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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익편취 규제' 벗어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 회장 보유 글로비스 지분 3.29% 처분, 2000억 확보…그룹 지배력 강화 활용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2-01-07 07:30:43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6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기업 오너일가의 사익편취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망에서 벗어났다. 두 사람이 합산 지분 29.99%를 보유하고 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10% 매각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 지 주목된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금액은 2000억원 수준이지만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4000억원 가량의 추가 자금 확보가 예정돼 있다. 정 회장은 확보한 자금을 향후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정에 보탤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5일 보유하고 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칼라일그룹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시간외 매매(블록딜) 형태다. 구체적으로 정 회장은 3.29%(123만2299주), 정 명예회장은 6.71%(251만7701주·전량)를 넘겼다.

처분단가는 주당 16만3000원으로 거래 금액은 모두 6113억원이다. 정 회장 몫은 2009억원, 정 명예회장은 4104억원이다.


이번 거래로 정 회장은 지분율이 기존 23.29%에서 20%(749만9991주)로 줄었고 정 명예회장(0%)은 특별관계자에서 제외됐다. 칼라일그룹은 정 회장과 노르웨이 해운그룹 빌 빌헴슨 아사의 자회사인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Den Norske Amerikalinje AS)에 이어 3대주주(375만주)가 됐다.

칼라일그룹은 정 회장과 공동보유 계약도 체결했다. 주주간 계약에 따라 칼라일그룹은 이사 1명을 지명할 수 있고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매각할 경우 함께 매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태그어롱)를 갖게 됐다. 칼라일은 작년 말 하나은행에 보유주식 전량을 맡기고 주식담보대출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이번 지분 처분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법망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다. 공정위가 작년 12월30일을 기점으로 대기업 오너일가의 사익편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며 현대글로비스가 규제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망을 이전보다 넓히는 게 골자다. 이전까진 오너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이여야 규제 대상이었지만 이떄를 기점으로 기준이 '20% 이상'으로 낮아졌다.

공정위는 계열사와의 연간 거래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12% 이상인 기업을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아도 제재와 무관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매출액 12조9100억원 가운데 3조37억원이 내부거래(국내 계열)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중으로 따지면 23.27%로 공정위 기준의 두배다. 해외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70%에 육박한다. 수년간의 내부거래 추이를 보더라도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전까지 두 사람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29.99% 갖고 있었다. 이 역시 2015년 규제 기준에 맞춰 한 차례 지분을 정리한 결과다. 2014년 말 정 회장과 정 명에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31.88%, 11.51%로 도합 43.39%였다. 하지만 공정위의 규제 기준(30%)에 맞춰 2015년 1월 블록딜로 지분 13.39%를 매각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태생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 회사다. 현대차와 기아의 완성차 해상운송 등을 담당하기 위해 출범한 물류기업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룹 내부 물량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이에 공정위는 작년 5월 현대글로비스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 사각지대 회사(오너일가 지분율 20~30%인 상장사)로 분류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법망을 조여왔지만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두 사람이 지분을 팔지 않을 수도 있단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규제 대상이 된다고 해서 곧바로 법적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지분을 처분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공정위 리스크를 하나 없애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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