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삼성전자, 'RE100 가입 압박' 벗어날까새정권, 탄소중립캠페인 회의적 시각…새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 변수
손현지 기자공개 2022-03-11 14:46:46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0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삼성전자의 'RE100 로드맵'에 변화가 생길 지 이목이 집중된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 역점을 뒀었던 것과 달리, 윤 당선인은 신재생에너지 100%를 통한 탄소중립 캠페인인 'RE100'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향후 삼성전자의 RE100가입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RE100 2년째 '답보상태'…탄소배출량은 증가
삼성전자는 RE100가입 결단의 기로에 서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2년 째 재생에너지 전환이 느리다고 뭇매를 맞았다. RE100 가입을 공식화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제3자 PPA, REC 구매시장에도 모두 참여한 적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5대 기업(현대자동차·SK·롯데·LG·삼성) 중 공식적으로 RE100가입을 공식화하지 않은 건 삼성이 유일하다.
RE100은 오는 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가입사는 작년 1월 기준 미국(51개), 유럽(77개)에 이어, 아시아 기업(24개) 등 총 284곳이다. 애플, 구글 등 30개 기업은 이미 100% 목표를 달성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1위 기업인 만큼 매년 1500만t(직접+간접)에 육박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어 참여 독려 대상이다.
문제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기관투자자들과 해외 거래기업들의 참여 압박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3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사 APG는 올초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 10곳에 "탄소배출 감축 관련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라"는 서한을 보냈다. 계획을 내놓지 못할 경우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이다.
삼성전자는 4년째 직접 탄소 배출량(Scope 1)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CDP에 제출한 2020년 Scope 1은 572만6300톤이다. 3년 전과 비교하면 56%, 1년 전과 비교하면 13% 증가했다.
LG전자와 달리 RE100가입에 대해 이사회 차원의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에너지·환경정책 싱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는 삼성전자가 RE100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2030년 매출이 전망치 대비 약 23조700억원 감축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명분보다 실리' 정권 변화, 새국면 맞나
하지만 정권 교체로 삼성전자에 대한 RE100 가입 압박 기류가 완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대선후보 토론에서 RE100 대응 방안과 관련한 질문에 "(RE100가입을 통한 재생에너지 100%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를 고도화하는 건 디지털이나 데이터, 바이오 융합 기술 있어야 고도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메모리 반도체와 AI반도체 등 파운드리 분야 기술혁신과 설비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뜻을 비췄다.
발언의 이면에는 국내 인프라 부족, 신재생에너지의 구매제도 미약 등의 현실적 상황이 고려된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RE100 가입을 선뜻 이행하지 못했던 건 비용적 부담이 상당해서다. 대체가스 개발, 고효율 설비 교체 등 재생에너지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건 단기간에 어렵다.
RE100가입을 서두른다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한국전력 등 발전사업자로부터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전은 전력 생산 원천을 원자력, 화력, 태양광 등으로 구분해 팔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직접 구매하는 '제3차 전력구매계약(PPA)' 활용도 아직은 미약하다.
한전에서 파는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 역시 완전한 대안은 아니다. 녹색 프리미엄은 원자력, 화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웃돈을 주고 구매해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고 인증 받는 형식이다. 애플 등 일부 기업은 이를 완전한 RE100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또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총량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하다"며 "반도체 생산량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늘릴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 특성을 고려한 자체 친환경 평가 지표 'SEPI(Semiconductor 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도 개발했다. 삼성 안전환경연구소와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필요한 재생에너지양, 온실가스 감축방안 등을 따져가며 세부 계획을 만들고 있다"며 "상당부분 진척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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