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녹록지 않은 A급 회사채 투심…간접금융도 '글쎄'AA급 대비 절대금리 메리트 희석…은행 대출, 만기 짧고 발행액도 제한적
남준우 기자공개 2022-04-15 07:38:12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3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A급 회사채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AA급 대비 절대 금리 메리트가 희석되면서 주요 투자자인 자산운용사 투심이 감소한 탓이다.일부 기업은 은행 대출 등 '간접 금융'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발행 금리만 놓고 본다면 회사채보다 조달 비용을 훨씬 낮출 수 있다. 다만 만기 구조가 회사채보다 훨씬 짧다. 발행 규모도 금리 수준에 따라 제한적이라 회사채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자산운용사, BM 따졌을 때 A급 매입 유인 감소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채권 시장 분위기가 악화된 탓에 일부 A급 발행사는 간접 금융 시장도 물색 중이다. 트랜치를 막론하고 등급민평·개별민평 수익률이 모두 증가하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4대 채권평가사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3년 만기 회사채 개별민평 수익률은 A- 4.765%, A0 4.3%, A+ 4%, AA- 3.86%, AA0 3.82%, AA+ 3.78% 등이다. 5년물은 A0 4.795%등급, A+ 4.345%, AA- 3.955%, AA0 3.849%, AA+ 3.785% 등이다. 트랜치를 막론하고 연초 대비 120~150bp 가량 상승했다.
A급 회사채 메리트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평가다. 특히 A급 회사채 주요 기관투자자인 자산운용사는 벤치마크(BM : BenchMark)에 따라 채권 매매를 진행한다. A급 회사채와 AA급 회사채 간의 수익률 차이가 감소하고 있어 매입 유인이 사라지고 있다.
BM이란 수익증권의 수익률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 잣대를 의미한다. 수익증권 수익률이 '-'라도 BM 수익률보다 좋다면 성과를 나타낸 것이다. 채권 수익률에서 벤치마크 수익률을 뺀 값을 초과 수익률이라 하는데 이것이 '+'값이어야 좋은 성과다. 절대금리만 놓고 봐도 AA급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금리 상승기 속에서 교체매매도 힘들어 진다. 잔존 기간이 단축됨에 따라 수익률이 하락하고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롤링 효과(Rolling Effect)'를 누릴 수 있다. 유통시장에서는 채권 가격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팔 수도 있다.
반면 최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현재 보유 중인 채권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보유 중인 채권을 새로운 채권으로 교체하며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택하기가 힘들다.
연초부터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 모 건설사도 일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2월 한차례 시장 분위기를 태핑(Tapping) 했다가 4월경으로 조달 일정을 미뤘다. 다만 A급 회사채 기피와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인한 건설채 투심 악화가 겹치며 일정이 한번 더 연기됐다.
◇A급 발행사 대출 금리 3% 중반~4% 중반 수준
일부 회사는 간접 금융 시장을 찾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A급 회사채 투심이 악화되면서 발행 금리가 상당히 높아지자 유동화 증권 등의 대안과 더불어 일정 부분 간접 금융도 검토해보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에서 공급자로부터 수요자에게 자금이 흘러가게 하는 방법에는 크게 '직접 금융'과 '간접 금융'이 있다. 직접 금융은 수요자가 공급자로부터 직접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주식, 회사채 등을 발행한 뒤 증권시장을 통해 개인이나 기관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반면 간접 금융은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금융기관이 개입되어 자금 흐름을 매개하는 방식이다. 주로 은행 대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가계가 일단 은행에 예금하면 은행은 모아진 자금을 기업에 대출해 주기도 하고 회사채나 국채를 구입하기도 한다.
금융 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은행 대출 금리는 국내 A급 발행사의 경우 3% 중반~4% 중반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발행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금리만 놓고 본다면 회사채 발행 금리에 비해 조달 비용을 훨씬 낮출 수 있다.
다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 기관의 경우 대출 기간을 보통 1년 단위로 잡는 편이다. 만기 구조를 장기화해 안정적으로 조달 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 회사채에 비해 짧아져 이전까지 계획했던 차입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발행액도 회사채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회사채처럼 수요예측 과정이 없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금리까지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조달 금리 측면에서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실제 차입 규모는 회사채 조달보다 작아질 여지가 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업체명을 직접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최근에 A급 회사채 투심이 악화되면서 유동화증권 등 다른 대안과 함께 은행 대출을 검토한 곳이 꽤 있다"며 "다만 만기 구조를 단타로 가져가야 하고 금리 수준에 따라 발행액에 제약이 있을수도 있는데 은행과 관련 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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