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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중견그룹]농기계 제조업체 '대동', 왜 KT 출신 CEO 영입했을까①원유현 사장 영입 이후 매출 1조 시대 '활짝'..오너 김준식 회장과 '공동경영' 체제

박상희 기자공개 2022-02-14 07:54:53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9일 0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중소기업은 가족 경영 체제로, 오너일가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독점하는 경우가 많다. 1947년에 설립된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의 농기계 전문기업 '대동'은 다르다. 3세 오너 경영자인 김준식 회장은 외부에서 C레벨 인재를 영입하는데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2019년 원유현 총괄사장의 영입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농기계 제조기업인 대동이 국내 대표 ICT 기업인 KT 출신 인물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현재 김 회장과 원 사장은 대동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2017년 부친 김상수 회장이 별세한 이후 김 회장이 '100년 기업'으로의 영속을 위해 던진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이 원 사장 영입을 통해 그리려는 대동그룹의 '빅 픽처'는 무엇일까.

◇2017년 부친 별세 이후 2019년 KT 출신 원유현 사장 전격 영입

사람은 살면서 몇 번의 전환점을 만난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대동의 오너 경영자인 김 회장이 외부에서 원 사장을 영입한 것이 결과적으로 대동에 전환점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동은 대동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다. 대동그룹은 대동을 비롯해 3개 상장사와 8개 비상장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먼저 외형 성장이 두드러진다. 대동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 '1조 클럽'에 입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업계는 대동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대동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1500억원, 410억원으로 전년대비 29%, 24% 증가한 것으로 예상했다. KTB투자증권도 매출액 1조677억원으로 전년대비 19%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대동의 매출액은 2016년 5854억원, 2017년 6101억원, 2018년 6548억원으로 매년 조금씩 신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속도는 더뎠고 성장률은 낮았다. 원 사장이 영입된 해인 2019년 8329억원의 매출을 기록, 껑충 점프한 데 이어 2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대동의 실적이 원 사장 영입 이후 단기간에 ‘퀀텀 점프’에 성공한 모습이다. 전문경영인은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으로 본인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대동의 최근 호실적을 전적으로 원 사장 덕으로 돌릴 순 없을 것이다. 다만 김 회장을 비롯해 대동그룹에 수십년 몸담은 토종 '대동맨'들이 이뤄내지 못했던 성과가 원 사장 영입 이후 나타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1970년생인 원 사장은 2020년 새해 첫 날 대동공업(현 대동)의 CEO로 선임됐다.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삼성물산과 KTF를 거쳐 KT 경영전략실 부장,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 상무를 역임했다.

원 사장이 대동과 연을 맺은 것은 2019년이다. 대동공업 전략기획부문장(전무)로 영입돼 제주대동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CEO 자리에 올랐다.

◇농기계 제조업-ICT 접목, 대동공업에서 대동으로 사명도 변경

커리어에서도 드러나듯 원 사장은 전략가로 분류된다. 대동에서도 처음 1년은 전략기획부문을 이끌었다. 대동의 미래 경영전략을 확립하는 게 그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 원 사장은 대동의 기존 농기계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미래 농업을 대비한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눈길을 끄는 건 그가 KT 출신이라는 점이다. 대동은 국내 최초로 경운기,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농기계를 개발·보급해 국내 농업이 기계화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종합 농기계 업체로 발전한 대동공업은 현재 농기계 기업 국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농기계 제조업체에서 국내 ICT 대표기업 출신을 영입한 것이다.

대동은 2010년 쌍용차 생산부문장과 품질본부장을 지낸 곽상섭 현 ㈜두산 사장을 CEO로 맞은 적이 있다. 자동차와 농기계로 분야는 달랐지만 제조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이질감이 덜한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KT는 제조기업이 아닌 ICT 기업인데다 농기계 제조와는 거리가 있어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준식 대동그룹 회장과 원유현 대동 사장(왼쪽부터)
대동 관계자는 "김 회장은 약 10년 전부터 자동차가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하는 것처럼 농기계도 무인 자율주행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면서 "이를 위해선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AI 등 ICT 기술 리더가 필요한데 원유현 사장이 적임자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회장과 원 사장은 원래부터 알고 지낸 친분이 있던 관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부친 별세 이후 새로운 CEO 파트너를 고민하던 김 회장에게 지인이 원 사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사장은 김 회장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 '농업'과 '농기계'라는 대동의 정체성을 이어나가면서도 자율주행, 모빌리티,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최첨단 ICT 개념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트랙터 등 단순히 농기계를 제조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미래 성장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사명 변경도 이같은 차원에서 이뤄졌다. 전통 제조업 이미지가 강하다는 판단 하에 대동은 지난해 기존 사명 '대동공업'에서 '공업'이라는 단어를 빼기로 했다.

이와 맞물려 김 회장은 지난해 대동의 새 비전 '미래 농업 선도 기업'을 선포했다. 대동은 미래 성장 동력을 △스마트 농기계 △스마트 팜 △스마트 모빌리티 등 세 축으로 삼았다. 이와 관련 ‘정밀농업팀’ ‘모빌리티팀’으로 구성된 ‘미래 사업 추진실’을 신설했고 다양한 외부 기관과 ICT 연구개발 MOU도 체결했다.

대동의 미래 사업의 핵심은 '정밀 농업'이다. 생육·토양·병충해 등 재배 환경을 실시간 분석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재배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여기에 자율주행 농기계, 농업용 무인 로봇 등 스마트 농기계를 도입해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대동 관계자는 "올해가 창립 75년인데, 김 회장은 대동이 100년 기업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원유현 사장 영입 이후 대동이 전통적 농기계 제조에서 ICT와 결합한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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