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신거버넌스 점검]과점주주체제 안착 5년, 더 막강해진 2기 도래①완전민영화 달성, 유진PE 등 신규 주주 대거 진입…경영활동 입김 강화 예상
한희연 기자공개 2022-01-25 08:10:13
[편집자주]
우리금융지주가 완전민영화를 이뤘다.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금융엔 의미있는 지분율을 가진 과점주주가 생겼다. 이들은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며 독특한 거버넌스를 만들어냈다. 지난해말 예보의 잔여 지분이 모두 매각되며 우리금융은 6인의 주주추천 사외이사 체제가 다시 완성됐다. 과점주주 체제가 도입됐던 1기가 끝나고 완전민영화 이후 2기 거버넌스가 새로 시작됐다. 변화의 기로에 선 '특별한' 우리금융의 거버넌스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8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완전민영화 원년을 맞았다. 예금보험공사와 경영계획이행약정(MOU)를 맺은지 20년만에 공적자금을 완전히 털어내며 시장의 품으로 돌아왔다.이미 2016년 지분 대다수를 민간에 넘기며 우리금융은 민간투자자가 일정부분을 나눠 투자하는 과점주주 체제를 시작했다. 우리금융만의 독특한 과점주주 체제 하에서 주주의 권한을 이임받은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적극 참여해 왔다. 경영진을 견제하는 한편 적절하게 협조하며 윈윈관계를 만들어냈다.
완전민영화를 달성하며 우리은행은 6인의 주주추천 사외이사 체제로 이사회를 운영한다. 지난 5년여간의 1기 거버넌스 체제는 과점주주 체제를 도입하며 이를 안착시킨 기간이었다. 올해부터는 완전민영화 하에서 이 체제의 효율과 장점을 더욱 극대화해야 하는 2기 거버넌스가 시작됐다.
◇해체되고 합치고, 굴곡진 22년 지주史…과점주주 체제 도입으로 거버넌스 안정
우리금융은 2001년 4월 국내 금융지주사 중 가장 먼저 설립됐다. 한빛은행, 평화은행, 경남은행 등 5개 자회사와 한빛증권, 한빛투신운용, 한빛신용정부, 비씨카드 등 9개 손자회사로 이뤄진 금융그룹으로 탄생했다. 당시 지분은 예보가 100% 소유했다. 우리금융에 편입된 금융사 모두 부실회사로 분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예보가 단일주주로 이름을 올리며 강제적으로 지주사가 만들어졌다.
정부는 2001년 우리금융을 출범시키며 4년내 민영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05년엔 매각 시점을 연장했고 2008년엔 매각기한을 아예 없앴다. 분리매각과 일괄매각 등 수차례 지분 매각 작업이 시도됐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결국 정부는 2013년 우리은행과 지방은행, 증권계열사 등 3개 그룹을 분리해 매각하는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빠른 민영화를 위해 지주를 해체하기로 한 셈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아비바생명과 함께 2013년 NH농협금융지주에 패키지로 매각됐다. 경남은행은 BNK금융지주에, 광주은행은 JB금융지주에 팔렸다.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11월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되며 해체 수순을 밟았다.
2015년 우리은행 매각을 시도했으나 이마저 실패하자 정부는 과점주주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영권 지분을 한번에 매각하는 대신 소수지분을 여러 주주가 나눠 갖게끔 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2016년 11월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동양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IMM PE 등 7개 투자자에 지분 29.7%를 매각했다.
과점주주에 지분을 매각한 후에도 예보는 18%의 지분이 남아있었다. 이를 마저 팔아야 완전민영화를 달성할 수 있지만 우리은행의 주당 가치가 낮다는 점은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정부는 다시한번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택했다.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는 출범식을 갖고 다시한번 출발했다. 2014년 11월 지주가 해체된지 4년2개월 만이다. 우리은행의 과점주주는 일정비율 대로 우리금융 지분을 가지면서 그대로 과점주주 체제가 이어졌다.
◇6인 주주추천 사외이사체제, 5년간 괄목한 성장으로 효과 입증
약 30%의 지분을 확보한 과점주주들은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고 이사회 자리를 차지하면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과점주주 체제 시작 당시 주주들은 5인의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투입했다. 노성태(한화생명), 신상훈(한국투자증권), 박상용(키움증권), 전지평(동양생명), 장동우(IMM PE) 이사가 주인공이다. 이후 지주 전환 과정에서 지분 4%를 매입한 푸본그룹이 사외이사를 한명 더 추가하며 주주추천 이사는 6인이 됐다.
이들 과점주주 사외이사 체제에서 우리금융의 경영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정부 소유 하에서 보였던 경영 비효율이 차츰 해소됐다. 전통적으로 우리은행은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었으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집행된 대출에서 부실여신이 발생하기도 했다.
과점주주 체제에서 위험부담이 높은 '정치적' 여신이 대폭 줄었다. 대신 우량 여신 위주로 자산이 성장했다. 대손비용은 낮아졌고 수익성이 개선됐다. 투자 수익에 민감한 과점주주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상 수익성과 리스크관리에 더 신경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외풍차단'도 과점주주체제 하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공적자금이 남아있는 만큼 민영화와 지주사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등의 악영향이 예상됐으나 과점주주 체제는 외부 영향으로부터 우리은행을 지켜주는 방패 역할을 했다. 그룹 회장이나 행장 선임 등에서 목소리를 확실히 내면서 외부의 목소리 대신 회사를 위한 가장 옳은 결정을 고민하게 했다.
◇유진PE 등 새 주주 참여로 완전민영화, 과점주주 영향력 확대 전망
이사회 멤버는 계속 변했다. 지난해 8월 동양생명이 우리금융 지분을 털고 나가며 전지평 사외이사가 이사회 자리를 내놨다. 또 9월에는 푸본그룹이 추천한 첨문악 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외이사직을 사임했다. 이로써 지난해 말 주주추천 사외이사는 6인에서 일시적으로 4인이 됐다.
지난해 11월 예보가 보유한 지분 9.3%를 매각하면서 또 한차례 이사회는 변화를 가져왔다. 예보 지분은 유진PE(4%), KTB자산운용(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두나무(1%),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1%)에 매각됐다. 이 중 유진PE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획득했다. 유진PE와 푸본그룹이 새로 추천한 신요환, 윤인섭 사외이사는 각각 오는 27일부로 우리금융 이사회에 진입한다. 주주추천 사외이사 6인 체제가 다시 완성되는 셈이다.
6인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진 과점주주의 지분율 합은 24.28%다. 이와 별개로 완전민영화를 이루면서 이사회 추천권을 갖지 않은 과점주주들은 더욱 많아졌다.
올해 1월 기준으로 IMM PE와 푸본그룹 등 기존 과점주주와 유진PE 등 새로운 주주의 지분율 합은 28.58%다. 공적자금 매각과 별개로 2020년말 기준 포스코(2.81%), 코오롱인터스트리(1.17%) 등도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금융의 주주사였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과점주주의 지분율 규모는 더욱 커지고 발언력도 세질 전망이다.
과점주주체제가 시작되고 현재까지인 이른바 1기는 거버넌스가 균형있게 발전해 왔다는 평가가 많다. 소유와 지배의 분리가 적정한 선에서 이뤄지면서 경영진을 견제하고 불필요한 외풍을 차단하며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였다.
완전 민영화에 따라 올해 시작되는 2기 거버넌스는 1기 때보다 권한과 책임이 많아졌다. 과점주주들이 이를 얼마나 회사의 미래를 위해 활용하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과점주주들에 더욱 힘이 실리면 긍정적 효과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에 투자하는 과점주주들은 적정한 수익성을 기대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수익성'이라는 명료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 측면에서 어떤 집단보다도 경영 효율성은 높을 수 밖에 없다. 안정적인 주주권력으로 성장하면서 균형잡힌 지배구조의 모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 등 기업에서는 과점주주 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사공이 더 많아질수록 잡음이 생길 여지는 있다. 주주권이 분산되면서 의사결정시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이 나올 수도 있다. 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느 하나가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각 주주사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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