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10일 15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의 이사회 역량 측정지표 'BSM(Board Skill Matrix)' 윤곽이 드러났다. 이사 9명의 경영 관련 역량 측정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SK㈜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됐다.

이사회의 역량을 평가하고 진단하는 BSM은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다수의 상장기업이 이미 도입했다. 이사회의 능력, 자질, 다양성을 한 번에 평가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사회가 가장 발달한 금융지주사들이 이미 수 년 전부터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각 기업마다 항목은 천차만별이다. 금융지주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금융업계의 화두가 반영됐다. 금융경영, 재무, 회계, 법률 및 규제, 리스크 관리 등 경영 일반적인 내용뿐 아니라 디지털·IT와 소비자 보호·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항목을 넣은 곳도 있다.

SK㈜의 BSM 항목을 살펴보면 항목을 살펴보면 모두 7개다. 리더십, 재무·회계 리스크, 인수합병·자본시장, ESG, 핵심 산업, 법률·공공정책, 국제관계 등이다. 다만 이사회의 역량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다소 애매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일부 항목의 경우 측정 자체가 어려운 데다 어느 이사가 어느 항목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이사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회를 한 눈에 들여다보기 쉽지 않다.

예를 들면 리더십이나 ESG 항목의 경우 SK㈜는 이사회 멤버 9명(100%) 모두 대규모 조직 운영을 위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고 ESG 관련 전문성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리더십의 경우 9명 모두가 기업이나 대학, 금융권 등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인물이라는 점을 볼 때 모두 갖춘 것으로 봐도 무리는 없다.

다만 ESG는 다르다. 엄밀히 따졌을 때 ESG와 관련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은 9명 가운데 장용석 이사 한 명밖에 없다. 장용석 이사는 SK㈜가 2017년 영입한 인물이다. 당시는 SK㈜가 정관에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내용을 추가한 해다. 장 이사는 국내에 ESG라는 개념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연구를 해온 해당 분야 권위자로 통한다.

다른 항목 역시 어느 이사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아 미뤄 짐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국제관계 전문성은 5명이 보유하고 있다고 명시했으나 각 이사의 경력을 살펴봐도 누구인지 찾아내기 어렵다. 법률·공공정책 역시 2명이 역량을 갖췄다고 나오지만 법률 전문가나 법조인이 없다는 점에서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SK㈜의 사내이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박성하 SK㈜ 사장 등 4명이다. 사외이사는 장용석 연세대 교수, 이찬근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등 5명이다.

장용석 이사 외 다른 사외이사 4명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찬근 이사는 투자은행(IB)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염재호 이사는 고려대 총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고려대 교수를 지내면서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우정사업운영위원장, 기획재정부 공공기관경영평가단장 등을 겸임하기도 했다.

김선희 이사는 현직 매일유업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는 기업인이다. 김병호 이사는 하나은행 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지내며 금융, 투자, 회계, 재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반면 BSM을 공개하고 있는 KB금융지주의 경우 각 이사가 어느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때문에 해당 사외이사를 어떤 이유로 영입했는지, 해당 사외이사를 통해 어느 부분을 강화하고 있는지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취약점 역시 알 수 있다. 사외이사가 필요한 부문이지만 현재 공석인 경우도 BSM에서 공개한다. 예를 들면 KB금융지주 BSM에 디지털·IT 관련 항목도 존재하지만 해당 항목을 충족하는 사외이사가 없다는 점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무조건 다 공개할 의무는 없다. BSM을 도입한 곳 자체가 국내 기업 가운데 금융지주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각 이사가 어떤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췄는지 이사의 이름을 모두 공개한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는 공개하고 코카콜라는 공개하지 않는다.

SK㈜는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사회 역량 측정지표를 9일 공개했다. 해당 측정지표는 각 이사들이 모두 참여해 스스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