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IPO 철회 보로노이, FI 안전장치가 없다5000억 밸류 재도전 관측...1.2조 밸류 프리 IPO 참여한 FI 손실 불가피
오찬미 기자공개 2022-03-25 07:21:22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8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약물설계 전문기업 보로노이가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프리 IPO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경우 1조원 이상으로 기업가치를 책정, 절반 가격인 5000억원에도 기관수요를 채우지 못하자 비상이 걸렸다.투자 당시 설정한 하방 안정성도 뚝 떨어진 기업가치에 별다른 위안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보로노이는 올 상반기 IPO 재도전에 나서겠다는 복안이지만 FI들은 출발부터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해 엑시트(EXIT) 플랜은 여전히 어둡다.
◇상장 요건 미충족, 밸류 절반 밑으로 뚝
보로노이는 기관 수요예측 참여율 저조로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 14~15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기관 배정 물량은 전체 공모 주식의 75%인 150만주로 공모가 하단 기준 750억원 규모다. 유니콘 특례 상장 1호로 도전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유지해야 했지만 상장 최소 요건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번 IPO 철회로 FI들은 투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로노이는 2019년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과정에서 1000억원을 조달하면서 기업가치를 최대 1조20000억원 대로 평가받았다.
DS자산운용, 나이스 F&I, DS앤파트너사, ES인베스터, 개인투자자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설립 4년 밖에 안된 바이오업체가 1조원 이상의 몸값을 받으면서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기술성 평가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시면서 기술 특례 방식으로 추진한 IPO는 무산됐다. 평가기관 두 곳에서 각각 A,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전환비율 안전핀도 역부족, 8200억 밸류 지킬까
보로노이는 몸값을 낮춰 다시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2019년부터 2020년 12월까지 주당 4만5100원부터 최대 12만3600원의 전환사채(CB)와 전환우선주(CPS) 등을 발행했다.
지난해에도 CB를 발행해 주당 5만3000원에 250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았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7000억원이다.
이번에는 기술 특례 방식 대신 유니콘 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 입성에 나섰다. 유니콘 특례 상장은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면 전문 평가기관 한 곳에서만 기술평가를 받아 코스닥 상장예심을 청구할 수 있는 특례를 받는다.
프리IPO 단계에서 유니콘 상장 요건을 채운 만큼 쉽사리 코스닥 입성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에 기존 FI들 역시 전환우선주(CPS)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했다. 보통주와 우선주의 전환비율은 1대 1.46이다. IPO 공모 단가에 따라 조정가능하다는 계약 조건에 따른 결과다.
기관들은 하방 안정성을 통해 손실 규모를 축소했지만, 보로노이가 다음번 기관 수요예측에서 8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지키지 못하게 되면 이 역시 유명무실해진다.
◇일부 CB투자자는 원금 방어, 대다수는 IPO가 엑시트 창구
다행히 아직 전환을 완료하지 않은 CB 투자자는 그나마 원금은 지킬 수 있게 됐다. 지난해 8월 투자한 브이티아이파트너스 헬스케어 등은 IPO 당시 공모가격이 전환사채의 전환가격보다 낮으면 공모가액으로 조정하도록 약정을 해둔 상황이다.
그러나 나머지 FI는 전량 보통주로 전환을 완료해 현실적으로 IPO만이 유일한 엑시트 창구가 됐다. 보로노이는 올 상반기 상장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복안이지만 공모가 하단이 최대 5000억원으로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밸류 5000억원으로 IPO가 이뤄지면 지난해 8월 투자한 CB투자자를 제외한 FI들은 손실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보로노이가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바이오 개발사라는 점에서 IPO를 언제까지 미룰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현재 진퇴양난의 상황일 것"이라며 "결국 손실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IPO를 통한 엑시트를 시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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