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2월 09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년새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애자일(Agile, 민첩)은 변화에 대한 기업의 갈증을 절실히 드러낸다. 몸 가벼운 스타트업과 중소 규모 기업들은 시장의 변화를 포착하고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뛰어든다.그렇다면 기업이 변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은 언제일까. 무엇보다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됐을때다. 신규 사업을 이끌어 나갈 우수한 인력과 이를 뒷받침할 자금력, 업계 안팎의 신뢰 등이 고르게 맞아 떨어지면서 변화의 당위성이 생긴다.
하지만 실상은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만족하지 못하면서 변화를 외치는 기업이 태반이다. '남들 다 하니까 우리도', '뭔지 잘 모르겠지만 유망하다고 하니까' 등 갖가지 이유로 신대륙에 깃발부터 꽂으려 든다. 특히 NFT(대체불가능토큰)와 P2E(돈버는 게임), 메타버스 같은 키워드가 전 산업을 강타하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최근 갑작스레 P2E 게임 사업을 선언한 스마트시티 통합솔루션(SI) 개발사 시티랩스 역시 비슷한 뒷맛을 남기는 곳 중 하나다.
시티랩스는 지난해 12월 게임과 메타버스 등을 골자로 한 15개 신규 사업목적을 정관에 일시에 추가했다. 이어 P2E 게임 구현을 위한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목적으로 자회사 '메타블록'을 설립했고 이달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신사업 추진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당장 신사업을 성공 궤도로 올려놓을 수 있는 인력이 내부에 있는지는 의문이다. 시티랩스 고위 임원 출신의 A씨는 "프로젝트성 SI 용역 사업을 하다보니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을 기간제로 충원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제 게임 사업 담당 인력이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짐작했다.
현재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 확산한 부정적인 평판도 우려를 더한다. 지난 몇년간 시티랩스와 공동으로 연구개발(R&D) 과제를 진행한 기업들은 '잊지 못할 경험'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한 블록체인 기업 사업 담당 B씨는 "공동 R&D 과제 주관사였던 시티랩스 측 연구단장(PM)이 사업을 막 시작하려던 참에 돌연 못하겠다 선언하더라"며 "퇴사하겠다는 사람을 달래가며 겨우 과제를 마무리했다"고 회상했다.
본 사업인 스마트시티 부문이 부진하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 3분기 발생한 전체 매출액 가운데 스마트시티 비중은 10% 남짓으로, 동기간 자회사 수익이 80%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2019~2020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투자유의 환기종목으로도 지정된 상태다.
아직 변화에 대한 기대보단 우려가 앞서지만 시티랩스 스스로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임엔 분명하다. 도약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빛나는 승리를 쟁취할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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