는 이름에 가려진 오너 3세에 머물렀다면 혁신과 변화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회장에 오르기까지 25년간 '정의선'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기 위한 치열한 고민,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의 결과가 지금의 현대차라고 하면 너무 과한걸까.
수년후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기업공개(IPO)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지배구조로 탄생할 정의선의 현대차그룹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자금줄 역할을 할 것이다. 상상 속에서나 머물던 로보틱스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이제 온전히 정 회장의 몫이다. 정 회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 속에서 실현하게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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