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크레딧 전망]불황 벗어나는 조선업계, 관건은 '버틸 체력'⑩신규수주 증가, 선가 상승에도 실적개선까지 '시차'…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변수'
이지혜 기자공개 2022-03-02 07:12:38
[편집자주]
기업들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2020년과 달리 2021년에는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등급전망이 '긍정적'으로 전환된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BBB- 이상 투자등급을 놓고 보면 신용도 상승기조는 2022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변수는 있다. 기준금리 변경 가능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출현도 여전히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더벨이 올해 신용도 전망이 밝은 업종과 예의주시해야 할 기업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4일 13: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업계가 오랜 불황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회복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신규수주가 늘었지만 수익성 개선은 요원하다.올해는 운전자금 부담마저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저가수주 물량이 쌓여 있는 데다 인도하는 선박은 줄고 건조해야 할 선박은 늘어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다 최종 무산된 점도 변수다. 현대중공업그룹에게 이번 사태는 신용도에 긍정적 요소지만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은 얘기가 다르다. 조선업계의 경쟁강도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허물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2022년도 신규수주 ‘견조’, LNG운반선 기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모두 2022년 조선업계 신규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바라봤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수주가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다”며 “신규수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도 선박가격(선가)이 오른 덕분에 신규수주 금액이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조선사 신규수주는 2021년 1740만CGT를 기록했다. 2020년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 올해 신규수주는 1300만CGT일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신규수주에 비하면 적잖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LNG운반선은 국내 조선사의 수주텃밭이나 다름없는데 수익성까지 좋다. 2021년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운반선의 87%를 국내 조선사가 쓸어담았을 정도다.
초대형컨테이너선이나 초대형탱커(VLCC)의 발주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됐다. 둘다 국내 조선사가 압도적 경쟁력을 보이는 데다 수익성도 좋은 선종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도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예년에 비해 견조할 것”이라며 “원유 물동량 회복, 노후 선박 교체수요가 있어 올 하반기부터 VLCC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박가격 오르나, 수익성 개선은 ‘아직’
조선사가 도크를 채우면서 저가수주도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조선사가 수주잔량을 채우면서 선가 협상력이 좋아졌다”며 “주요 선종의 신조선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선가는 조선사의 신용도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클락슨에 따르면 초대형 컨테이너선 가격은 2000년 이래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 LNG운반선 가격도 꾸준히 올라 최고치에 가까워 졌고 VLCC 가격도 상승세다.
그러나 실적 개선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오히려 올해는 차입부담까지 더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신규수주분이 2023년 실적부터 반영돼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조선업황이 나아져도 수익성이 좋아지기까지 시차가 있다”며 “과거 저가수주한 물량이 남은 데다 강재가격이 여전히 높아 수익성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조선사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잠정실적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수천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021년 각각 1조원 넘는 적자를 봤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낫지만 반등국면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적자를 면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과 2020년 발주가 부진하자 조선사는 선가를 내려 일감을 확보했다. 당시 저가수주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며 올해 매출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강재 가격도 여전히 심상찮다. 조선사 수요 회복으로 후판 등 가격이 다시 오를 수도 있다.
운전자금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인도할 선박은 줄지만 건조할 선박은 늘어난다”며 “운전자금 부담으로 차입금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사는 선박을 인도할 때 선가의 60~8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선박건조 비용을 조선사가 자력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재무건전성 방어 ‘총력전’
시황 회복의 온기는 선두부터 퍼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먼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운전자금과 고정비 부담에도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는 비교적 양호한 이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IPO로 조단위 자본을 확충했다. 재무안정성도 흔들림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이 현대중공업그룹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수천억원을 쓸 계획이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A급 신용도를 거뜬히 방어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의 신용도는 현재 스플릿 상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나이스신용평가에서 A0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지주를 A-로 평가하되 등급전망을 각각 '긍정적'과 '안정적'으로 달리 매겼다.
현대중공업은 A-와 A0, 현대삼호중공업은 BBB+와 A-로 스플릿 상태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독자생존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조선업계의 경쟁이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졌다”며 “자체적 재무구조와사업성이 신용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은 인수 무산으로 신용등급 전망이 ‘BBB-/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최근 조정됐다.
삼성중공업도 고전하고 있다. 고정비 부담이 커져 올해도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조 단위 유상증자를 진행한 데 힘입어 신용도가 떨어질 만큼 재무건전성이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중공업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에서 단기 신용등급 A3를 받았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업황 개선돼 조선사 신용도에 긍정적이다”면서도 “개별 조선사의 실적 회복속도가 크게 달라 신용도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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