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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중견그룹]'지배구조 정점' 후성HDS, 무늬만 그룹 지주사?⑤후성·한국내화·퍼스텍 지배력 낮은 수준, 지주사 요건 충족 어려운 상황

박상희 기자공개 2022-03-30 07:55:20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3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은 기업 외형을 키우고 내실을 다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계열사 간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출자 관계는 향후 회사 성장을 저해하는 리스크 요인이 된다. 지배구조는 경영권 승계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후성그룹은 어떨까. 후성HDS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가야 할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후성, 한국내화, 퍼스텍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보유 지분율이 아예 '제로(0)'거나 보유했더라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과 아들 김용민 총괄부회장이 주요 계열사 최대주주 지위를 견고하게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지분 승계와 맞물려 후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후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기업은 후성HDS로 알려졌다. 1983년 6월 설립됐지만 처음부터 지주사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울산공장에서 불화수소산, 프레온가스 및 반도체용 고순도 가스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당초 사명도 울산화학이었다.

2007년 12월31일자로 투자자산을 제외한 사업전체를 후성에 양도했다. 후성은 퍼스텍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탄생한 회사다. 이어 이듬해 2008년 1월1일자로 상호를 울산화학에서 후성에이치디에스(HDS)로 변경했다.

이후 후성HDS는 2009년 8월31일 기준으로 후성물산을 흡수합병했다. 2014년 4월30일 기준으로 아이비에스를 흡수합병했다. 후성HDS는 현재 비상장기업으로, 경영상담 등의 용역 및 소프트웨어용역, 유기·무기화합물의 수출입·판매, 수출입대행을 영위하고 있다.

후성HDS는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지위를 획득한 것은 아니다. △자산 총계 5000억원 이상 △지주비율 50% 이상 △자회사 및 손자회사 주식보유 지분율 규제(상장 20%, 비상장 40%) 등 정식으로 지주사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요건이 상당하다.

후성HDS 출자 계통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후성HDS의 자산총계는 2020년말 기준 1628억원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지만 주요 상장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낮다. 후성그룹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열사를 3개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퍼스텍에 대한 후성HDS의 지분율은 '0'이다. 후성에 대한 지분율은 6.6%에 그친다. 한국내화의 경우 16.84%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보유 지분율은 높다. 후성정공 27.88%, 트래닛 37.42%, 오션스글로벌 66.70% 등이다.

후성HDS가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도 주요 상장 계열사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오너일가의 지배력 때문으로 보인다. 김근수 회장과 김용민 총괄부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김 회장과 김 총괄부회장 두 사람은 각각 지주회사인 후성HDS 지분 79.98%와 9.41%를 보유하고 있다. 주력회사인 퍼스텍 지분을 각각 26.55%, 17.83% 보유하고 있다. 한국내화의 경우 각각 16.88%, 8.57%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후성에 대한 지배력은 김 회장(12.59%)보다 김 총괄부회장(22.76%)이 더 강하다. 결과적으로 주요 계열사 최대주주 위치를 오너일가가 차지하고 있다.

후성HDS의 지주사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선 주력 계열사 지분율 확보가 선행돼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다. 2020년말 기준 후성HDS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3억원가량에 그친다.

최근 들어 후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배구조에 약간의 변화가 일기도 했다. 케이앤엑스와 일광이앤씨를 '삼각합병'하면서 한국내화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던 퍼스텍이 16.84%의 지배력을 보유하게 됐다. 후성HDS의 한국내화에 대한 지배력도 14.3%에서 15.94%로 강화됐다. 삼각합병으로 김근수 회장 부자의 한국내화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은 소폭 낮아진 반면 계열사의 한국내화 지배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비슷한 일은 후성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4분기 특수관계자인 트래닛, 한국내화, 후성정공이 후성 주식을 각 1000주씩을 장내매수했다. 반면 김 회장은 후성 보유 주식 257만9532주를 매도했다. 200만주는 시간외대량매매로, 나머지는 장내매도 했다. 소폭이지만 후성에 대한 오너일가 지분율은 줄어든 반면 비상장 계열사의 후성에 대한 지배력은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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