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금융, 신경분리 10년]10년간 배출된 6명 회장…각 CEO 성과는⑥관 출신 회장에서 농협출신까지 시대 따라 역할 변화
한희연 기자공개 2022-03-30 08:02:56
[편집자주]
농협중앙회가 신용·경제 사업분리(신경분리)를 단행한 지 꼭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으나 농협금융은 이제 어엿한 국내 5대 금융지주로 우뚝 섰다. 다만 지배구조 면에서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다. 신경분리 10년을 맞아 농협금융의 성장기와 독립 경영을 위한 노력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5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경분리(신용·경제 사업분리) 작업으로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이래 6명의 회장을 거쳤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계열사들을 거느린 지배구조 최정점에 위치해 있다면 NH지주는 위로 농협중앙회라는 100% 지배주주를 하나 더 두고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이같은 지배구조 하에서 NH지주 회장은 역할과 운신의 폭에서 차이가 있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상단의 지배구조를 한번 더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최대주주의 의중과 자회사의 독립 경영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위치에 있다.
지난 10년간 농협금융지주를 거쳐간 6명의 회장들은 이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각자 다른 역할을 하며 현재의 NH금융그룹을 만들었다.
손 회장은 재무와 금융기획 업무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농협은행과 금융지주, 농협중앙회 등에서 기획과 재무, 글로벌 등 부문을 거치며 금융그룹 전반에 대한 안목을 길렀다. 특히 최근 화두인 디지털경영 면에서도 스마트금융부장으로의 경력을 인정받아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평가됐다.
취임 1년을 갓 넘긴 현재, 손병환 회장은 양호한 성적표를 그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NH금융은 순이익 2조291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조 클럽에 입성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크게 증가하며 호실적을 냈다. 디지털금융과 ESG 등 최근 요구받고 있는 경영화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에는 취임 2년차를 맞아 안정속 질적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과 ESG와 관련해 역량을 집중하게끔 조직에 대폭 변화를 꾀했다면 올해에는 기존 갖춰진 시스템을 세부적으로만 조정하며 전략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성장에 차근차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재 NH금융의 모습을 만들기까지 5명의 기존 CEO들 또한 각각 의미있는 기여를 했다. 역대 CEO들은 지난 10년간 시대가 요구하는 모습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며 성장 단계를 함께 해 왔다.
2012년 3월 NH금융이 출범하며 1대 수장 자리에는 신충식 회장이 올랐다. 신경분리 이후 금융 부문을 책임지는 첫 회장인만큼 인선과정에서부터 주목도가 높았다. 신 회장은 지주 출범 후 석달간 협동조합 수익센터 역할을 강화했으며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른 자회사 간 시너지 창출이 본격화 되도록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회장은 취임 3개월만에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된 만큼 지주회장 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선언, 회장직을 내려놓고 은행장 직만 수행했다. 지나치게 빠른 퇴장에 당시 노조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낙하산 출신을 앉히기 위해 밑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후 선임된 회장들은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 2대 회장으로 2012년 6월 취임한 신동규 회장은 재정경제부 국장과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한 인물이었다.
그는 1년간 농협금융의 안정적 경영기반 마련을 위해 힘썼다. 신 회장은 지주의 운영 기반을 구축하고 손익 목표 달성을 위한 비상 경영을 추구하는 등 새출발한 금융그룹의 조기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
신 회장은 조직의 초기 안정 등에 기여했으나 1년 임기를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실적과 연초 발생한 전산사고 등에 대한 부담 등이 사퇴 결정 이유로 거론됐다.
신 회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지주 출범 첫 해인 지난 1년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러 어려움을 겪는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유능한 인사가 회장직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식 발표 전 임원들을 소집한 자리에서는 '농협중앙회와의 관계에서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해졌다.
신 회장의 뒤를 이어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이었던 임종룡 회장이 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2013년 6월에 취임해 2015년 4월까지 1년10개월간 재임했다. 이때 NH금융그룹은 양적·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딜 인수는 임 회장 재임기간 중 가장 큰 성과였다. 2013년 말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오자 NH금융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대형 금융지주 등이 다수 인수전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했던 상황에서 NH금융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력한 인수의지를 꺾지 않았다.
임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딜을 이끌어 갔다. 공개 석상에서 인수 의사를 공식화하고 농협중앙회 임원 설득에 발벗고 나서는 등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하나의 메시지를 보내며 딜을 완주했다. 결국 2014년 4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고 딜을 마무리 지었다. 우투 패키지 딜은 딜 규모가 1조원을 넘기며 NH금융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M&A 건이었다. 대형 딜의 경우 리더의 의지가 단단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방증한 사례로 기억됐다.
우투 인수로 NH금융은 총 자산 290조원의 금융그룹으로 단숨에 올라섰다. 신경분리 직후 235조원던 자산규모는 2년반에 55조원이 늘게 됐다. 당시 신한과 KB, 하나금융 등과 맞먹는 대형 금융그룹 대열에 끼게 된 셈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비중도 확 올랐다. 비은행 자산 비중은 기존 23%에서 32%대로 대폭 늘었다. 특히 증권업 포트폴리오 비중은 기존 2.6%에서 인수 이후 12.6%로 증가했다.
임 회장은 이밖에도 국내 1호 복합점포 개설, 그룹 기업투자금융(CIB) 체제 가동, 금융지주 최초의 그룹 자산운용책임(CIO)제도 도입 등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단행했다. 이전 회장들이 갓 출범한 금융지주의 조직 안정을 꾀했다면 임 회장은 본격적 수익 창출을 위한 밑그림을 넓게 그려준 셈이다.
임 회장이 금융위원장에 내정되며 바통은 김용환 회장이 이어받았다. 김 회장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한국수출입은행장 출신이었다. 그는 2015년 4월 NH지주의 4대 회장으로 취임, 2018년 4년까지 3년간 재임하며 역대 회장 중 가장 오래 회장으로 역임했다.
김 회장 재임 기간 3년동안 NH금융은 건정성 측면에서 업그레이드됐다. 2016년 농협금융지주는 과거 부실 여신을 한번에 정리하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NH농협은행은 2007년부터 이어진 조선·해운 분야 부실여신을 계속 안고 가고 있었다. 언젠가는 손실처리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김 회장이 그 고리를 끊었다. 빅배스 단행 직후 2016년 상반기는 적자를 기록했다. NH금융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고 빠르게 체제를 정비, 하반기에는 흑자 전환을 이뤘다.
국내 정책기관과 해외 사업 파트너와의 공조를 통해 글로벌 사업기반을 마련한 것도 김 회장의 성과다. 그는 재임기간 중 적극적인 해외 투자와 진출국 다양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기 위해 노력했다.
김용환 회장의 3년 임기가 끝나고 김광수 5대 회장이 취임했다. 그는 금융위원회 국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2년7개월간 NH금융을 이끌었다.
김 회장 임기내 NH금융은 두개의 계열사가 늘었다. NH농협리츠운용과 NH벤처투자다. 그는 리츠운용을 통해 부동산금융 등 시장에 뛰어드는 한편 벤처투자를 통해 대체투자의 지형을 넓히는 등 사업 다각화에 앞장섰다.
디지털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강하게 주문하며 자회사들의 사업재편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이는 신설된 '변화추진국'을 통해 이뤄졌다. 이같은 노력 결과 김 회장 취임 첫해 당기순이익은 1조원을 넘겼고, 이듬해에도 실적 향상 추이를 이어갔다. 김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임되면서 2021년 6대 손병환 회장에게 바통은 넘어갔고 현재까지 성장 레이스는 무리없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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