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2월 21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프로야구(KBO)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스트라이크 존이 해외 야구에 비해 지나치게 좁다보니 투타 모두 국제 경기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변화 속에서 심판들에게 가장 강조되는 항목은 일관성이다. 한번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판정했다면 그 이후부터는 같은 곳에 들어온 공에는 일관성 있게 스트라이크 콜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이를 수긍하고 투타 전략을 세울 수 있다.
‘IPO 존’ 역시 마찬가지다. 한번 존을 확대했다면 일관성이 유지돼야한다. 그래야 IPO기업과 주관사, 투자사, 주주 등이 IPO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스트라이크 콜이 난 곳에 다시 공을 던졌을 때 볼 판정이 난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국내 프로야구와 비슷하게 지난해 쿠팡의 미국 나스닥 상장 이후 해외 보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국내 IPO의 좁은 문이 화두에 올랐다. 한국거래소 역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기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K-유니콘 제도’를 만들어 존을 확대했다.
마켓컬리와 야놀자 등 국내 유니콘기업의 미국 증시 타진이 이어지자 마음을 돌리기 위한 당근책이었다. 당장 차등의결권 법안 통과만 기다리기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K-유니콘 창업자를 위해 공동 의결권 약정이라는 우회 수단도 제시했다. 국내 IPO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고 생동감을 불어넣겠다는 목표였다.
야놀자는 여전히 미국 상장을 타진하고 있지만 마켓컬리는 국내로 시선을 돌렸다. 국내에 K-유니콘 제도가 생겼기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쿠팡의 미국 상장 이후 약 1년여가 지난 지금 차등의결권과 관련된 이야기는 수그러졌다. 벤치기업 업계에서는 여전히 아우성이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전되지 않고 있다.
마켓컬리가 본격적인 IPO 작업에 착수한 이후 거래소 내 분위기 역시 달라졌다. 상장예심 청구를 앞두고 깐깐한 심사 잣대를 들이밀었다. 비단 애초에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낮은 점이나 마켓컬리가 적자기업이라는 점을 모르진 않았을 터다. 여론의 관심이 물적분할 IPO나 기관 허수 주문 등으로 분산되서일까.
국내 프로야구에는 우스갯 소리로 ‘별모양 스트라이크 존’이 있다. 스트라이크 판정이 난 지점을 이어보면 사격형이 아닌 별모양으로 들쭉날쭉하다는 의미다. 그만큼 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비아냥이다. 거래소의 IPO 심사 문턱이 별모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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