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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한화자산운용]"특명, 아리랑을 사수하라" 특급소방수 윤준길 팀장5년만에 돌아온 한화맨, '국내 최초 ETF' 3종 책임운용

윤기쁨 기자공개 2022-04-05 08:08:37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4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성장세가 매섭다. 일년새 순자산 총액은 56조원에서 75조원으로 급증했다. 운용사들은 업계 최저 보수를 제시하며 저마다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액티브, 퇴직연금 등 다양한 테마가 등장하면서 경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 윤준길 한화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지난해 9월 특급 소방수로 투입됐다. 2016년 8년간 몸담은 한화운용을 떠난 지 5년 만이다. 한화투자증권 주식운용팀 출신인 윤 팀장은 한국투자신탁운용 액티브운용팀과 NH투자증권 인덱스개발팀 등을 거쳐 '아리랑' 재건과 시장 선점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윤 팀장이 합류한 후 한화운용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ETF팀을 사업본부로 승격하고 운용팀과 컨설팅팀, 상품팀으로 세분화해 역량 강화에 나섰다. 한화자산운용의 ETF 브랜드 'ARIRANG'(이하 아리랑) 규모는 지난달 기준 1조6544억원이다. 전년 동기(1조6048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증가한 수치다. 펀드 수도 41개에서 45개로 늘었다.


◇성장스토리: 프랍·퀀트·액티브·인덱스, 다양한 경력이 ETF 경쟁력으로

윤준길 팀장이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에 흥미를 느낀 건 대학생 때다. 막연히 '주식투자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펀드매니저란 직업을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증권사로 달려갔다. 처음으로 증권계좌를 만들고 한미은행(현 우리은행) 50만원어치를 매수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한 투자는 손실로 끝을 맺었다.

그는 "어렸을 때라 주식에 대해 잘 몰랐는데, 당시 읽은 투자 관련 책들은 모두 거래량이 많은 종목을 사라 했기에 별 고민없이 한미은행을 샀다"며 "(물론 손실을 봤지만) 그때 설렘과 추억이 평생 잊히지 않아 첫 직장을 여의도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선택은 한화증권이었다. 주식운용팀에서 프랍 트레이딩(자기자본 거래)을 담당했다. 그러나 트레이딩 기술보다 종목 분석과 운용에 더 갈증을 느꼈다. 이에 계열사인 한화자산운용 주식리서치팀으로 적을 옮긴다. 기업·산업을 분석하고, 퀀트운용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펀드매니저의 길을 걸었고, 9년 뒤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이직했다.

윤 팀장은 "한화운용에서는 포트폴리오의 특징이나 가치·성장·배당주 등 팩터에 기반한 투자법을 배우고 롱숏 펀드를 처음 운용했다"며 "한국신탁운용에서는 SRI(사회책임투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액티브 펀드를 맡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고 전했다.

2018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NH투자증권 주식 프랍운용팀의 오퍼를 받고 이동하지만, 2년 만에 팀이 해체된다. 진로를 고민하던 도중, 당시 사내 TF팀(태스크포스)인 인덱스개발팀에 들어가 지수개발을 하게 된다. 이때 경험은 향후 지수를 추종해 움직이는 ETF 운용과 상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프랍, 퀀트, 액티브, 인덱스까지 섭렵한 그는 지난해 9월 김성훈 한화운용 ETF사업본부장의 러브콜을 받고 친정으로 복귀했다.


◇투자스타일 및 철학: "가능성 있는 미래를 분석...변수에도 살아남아야"

윤준길 팀장이 가장 좋아하는 학문은 수학이다. 한 문제에 1~2시간씩 생각할 수 있고 직접 풀었을 때의 성취감이 그를 매료시켰다.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좋았고, 재밌는 놀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암기 과목을 싫어했다. 기억이 안 나면 찾아보면 그만이다. 굳이 머리에 왜 다 넣고 다녀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성향은 그의 투자스타일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재무 숫자를 분석하고 풀이하면 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 모습을 해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시장에서 종목을 평가할 때는 미래를 봐야 한다. 투자의 기본은 미래 모습이 실현될 때의 가치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도 있지만, 제도나 사회적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경쟁력은 재무 숫자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윤 팀장은 "자산은 기본적으로 변동성을 가지고 있어 리스크 노출에 대한 대가를 받게 되는데, 방향이 잘못되거나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음의 대가(손실)을 받는다"며 "좋은 투자란 결국 가능성 있는 미래에 자신의 자금을 장기간 노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철학은 그가 운용하는 ETF 성격과도 유사하다. 미래를 잘 표현한 상품은 장기간 보유하고 있으면 방향과 시간의 문제도 보완할 수 있다. ETF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전 콘셉트(테마)를 정하기 때문에,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농축시킬 수 있는 종목만을 담아야 한다. 그가 지수를 개발했던 경험이 신상품 개발에 영감을 주는 이유다.

◇트랙레코드: 미래산업 담은 국내 최초 ETF, '우주항공·희토류·글로벌수소'

한화운용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ARIRANG 우주항공&UAM ETF'를 상장했다. 인공위성, 위성통신, 우주개발, 로켓 등의 산업군을 담았다. 대표 종목은 한국항공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차, 현대위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에서 산출하는 'iSelect 우주항공UAM 지수'를 추종한다. 책임운용을 맡은 윤준길 팀장은 특히 이 상품에 애착이 크다.

그는 "혁신적인 운송수단인 UAM(도심항공교통, Urban Air Mobility) 기업에도 투자하는데 기술 난이도가 높아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분야"라며 "어떤 부가가치를 줄지 상상조차 안 되는 블루오션 산업인 우주와 UAM은 시간 문제일 뿐, 방향성은 확실하다"며 설명했다.

이어 "우주와 UAM 산업은 누구도 상업적으로 개척하지 않았던 공간이기에 그 성장성은 무한하다"며 "역사적으로 이동에 대한 비용을 줄이는 혁신에서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됐는데 도심의 좁은 땅에서 벗어나, 넓은 항공에서 이동하는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에도 △희토류·전략자원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 등 3종의 '국내 최초' ETF를 개발하고 책임 운용 중이다. 모두 올해 출시한 펀드들이다.

희토류·전략자원은 공급은 제한적이고 전방산업이 전기차 등에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전형적인 공급 우위의 산업이다. 수소는 탄소제로 시대에 운송수단, 전력수단 중 가장 이상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낮아지고 있는 공급 비용과 정부 주도의 인프라 확장 등이 맞물려 대중적인 에너지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전사 역량 투입, ETF 상품 다양화 목표

윤준길 팀장이 생각하는 ETF의 장점은 편리함이다. 투자 내역이 투명하고 종목 분산이 가능하다. 편리한 매매와 접근성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결국 가장 효율적인 투자 수단으로 남아 향후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투자자들의 중장기 자산 증가에 도움이 되는 상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가 요즘 최대 관심사"라며 "제도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불가능했던 영역에서도 ETF가 진출하고 있는 등 성장 가능성이 무척 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재생과 인공지능 등 핵심 미래산업이 많지만 실제로 해당 키워드에 속하는 기업들을 정밀하게 선별하고 상품화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라며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투자수단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화운용은 지난해 액티브 ETF, TDF(타겟데이트펀드) 등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국내 최초 상품을 대거 상장하면서 치열한 경쟁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윤 팀장은 "현재 한화운용 ETF사업본부는 모든 인력이 열정을 가지고 나서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굉장한 경쟁력"이라며 "물론 순자산 총액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꾸준히 출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규모도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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