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2월 22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여년 전 첫 취업을 준비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입사에 도전했다. 최종 전형인 1박2일 합숙 면접까지 치렀지만 결국 탈락해 크게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거제도와 그 주변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동경이 오랫동안 남아있었던 탓이다.거제도 주변에서는 ‘직영’으로 불리는 대우조선해양 본사 직원들이 한 때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의사나 판·검사가 아닌 직영이 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초등학교 단체 견학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야드(Yard) 내부를 처음 방문하고 동네 어른들의 말에 수긍했던 기억이 난다. 드넓게 펼쳐진 야드는 버스를 한참 타야만 대충이나마 둘러볼 수 있었다. 도크에는 거대한 배들이 가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란 말만 떠오른다. 산업은행이 추진하던 현대중공업과 합병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또 다시 새 주인 찾기를 시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08년 한화그룹과 합병에 실패한 것까지 합하면 벌써 세 번째다. 새 주인 찾기는 이전보다 난이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국가기간 산업체인 데다 잠수함 등 핵심 방산 기술도 다뤄 사실상 해외 매각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새 주인 찾기는 꽤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다행히 국내 조선업은 지난해부터 수주 절벽을 극복하고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늘어난 수주가 실적에 반영될 앞으로 4~5년 동안 최대한의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는 것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같은 기간 경쟁사 대비 기업 가치를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매각 성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고려하면 채권단과 대우조선해양 협의 하에 재무 주치의로 KDB인베스트먼트를 들이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업은행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이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이기도 하다.
KDB인베스트먼트 인력들은 PEF 존속 기간인 5~7년 호흡으로 이뤄지는 포트폴리오 운용에 특화돼 있다. 최근에는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비슷한 처지였던 대우건설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데도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PEF 운용사에 경영을 맡기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경영 효율화 과정에서 낮은 임금 인상률을 감수해야 하는 등 희생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직원들이 경영 효율화를 이끄는 외부 경영진과 함께 인고의 시간을 더 버틸 수 있어야만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커지는 게 현실이다. 채권단 산하의 현 체제가 지속될 경우 야성을 잃고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조선소를 움직였던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어두운 미래를 그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조만간 이 긴 터널을 빠져나와 다시 선망의 대상이었던 ‘직영’으로 돌아갈 수 있길 응원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감병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PMI 포럼 2024]"재활용업체 밸류업, 수직계열화·지역 거점화 중시해야"
- [PMI 포럼 2024]"태동기 지난 크레딧 시장, 사모대출 위주 성장세 이어진다"
- '싸움의 고수' 김앤장
- [GP 블라인드펀드 줌인]휘트린씨앤디-멜론파트너스, 구조혁신펀드 투자 '속도'
- [한미 오너가 분쟁]'벌어진 매각단가' 백기사 유무에 희비 갈렸다
- [한미 오너가 분쟁]'모녀 백기사' 라데팡스, 장기 투자 해외 LP 확보
- 기지개 켠 미래에셋 PE 조직, 임원 인사 '안정' 방점
- [2024 이사회 평가]주가 급등한 펩트론, 이사회 구성·기능은 '아쉬움'
- '앵커LP 군공 확보' IMM컨소, 에코비트 딜 클로징 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