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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인사체계 대수술]'이대론 안된다' 조직·인사체계 전면 개편①글로벌 컨설팅사 머서 보고서…유연성·리더십·전문성·소통 ‘혁신’ 진단

김규희 기자공개 2022-04-04 08:05:25

[편집자주]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한국은행에서 퇴사자가 급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함께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주요 퇴사 원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내부경영 시스템 혁신 필요성에 공감하고 전문 컨설팅사로부터 조직체계 재설계 진단도 받았다. ‘경영인사 혁신 프로젝트’ 보고서에 담긴 개편안과 한은의 인사 혁신 방향을 살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0일 10: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더 이상 한국은행이라는 조직에 미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통화신용정책을 책임지는 한국은행 조직에 균열이 생긴 건 오래된 일이다. 과거의 한은은 대한민국의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충분한 보수와 함께 다양한 연수 기회를 통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이 있어 ‘신의 직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의 한은은 그렇지 않다. 예전에는 통화정책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는 줄어들고 답답한 조직문화에 치이고 있다는 게 내부의 인식이다. 심하게 말해 '모두 탈출할 생각 뿐'이라는 반응까지 있다.

직원들은 더 이상 한은에서 미래를 꿈꿀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 입행했지만 타 금융권 대비 급여 수준이 낮고 조직문화도 보수적이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한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조직 및 인사체계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은 총재 교체보다 더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

◇ ‘신의 직장’의 몰락…낮은 급여·폐쇄적 조직문화로 퇴사자 급증

지난 8년간 한국은행을 이끌었던 이주열 총재가 이달 31일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내부 출신 총재인 그는 43년간 한은에서 근무한 기록을 갖고 있다. 능력을 인정 받아 염임에 성공,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에서 모두 일한 총재이기도 하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기준금리조정, 미국·캐나다·스위스 등과의 적극적인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한 외환시장 안정 등은 그의 주요 성과로 평가된다.

한은 임직원도 이 총재의 지난 8년간의 통화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지난해 말 한은 노조가 직원 7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0.5%가 ‘긍정’으로 응답했다. 부정평가가 19.3%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성공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조직을 관리하는 한은 '수장’으로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한은 직원의 65.7%가 이 총재의 8년간 내부경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극도로 낮은 임금 인상률이 지속되면서 급여가 사실상 동결됐기 때문이다. 한은 직원들은 후임 총재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할 과제로 급여 정상화(74.7%)를 꼽았다.

한은 직원들의 불만은 잦은 퇴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5급(G5) 이상 퇴직자는 84명이었다. 4년 전인 2017년 20명의 퇴사자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많아졌다. 올해는 1월 한 달 동안 7명의 과장급 이하 직원이 퇴사했다.

직원 이탈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건 처우 문제다. 한은은 과거 높은 임금 및 복지혜택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수년째 0~2% 수준의 임금인상률에 묶이면서 메리트를 잃었다.

이 총재 취임 첫 해인 2014년 한은의 1인당 평균보수는 9622만원이었으나 6년 뒤인 2020년에는 1억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평균 근속연수도 19.3년에서 17.8년으로 줄었다.

금융공기관 임금과 비교하면 차이는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KDB산업은행의 1인당 평균보수는 2014년 9151만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1억1200만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은은 평균 400만원의 보수가 오른 반면 산은은 2000만원 상승했다.

아울러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가로막혀 전문성을 키울 수 없다는 불만도 주요 퇴사 원인으로 꼽힌다.


◇ ‘경영인사 혁신 프로젝트’ 보고서 바탕 중장기 혁신방안 마련

한은은 내부의 불만을 인지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창립 70주년을 맞이해 ‘BOK 2030'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가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이끄는 한국은행‘을 비전을 삼고 비전 달성을 위한 4대 전략목표와 장단기 16개 전략과제를 제시했다.

4가지 전략목표 중 하나가 ‘단계적 인사 혁신’이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한은의 책무와 비전을 안정적으로 달성해나갈 수 있도록 조직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적을 담았다.

외부 전문기관에 컨설팅도 맡겼다. 전문 컨설팅사의 컨설팅 및 직무분석을 통해 조직 체계 재설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은은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머서에게 ‘경영인사 혁신 프로젝트’ 컨설팅을 맡겼다.

머서가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는 조직 및 인사 혁신을 위한 혁신 방안이 담겼다. 'bok 2030'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조직·인사체계 재설계가 이뤄져야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크게 조직영역과 인사영역 등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안정성을 기반으로 유연성과 리더십, 전문성, 소통, 자발성을 추구하도록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직별 최고관리자 임명, TF 및 애자일(Agile) 조직 운영, 지역본부 유형화, 전문가 확보·양성을 위한 채용단위 세분화, 직급체계 전면 개편, 전문가 직책 신설, 성과 중심 평가시스템 개편, 성과급 차등 지급 등 세부 혁신안을 제시했다.

한은은 머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중장기 경영·인사 혁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은의 인사 체계 개편이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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