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CB투자자 거래재개 ‘버티기’ 들어가나 CB 평가수익률 268%…횡령 회수 가능성에 '예의주시'
이민호 기자공개 2022-01-07 10:00:40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6일 1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대규모 횡령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 회사 전환사채(CB)에 투자한 금융사들은 거래재개까지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주가 수준에서 평가수익률이 260%를 웃돌고 있어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다. 이 때문에 당장 원리금 조기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가 2020년 10월 500억원 규모 7회차 CB를 발행했다. 당시 CB 인수에는 증권사, 캐피탈사, 자산운용사, 신기술사업금융사, 투자조합 등 다양한 금융사가 참여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대부분 증권사가 자기자본투자(PI)로 참여했으며 자산운용사의 경우 코스닥벤처펀드와 메자닌펀드 중심으로 물량을 분산 편입했다.
오스템임플란트 7회차 CB의 발행조건은 발행사에 비교적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쿠폰금리(표면이자율)가 0%인데도 보통주로의 전환청구가 발행 2년 이후인 올해 10월부터 가능하도록 설정됐다. 일반적으로 전환청구 가능일을 발행 1년 이후로 두는 것과 비교하면 인수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전환청구 가능일을 발행 2년 이후로 잡으면서 인수자들에게 부여되는 풋옵션 행사 가능일도 발행 2년 6개월 이후로 설정됐다. 반면 발행사에 부여되는 콜옵션은 발행 1년 이후부터 풋옵션 행사 가능일 도래 직전인 발행 2년 5개월 이후까지 행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발행사가 인수자들의 조기상환 청구보다 앞서 매도 청구의 우선권을 쥔 셈이다. 콜옵션 비중도 발행총액의 40%(200억원)로 비교적 높게 책정됐다.
오스템임플란트에 1880억원대 횡령 사태가 불거진 현재 투자자들은 인수물량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7회차 CB가 발행된 지 약 1년 2개월이 경과한 시기로 전환청구나 풋옵션 행사 가능일이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횡령규모가 자기자본의 91.81%로 기준인 5%를 넘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돼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거래가 정지된 점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오는 24일까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되면 회사로부터 개선계획서를 받아 상장 유지 및 폐지나 개선기간 부여 등을 결정한다.
운용업계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이익 창출 능력 등을 감안하면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게 전망하고 있어 결국 거래정지 장기화 여부가 CB 인수자들에게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환청구는 오는 10월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9개월 조금 넘는 기간이 남아있다. 하지만 개선기간은 일반적으로 1년이 부여돼 전환청구 가능일이 도래해서도 여전히 거래정지가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 사이 CB 형태 그대로 제3자에 매각할 수는 있지만 거래가 정지된 기업 CB에 대한 매수 수요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대부분 CB 인수자들은 우선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내놓기를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채권자집회 개최도 희망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거래소의 거래재개 결정 여부도 사실상 횡령자금 회수 정도가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CB 인수자들은 회수가 불투명한 횡령자금 규모가 커지는 최악의 경우 기한이익상실(EOD)을 통해 원리금 조기상환을 청구할 필요성도 짚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CB 발행조건에는 기한이익상실 사유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는데 발행사의 파산, 회생절차 개시, 감사보고서 ‘적정’ 외 의견뿐 아니라 관리종목 지정이나 일정 기간 이상 거래정지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7회차 CB에 투자한 한 금융사 관계자는 “횡령 혐의 발생에 대한 사실은 공문을 통해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자금 회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오스템임플란트 측으로부터 듣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회사 측이 사채권자집회를 개최해줘 횡령자금 회수 여부와 정도가 명확해져야 기한이익상실 등 취할 수 있는 다음 단계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CB 인수자들이 당장 원리금 조기상환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은 낮게 전망된다. 현재 주가 수준이라면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큰 폭의 차익을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7회차 CB의 전환가액은 3만8736원이다. 최초 전환가액의 75%(2만9052원)까지 하향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건이 삽입돼 있지만 CB 발행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서 전환가액이 유지됐다.
오스템임플란트 거래정지 직전 주가는 14만2700원이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꾸준히 상승한 결과다. 단순계산해도 전환시 수익률은 268%에 이른다. 50억원어치 투자자들이 현재 주가 수준에 장내매각하면 차익으로만 13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가가 CB 전환가액을 크게 웃돌고 있어 거래재개 이후 주가가 소폭 빠지더라도 높은 차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정도”라며 “이 때문에 CB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성급하게 회수하기 보다는 거래재개까지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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