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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중견그룹]'현대차 방계' 후성은 왜 삼성맨을 영입했나⑥삼성전자 출신 허국 대표 선임…오너 2세 김용민 총괄부회장의 용단

박상희 기자공개 2022-03-31 07:55:36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3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후성그룹은 재무 전략만 보수적이지 않다. 인사·조직 문화도 못지않게 보수적이다. 외부에서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는데 개방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후성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책임자(CEO)는 후성그룹에 입사한 지 30년 가까이 된 인물들이 도맡아왔다.

최근 들어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삼성그룹 출신을 후성 CEO로 선임했다. 후성그룹이 현대차그룹의 방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사다. 여기엔 지난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오너 2세 김용민 후성그룹 총괄부회장의 용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2012~2020년 오너-전문경영인 CEO 체제…김용민 부회장, 지난해 CEO직에서 물러나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후성그룹 창업주 김근수 회장은 2012년 대표 계열사인 한국내화와 후성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그 자리를 아들 김용민 총괄부회장에게 물려줬다. 김 총괄부회장이 2008년 후성그룹에 입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지 4년 만에 CEO 자리에 올랐다는 의미다. 김 총괄부회장은 1976년생이다.

단독 CEO 체제는 아니었다. 기존 CEO와 함께 공동대표체제를 꾸렸다. 부친 김 회장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들이다. 후성의 경우 1952년생인 송한주 전 부회장이 CEO 파트너였다. 한국내화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던 송 전 부회장은 후성이 퍼스텍의 물적분할로 설립될 때부터 함께한 인물이다.

*후성그룹 주요 계열사 CEO 변화

한국내화는 김상배 대표와 함께 이끌었다. 1957년생인 김 대표는 한국내화 재직기간만 30년에 육박한다. 올해가 재직 29년째다. 퍼스텍은 1960년생인 손경석 대표와 함께 했다. 손 대표 역시 퍼스텍 재직 기간이 28년째로,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오너 경영자인 김 총괄부회장과 전문경영인이 공동대표이사를 맡는 CEO 체제는 지난해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총괄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온 것이다. 이로써 후성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인 후성, 한국내화, 퍼스텍은 공동 CEO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단독 CEO 체제가 됐다.

다만 김 총괄부회장은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 멤버로서의 위치는 견고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CEO 자리에서 내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외부 CEO 발탁 용단…1952년생→1965년생 ‘세대 교체’

김 총괄부회장은 지난해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외부에서 CEO를 발탁하는 용단을 내리기도 했다. 후성의 새로운 CEO로 삼성그룹 출신 허국 대표를 선임했다. 1965년생인 허 대표는 서강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전무, 삼성전자 중국총괄 임원 등을 거쳤다.

기존 송한주 부회장은 지난해 말 후성을 떠났다. 송 전 부회장(1952년생)과 허 대표(1965년생)의 나이 차이를 감안하면 세대교체라 봐도 무방한 인사다. 다만 주목해야 할 점은 허 대표가 김 총괄부회장 체제에서 처음으로 발탁한 외부 CEO라는 것, 그리고 삼성그룹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후성그룹이 현대차그룹의 방계로 분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후성그룹을 세운 김근수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외조카이다. 김 회장은 정주영 회장의 유일한 여동생이었던 고 정희영 여사와 고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 사이에서 1948년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삼성전자 출신 영입은 우선 사업적 이해관계도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후성이 영위하는 냉매나 2차전지 전해질, 반도체 특수가스 등은 반도체 사업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론 아버지 세대와 달라진 경영 환경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후성그룹은 초기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범 현대가와의 거래를 통해 사세를 확장해 왔는데, 이제 그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후성그룹 계열사 가운데서도 후성은 영위하는 사업 특성상 특정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다.

2007년 퍼스텍에서 물적분할 된 후성은 처음부터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설립됐다. 2008년 김 회장은 증여를 통해 후성의 최대주주 위치를 아들 김 총괄부회장에게 넘겼다. 같은해 후성에 입사한 김 총괄부회장은 글로벌 팬데믹 발발로 인해 앞당겨진 전기차 시대와 반도체 호황에 따른 후성의 사업적 전성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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