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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금융, 신경분리 10년]2년 넘기 힘든 금융 계열사 CEO 거취⑤사업재편 성공했으나 지배구조 한계…경영유의 조치 이후 개선 노력

한희연 기자공개 2022-03-29 08:02:39

[편집자주]

농협중앙회가 신용·경제 사업분리(신경분리)를 단행한 지 꼭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으나 농협금융은 이제 어엿한 국내 5대 금융지주로 우뚝 섰다. 다만 지배구조 면에서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다. 신경분리 10년을 맞아 농협금융의 성장기와 독립 경영을 위한 노력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3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은 2012년 신경분리 이후 지금까지 10년간 총 6명의 은행장이 선임됐다. 한 행장 당 평균 재직기간이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농협은행의 지분은 NH농협금융지주가 100% 갖고 있다. 또 NH지주는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다.

10년 전 신경분리를 통해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분리하며 각 조직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했지만 지분구조의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은 아직 막강하다. 이같은 태생적 특징 탓에 농협의 금융계열사 CEO들의 거취에는 늘 중앙회의 입김이 알게 모르게 작용해 왔다. 주주로서 영향력과 금융회사 경영의 독립성 사이에서의 무게추는 지난 10년간 늘 전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2020년 3월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사임했다. 그는 2018년 1월 농협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3연임에 성공하는 기록을 쓴 인물이다. 하지만 2019년 12월, 3연임 성공 후 석달만에 사임을 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중앙회장의 교체에 따른 영향이었다.

CEO들의 조기 사임은 4년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이다. 2019년엔 이성희 회장이 선임된 바 있다. 전임자인 김병원 회장은 2016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재임했는데 김 회장이 선임된 2016년에도 중앙회 부회장들과 계열사 대표들의 일괄 사표가 있었다.

신경분리 단행 후 10년간 농협중앙회로 향해있는 권력구도는 강했다. 사업별로 별도 법인을 나눴으나 지배구조 면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정점에 있었다. 농협중앙회는 NH지주와 농협경제지주 지분 100%를 보유한 지배주주이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NH지주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은행장 등 금융계열사 CEO 선임에 대한 권한은 결국 NH지주에 있다. 이에따라 NH지주도 지배구조 내부규범 등을 마련해 적법한 절차를 계열사 CEO 인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일 뿐 NH지주 또한 상위 지배구조 상에 있는 농협중앙회의 의중을 무시하긴 힘들다. 지주의 지배구조 규정에 맞춰 자회사 CEO를 결정한 이후라도 중앙회장이 중간에 바뀌고 새로운 수장이 기존 CEO를 교체하기 원한다면 자발적 사임을 권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모든 회사가 마찬가지겠지만 금융회사의 경우 중장기적 경영전략 수립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이를 반영해 대다수의 금융회사들의 CEO 임기는 '2+1(2년 임기후 1년 연임)'을 공식처럼 따르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자회사 CEO들도 장기간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은행의 경우 윤종규 회장이 임기를 시작한 2014년 이후 3명의 은행장(윤종규, 허인, 이재근)만을 거쳤을 뿐이다. 특히 윤 회장이 겸직을 내려놓고 2017년 말 선임된 허인 행장은 지난해 말까지 은행장을 역임하며 리딩뱅크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 기여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0년간 거쳐간 은행장은 4명 뿐이다. 2010년말부터 4년간 은행을 끌어온 서진원 행장 뒤는 조용병(2년), 위성호(2년), 진옥동(3년~)이 책임지고 있다. 하나은행 또한 외환은행과의 통합은행장으로 2015년9월 함영주 행장이 취임한 이후 지성규(2년), 박성호(1년~) 행장 등 3명의 CEO만 거쳐갔다.

농협은행의 경우 CEO 임기가 1년 남짓한 수준이다. 연임이 가능하지만 3연임을 한 사례는 이대훈 행장이 유일했다. 신경분리 이후 신충식(1년9개월), 김주하(2년), 이경섭(2년), 이대훈(2년2개월), 손병환(1년9개월), 권준학(1년2개월~) 행장 등 6인이 거쳐가며 평균 임기는 2년을 채 넘지 못했다. 다만 손병환 행장부터 은행장 초임 임기를 실질적으로 2년씩으로 하며 임기보장을 일부 진행하는 모습이다.



NH지주 회장도 임기가 짧기는 마찬가지였다. 지주 회장의 경우 신경분리 이후 한동안 기획재정부 등 외부 인사가 주로 선임됐다. 농협중앙회 출신의 1대 회장인 신충식 회장(3개월) 이후 신동규(전 재정경제부 국장), 임종룡(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용환(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광수(전 금융위원회 국장)이 회장직을 거쳐갔다. 대부분 1년~2년의 임기를 수행하는데 그쳤다. 김용환 회장만이 3년간 재임했다. 2021년1월에는 내부 출신인 손병환 회장이 2년 임기로 선임됐다.

금융회사 CEO의 임기가 초단기일 경우 장기적인 전략보다는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경영을 하기 쉽다. 임기보장이 안될 경우 단기 영업실적에 집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CEO로서는 무리수를 두기 쉬운 구조가 펼쳐지기도 한다. 지난 10년간 NH금융그룹은 사실상 중앙회의 코드에 맞게 초단기 CEO를 선임하면서 현 지배구조의 한계를 보인 게 사실이었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4월 NH지주에 자회사 지배구조와 관련 경영유의 조치를 의결하기도 했다. 2017년부터 은행 등 계열사 대표이사(CEO) 임기를 1년으로 정해두면서 단기성과 위주의 운영을 할 우려가 있어 이를 시정하라는 결정이었다. 이에 따라 최근 모범규준 등을 일부 개선하는 한편 CEO 임기도 다른 경쟁사 수준에 실질적으로 맞춰나가며 일부 쇄신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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