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LG전자]ESG위원회, RE100 가입 제동…'시기상조' 판단애플 등 글로벌 고객사 공조강화 목적 추진…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미비, "비용 검토 필요"
손현지 기자공개 2022-03-08 13:28:52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4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 이사진이 RE100가입을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실무진 차원에선 최근 정부의 대기업 RE100가입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데다가 글로벌 기업 애플과의 원활한 협력 등을 고려해 추진한 사항이다. 막상 이사회에선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며 반대했다.RE100 회원이 되면 일년 내로 RE100위원회에 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등 이행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선제적으로 RE100에 가입한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와 비교하면 늦은감이 있지만, 삼성전자 등 전자업계와 비교했을 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사회 반대 다수, '부결' 결론
작년 7월 28일, LG전자 ESG위원회 위원들이 첫 회의를 가졌다. ESG위원회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전사적 ESG경영 개선책 일환으로 탄생한 이사회 내 소위원회다. 백용호 ESG위원장을 중심으로 당시 사내이사였던 권봉석 사장, 김대형 사외이사, 이상구 사외이사, 강수진 사외이사 등 이사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5명의 위원들이 이날 논의한 안건은 바로 'RE100 가입' 승인의 건이다. 하지만 이사진들 사이에선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힘이 더 실렸다. LG전자 이사회 측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여 재심의하기로 했다"며 안건 부결 배경을 전했다.
RE100이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2014년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오는 2050년까지 국내외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기사용량이 100GWh 이상인 다국적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민간 이니셔티브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활동지표로 평가된다. 국내에선 SK하이닉스 등 SK그룹과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KB금융 등이 참여했다. 업계에서 이사회 차원의 RE100가입 논의는 비교적 선제적인 행보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이사회의 지속가능경영위원회도 아직 공식적으로 RE100을 안건으로 다룬 적이 없다.
LG전자가 RE100을 가입하려는 건 '글로벌' 기조에 부응하려는 목적이 크다. RE100에 애플, 구글, BMW, 이케아 등 300여곳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가입한 상태다. 이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구하며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RE100 회원인지 여부를 체크하는 추세다. 글로벌 네트워크, 고객사, 기관투자사 등을 관리하려면 RE100가입이 필수적인 관문이 된 셈이다.
LG전자는 애플 등 글로벌 기업과 긴밀한 공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이 준비 중인 자율주행차 애플카 생산 협력 파트너 후보로도 물망에 오르내린다. 애플이 협력사에 RE100가입을 필수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참여 압박도 쎘다.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RE100 미가입 행보로 질타를 받았다. 해외 일부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를 도입하고 있지만, 녹색프리미엄(한국전력에 프리미엄 요금 지불)으로 구입한 전력양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는 점 등으로 압박을 받았다.
◇애플공조 등에 필수?…'비용부담·사업적 영향' 고려해야
하지만 이사진들이 주목한 건 RE100 참여 의지보다 '실행 역량'이었다. RE100에 가입할 경우 RE100위원회에 1년 내에 이행 계획안 등을 제출해야 한다. 또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구매시장에도 참여해 매년 대외적 성과를 공표해야 한다. 인정되는 대체 신재생에너지원은 태양광,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등이다.
LG전자의 경우 작년부터 RE100로드맵을 그렸다. 우선적으로 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북미법인을 시작으로 인도 노이다 법인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관련 제도와 인프라 미비로 실행리스크가 적지 않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전기사용료가 저렴하다"며 "그런데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할 경우엔 전력 구매비용 부담이 가중되기에 신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자업계 중 RE100가입 기업이 드문 이유다. LG전자는 협력사도 많아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무리하게 강행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겠다는 약속이기에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결국 이사진도 이니셔티브 참여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다간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향후 효율 태양광 패널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사용,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전력구매계약(PPA) 등 방안을 검토해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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