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네이버 지분동맹 중간 점검]공중에 뜬 'K콘텐츠펀드'…웹툰IP 두고 온도차?①3000억 공동투자 밑그림 지연, 네이버 경영쇄신에 투자 논의 제자리
이효범 기자공개 2022-02-24 08:04:08
[편집자주]
CJ가 네이버와 K콘텐츠 육성을 목표로 주식을 맞교환한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당시 양사간에 6000억원에 달하는 주식교환 거래를 실행하면서 시너지 기대도 적지 않았다. 미래 경쟁력 강화라는 공통의 이해관계 속에서 추진한 과제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혁신을 키워드로 첫단추를 꿴 전략적 협업의 진척도를 콘텐츠와 OTT, 물류 등 각 영역별 현황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2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가 네이버와 지분동맹을 맺으면서 핵심적으로 논의한 사안 중 하나는 웹툰 IP(영상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는 방안이었다. 양사는 K콘텐츠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통해 공동기금을 조성하는 것으로 큰틀에서 방향을 정했다. 공동 투자를 실시해 비용 부담과 리스크를 줄인다는 계산이다.그러나 지분스왑 이후 1년 넘게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논란에 휩싸인 네이버가 경영쇄신 작업에 돌입하면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IP를 제공하는 네이버와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CJ ENM의 온도차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네이버 IP+CJ 제작역량' 공동투자 계획 어디쯤왔나
CJ그룹 계열사(CJ ENM·스튜디오드래곤·CJ대한통운)와 네이버는 2020년 10월 6000억원 규모의 주식교환을 실시했다. K콘텐츠 및 디지털 영상 플랫폼 사업 협력, 이커머스 혁신을 위한 e-풀필먼트(e-fulfillment) 사업 공동추진 등을 핵심으로 포괄적 사업제휴를 맺기 위한 동맹전선을 구축한 셈이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이 각각 1500억원, CJ대한통운이 3000억원의 주식을 네이버 주식과 맞바꿨다.
CJ와 네이버의 주식교환은 CJ ENM으로부터 시작됐다. 네이버가 보유하거나 확보할 수 있는 IP를 CJ ENM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논의는 주식교환 이전부터 꾸준히 이뤄져 왔다. 네이버의 웹툰IP를 CJ ENM이 드라마로 제작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유미의 세포들'이다. 지난해 9월 tvN과 티빙을 통해 방영됐다.
이밖에도 협업 사례를 발굴하면서 CJ ENM과 네이버의 관계가 끈끈해졌고 콘텐츠 측면에서 시작된 협업논의는 티빙, CJ대한통운으로 확대됐다. CJ그룹 관계자는 "CJ ENM과 네이버의 논의가 이커머스 측면으로 확대되면서 지분스왑으로 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협업을 통한 시너지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CJ와 네이버가 그룹 차원의 시너지 모색으로 발전시켰다.
주식교환을 통해 범위가 넓어지긴 했지만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여전히 콘텐츠 분야였다. 펀드 등으로 공동기금을 조성하는 등 3000억원의 공동투자를 큰틀에서 합의했다. 네이버의 웹툰IP와 CJ ENM의 제작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이었다.
네이버의 웹툰IP는 주로 창작자에게 있지만 네이버가 창작자로부터 IP를 확보하는데 우선권을 갖는 경우가 많다. 다만 IP 확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공동기금을 조성해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마찬가지로 확보한 IP를 영상화하는데 들어가는 제작비용 역시 공동으로 마련한 기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사는 청사진과 달리 주식교환을 실시한 지 1년 넘게 세부계획을 두고 윤곽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3년간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양측이 그동안 집행한 금액은 없다. 각사가 투자금액을 50대 50 비중으로 부담할지 아니면 한쪽이 더 많은 투자금을 낼지도 정하지 못했다. 또 어떤 IP를 주로 확보할지, 펀드 혹은 별도의 법인을 만들지 등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주식교환 이후 양사간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구체화 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도 "주식교환을 실시한 만큼 추진할 가능성은 있겠지만 구체적인 진행상황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 협업 라인 변화…협상테이블 우위?
CJ와 네이버가 주식교환 이후 공동투자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큰틀에서는 네이버가 경영쇄신에 돌입하면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벌어진 직원의 극단적 선택 이후 경영쇄신에 돌입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개최해 장기간 경영을 맡아온 한성숙 대표를 대신해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차기 대표로 내정했다. 또 기존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차기 CFO로는 김남선 투자·글로벌 인수합병(M&A) 전담조직 책임리더를 낙점했다.
올들어 네이버와 CJ 측 인사들의 만남이 이뤄진 것도 양사간 협업을 논의하는 네이버의 협상라인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CJ 관계자는 "네이버 측의 라인이 바뀌면서 상견례 차원에서 만남을 가진 것"이라며 "투자 건과 관련해 얘기가 오간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네이버와 CJ ENM의 온도차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적극성을 띄는 쪽은 CJ ENM이다. IP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는 기조 아래 공동 투자를 통해 더 많은 IP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의 공동투자는 실보다 득이 더 크다는게 내부적인 판단이다.
네이버의 입장은 이와 다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CJ ENM의 제작 역량이 높긴 하지만 IP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네이버의 선택지가 CJ ENM 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IP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양사간 공동 투자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고 본다면 네이버가 이같은 구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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