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28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의 송창현 대표는 평소 페이스북을 통한 소통을 즐긴다. '친구'가 맥시멈인 5000명에 육박한다. 회사 소식이나 채용 공고를 공유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직접 글을 쓸 때도 있다. 사진 속 그는 회사 CI가 크게 박힌 티셔츠를 자주 입는다. 스타트업 CEO답게 자유분방하고 격식보단 실용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그런 송 대표에겐 '명함'이 하나 더 있다. 현대자동차·기아의 TaaS본부장(사장)이다. 자칫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그림'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를 꿈꾸는 정의선 회장의 플랜에 따라 그려졌다. TaaS는 'Transportation-as-a-Service'의 첫 글자들을 딴 것으로 사람과 물건의 이동을 서비스화 한다는 의미다.

◇모빌리티 전담 TaaS본부 신설, S/W 전문가 송 사장이 '총괄'

현대차·기아는 작년 4월 TaaS본부를 신설했다. 모빌리티 서비스와 관련해 전략 수립부터 기획, 개발, 운영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전까지 전략기술본부와 ICT본부, AIRS컴퍼니 등에 흩어져 있던 관련 조직들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 갓 합류한 송 사장에게 총괄을 맡겼다.

송 사장은 영입 당시부터 많은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통상 현대차그룹이 외부 인재에게 부사장이나 전무 직급을 주고 1~2년 지켜본 뒤 승진시키던 '암묵적 룰'을 깼기 때문이다. 50대 초중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사장 자리를 내줬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전문가라는 점도 이례적이었다. 자동차 제조업을 영위하는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수십년간 하드웨어적 요소를 가장 중시해 왔다. 안전하고 완성도 높은 차를 만드는 게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고객의 니즈가 바뀌면서 차가 단순 이동수단 이상의 역할을 해야하는 시대가 됐다.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셈. 다수의 IT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을 쌓아온 송 사장 영입은 현대차그룹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였다.

◇2019년 모빌리티 협력 논의, 정 회장이 직접 '러브콜'

사실 송 사장은 이직 아닌 겸직으로 여전히 포티투닷 대표를 맡고 있다. 다소 이례적인 조건까지 '오케이'할 정도로 정 회장이 욕심낸 인물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두 사람 인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는 2019년 4월 스타트업 '코드42(포티투닷 전신)'에 전략 투자(20억원)를 단행했다. 당시 수석부회장이던 정 회장이 송 사장과 만나 미래 모빌리티 혁신 트렌드와 협력방안을 논의한 뒤 직접 내린 결정이다.

그의 통찰력과 서비스 플랫폼 운영 경험이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는 현대차그룹의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킨다고 판단한 것. 출범한지 한달된 신생 스타트업이었지만 과거 송 대표와 네이버 등에서 함께 일한 기술진들이 대거 합류해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평도 많았다.

당시 정 회장은 "향후 코드42는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함께 추진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로도 관계가 지속됐다. 같은해 10월 기아가 150억원을 투자했다. SK텔레콤과 LG전자 등 5개 기업이 총 300억원을 출자했는데 그 중 절반이 기아 몫이었다. 비슷한 시기 현대차그룹이 미국 앱티브사와 합작법인(현 모셔널)을 설립하기로 한 것과 맞물려 정 회장이 모빌리티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해석이 나왔다.

반대로 2020년엔 기아가 설립한 모빌리티 전문기업 퍼플엠에 코드42가 출자를 하기도 했다. 송창현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송호성 기아 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하는 등 양사 협력 강화 차원이었다. 업계에선 대기업(기아)과 스타트업(코드42)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는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작년 말 주총을 거쳐 현재는 청산된 상태다.

◇네이버 CTO 출신, 현대차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기여

1968년생으로 올해 55세인 송 사장은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퍼듀대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를 마쳤다. 이후 1996년부터 CTC, HP,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을 순차적으로 거치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2008년 네이버에 입사한 뒤 2015년부터 4년 동안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활동했다. 2017년부터는 네이버랩스 대표도 맡았다. 이 기간 음성인식과 기계번역, 컴퓨터비전, 딥 러닝,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을 이끌었다. 2019년 초 네이버 퇴사 후 이동성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 제시를 목표로 코드42를 설립했다.


TaaS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과 일맥상통한다. 이같은 패러다임 안에선 이동의 다양함과 품질, 효율성, 지속가능성 등이 핵심 경쟁력이다. 전기·수소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같은 디바이스들과 축적된 데이터를 연결해 모빌리티 기술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가장 최적화·자동화된 TaaS 제공자가 목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를 고려할 때 송 사장의 역할이 이미 막중하고 앞으로 더 커질 거란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