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Credit Forum]"메자닌 시장 둔화 불가피, 구조 변화 주목해야"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석철 기자공개 2022-02-23 08:46:45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2일 1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2년 메자닌 채권(주식연계사채) 시장이 다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고수익을 노리는 채권 투자가 움츠러들면서 메자닌 채권 투자유인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발행기업 입장에서도 점차 조달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국내 메자닌 채권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된 점 역시 시장 규모를 위축시킬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메자닌 채권 투자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허용됐던 내용을 일부 제한하는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은 더벨이 22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 산업별 명암과 신용평가 이슈는'을 주제로 연 '2022 thebell Credit Forum'에서 “전반적인 유동성 축소로 고수익채권 투자자가 위축되고 주가도 테이퍼링 등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메자닌 투자 유인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 선임위원은 이날 연사를 맡아 '2022년 메자닌채권시장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금리상승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주를 이루는 메자닌 채권 시장에 직접적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자닌 채권은 자본 요소와 채권 요소의 중간적인 성격을 가진 채권이다. 발행할 때에는 채권 형태로 발행되지만 향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주식전환권 등의 옵션이 붙는다. 신용등급이 썩 좋지 않지만 성장성 높은 기업이 미래 성장성을 옵션으로 채권을 발행해 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2021년 국내 메자닌 채권 발행량은 약 1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1.6% 급증하면서 최대 발행규모를 기록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 증가와 헤지펀드 등의 투자 수요 증가 덕분이다.
김 선임위원은 “기본 취지나 채권 특성을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대부분 전환사채로 발행되고 있지만 모보증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끼는 대기업도 영구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등 전반적인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메자닌 채권 시장에 관행처럼 자리잡은 문제점이 향후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메자닌 채권의 90%를 넘는 물량이 공모가 아닌 사모로 발행되고 있다. 이에 무보증 회사채와 달리 신용등급을 따로 받지 않아도 무방하다.
김 선임위원은 “사모로 발행되는 경우 이해관계자 외에는 해당 메자닌 채권이 어느 정도 신용도를 갖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낮은 시장 투명성이 콜옵션 등과 연계되면서 불공정거래 혹은 대주주 지분 확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메자닌 채권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다. 다른 채권에 비해 공시가 체계적이지 않아 개별 공시를 일일이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아울러 공시가 누락되더라도 따로 알아채기 어려운 구조다.
또 다른 관행은 발행기업 대부분이 조기상환옵션을 부여해 메자닌 채권을 발행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메자닌 채권 중 92.7%가 콜옵션이나 풋옵션이 부여됐다.
김 선임위원은 “신용도가 낮고 자금 수요가 많은 기업들이기에 여유 자금이 없을 텐데도 콜옵션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며 “메자닌 채권을 상환하면서 제3자에게 콜옵션에게 행사하도록 해 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판단했다.
리픽싱 조항 역시 국내 메자닌 채권 시장에만 존재하는 제도다. 메자닌 채권 발행 이후 발행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 전환 가능 주식 수를 늘려주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메자닌 채권의 금리가 낮은 만큼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최근 10년간 발행된 메자닌 채권의 94.4%에 리픽싱 조건이 부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82.2%가 실제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이 이뤄졌다. 일부 기업의 경우 10차례에 걸쳐 리픽싱이 이뤄지기도 했다.
김 선임위원은 “일본의 경우 리픽싱 조항 때문에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 문제가 불거진 뒤 제한적 조건 아래에서만 리픽싱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바꿨다”며 “그 이후 사실상 한국에만 남아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리픽싱 이외에 다른 조정근거(Adjustment)에 의해서도 메자닌 채권의 전환가액이 큰 폭으로 조정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적정한 공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메자닌 채권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콜옵션부 메자닌 채권을 발행할 때 콜옵션 행사한도를 제한했다. 최대주주의 지분확대 수단으로 메자닌 채권이 악용되거나 기존 주주 지분율 희석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사모 방식 메자닌 채권에 한해 발행기업의 주가가 상승했을 때 전환가액을 의무적으로 상향조정하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사모 방식에 치중된 메자닌 채권 발행을 공모 방식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다.
김 선임위원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메자닌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은 지속되겠지만 한계기업의 메자닌 조달은 대폭 위축될 것”이라며 “자금시장 경색도 동반되면서 투자자의 선별적인 투자 전략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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