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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양제지 창업2세 대표직 포기, '중대재해처벌법' 의식했나 최근 근로자 사망, 노조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업계 "경영진 처벌 우려 높았을 것"

이경주 기자공개 2022-02-11 07:37:16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9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양그룹 창업2세인 권택환 사장이 최근 주력사인 신대양제지 대표에서 갑작스럽게 물러나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권 사장은 창업주이자 부친인 권혁홍 회장과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쌍두마차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지분율 측면에서도 부친을 앞선 완성형 후계자다. 게다가 부친은 80세가 넘은 고령이다. 그런데 부친은 대표직을 유지하고 후계자가 물러났다.

업계에선 올 초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연결 짓고 있다. 대양그룹은 공교롭게도 법 시행 바로 직전 안전문제로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큰 부상을 당해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후계자 보호차원의 인사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 1월 광신판지 근로자 사망, 작년 11월엔 중상

신대양제지는 대양그룹 지주사격 회사다. 최근 2개월 동안 자회사와 손자회사에서 두 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올 1월 1일 신대양제지 자회사인 광신판지 경기도 안산 공장에서 일하던 40대 노동자가 인쇄기 로봇 리프트에 협착돼 사망했다. 해당 설비엔 비상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1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신대양제지 손자회사인 대양판지 전남 장성 공장에서 38세 노동자가 비슷한 기계에 끼어 갈비뼈와 폐가 손상되는 중상을 당했다. 해당 기계엔 비상정지 버튼이 있었지만 멈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건 모두 중대재해나 중대재해에 준하는 사고였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중대재해의 정의는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한 재해 △3개월 이상의 요양을 필요로 하는 부상자가 동시에 2인 이상 발생한 재해 △부상자 또는 질병자가 동시에 10인 이상 발생한 재해다.

올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직전 연달아 사고가 발생한 탓에 대양그룹은 한동안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특히 과거 사망 사건까지 들춰졌다. 2016년 대양제지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 사건이 었었고 2017년엔 신대양제지 반월공장에서 끼임 사고 사망자가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업이 되는 것은 피했지만 당국의 집중관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2022년 산업안전보건 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형 사고 발생 △중대재해 다발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분기나 반기 단위로 특별감독에 준하는 강력한 기획 감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법 시행 하루 전 퇴임…부친만 대표로 남아

권 사장이 퇴임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 27일) 하루 전인 올 1월 26일이었다. 직전 권 회장과 권 사장, 전문경영인인 이상천 전무 등 3인이 이끌던 각자 대표이사체제가 권 회장과 이상천 전무 2인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권 사장이 7년 만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권 사장은 2016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각자 대표이사가 돼 부친과 함께 2020년까지 투톱으로 활약했다. 이상천 전무는 2021년 초 각자대표로 합류했다.

그 간의 정황으로 보면 권 사장은 후계자로서의 입지가 워낙 견고했다. 이미 가족구성원 가운데에선 신대양제지 지배력이 부친마저 넘어설 정도로 가장 높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개인 최대주주는 권 회장으로 지분율이 15.86%다. 권 사장은 13.75%로 2대주주지만 개인회사를 통해 지배력을 보강하고 있다.

관계사 신대한판지가 지분 8.74%를 보유한 3대주주인데 권 사장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권 사장→신대한인쇄→신대한판지→신대양제지'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개인회사 몫까지 합하면 권 사장 지분율은 22.47%로 부친(15.86%)을 앞선다.

특히 신대한판지는 지난해 1~3월 장내매수를 통해 21억원어치 신대양제지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권 사장이 확고한 후계자라는 것을 나타냈다.


때문에 이번 권 사장 퇴임엔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오너(사업주)나 CEO(최고경영자)를 비릇한 경영진이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징역 1년 이상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신대양제지의 경우 부친(오너)과 전문경영인(CEO)이 이사진에 남아 있기 때문에 향후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최소 권 사장은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신대양제지는 평소 껄끄러운 노사 관계 탓에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회적으로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금속노조 대양판지지회 등은 대양그룹 안전관리 문제점을 160건 찾아내 노동청에 고발했다. 이어 올 초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서울 서초구 대양그룹 본사 앞에서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동종업계 관계자는 “대양그룹은 평소 노사와 관계가 좋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경영진 처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 컸을 것”이라며 “업계에선 후계자인 권택환 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퇴임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대양제지 관계자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권택환 사장 퇴임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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