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조마조마' 1월 회사채 발행기업, 지나고 보니 '위너'교체매매 수요급감, 수요예측 난항…1월 발행 CJ프레시웨이, 미매각에도 AA보다 낮은 금리
남준우 기자공개 2022-02-23 07:49:01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1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변동성 확대로 국내 회사채 시장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보유 채권 평가손실로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할 여력이 낮아지고 있다.발행사별 개별 민평금리도 최대 50bp 이상 상승했다. 2월 이후 수요예측을 진행한 일부 AA급 발행사는 미매각을 경험했던 A급 CJ프레시웨이보다도 높은 금리로 발행한다. IB업계에서는 미매각을 겪더라도 1월 선제적으로 발행한 기업의 선택이 옳았다고 평가했다.
◇21일 기준 발행사 62곳 중 10곳 미매각 경험
2022년 들어 국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속속히 발생하고 있다. 21일 기준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발행사 62곳 중 미매각이 난 곳만 10곳에 이른다. 작년 같은 기간 단 한곳의 미매각도 없던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SK가스의 자회사 울산GPS는 3년물 1000억원, 5년물 500억원 모집에 나선 결과 3년물에만 3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AA0 등급과 ESG채권이라는 메리트가 있음에도 의외의 결과다. 같은 SK그룹 소속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도 3년물 1000억원 모집에 단 하나의 주문을 받지 못했다. SK어드밴스드(A0)도 2년물이 미매각이다.
공장 폭발사고로 곤혹을 치른 여천NCC(A+)는 단 하나의 주문도 받지 못한 채 모집액 2000억원을 1200억원으로 감액해 발행한다. 주관사와 인수단으로 참여한 증권사가 모든 물량을 담당한다.
수요예측 때 마다 단 한번의 미매각도 낸 적이 없던 미래에셋자산운용(AA0)도 5년물에 참여한 기관투자자가 없었다. 이외에 LS전선(A+)과 CJ프레시웨이(A0)도 미매각을 겪으며 금리밴드 최상단으로 발행 금리를 확정지었다.
국내 회사채 발행 시장에 냉기가 지속되는 이유는 단연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수요예측 당일이던 14일에는 기획재정부의 14조원 추경 발표가 있었다. 이에 3년물은 전일 대비 6.6bp, 5년물은 9.7bp 가량 상승하며 큰 변동성을 보였다.
◇금리 상승기, 기관투자자 '교체 매매' 난항
IB업계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 인플레이션 등 국제적 이슈 따라 국내 회사채 시장 투심은 3월까지 악화될 것으로 평가했다.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1.25%로 동결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금리 상승 압박은 여전하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높아지는 물가 흐름을 고려해 한은이 금리 조정 시점을 3분기로 미루기보다 2분기로 앞당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3월 대통령 선거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종료 등 일정을 감안하면 5월에 수정경제전망 발표와 함께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기에는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교체 매매'가 더욱 어려워진다. 채권 시장에서 교체 매매는 수요예측 참여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기관투자자는 수요예측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크게 외부 자금 유치, 기존 자산 매각이라는 두 가지 루트를 사용한다. 통상적으로 외부 자금 유입은 큰 변동이 없다. 기존 자산을 교체 매매하며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는 이유다.
기존에 매입한 채권의 만기가 짧아지면 금리도 하락한다. 잔존 기간이 단축됨에 따라 수익률이 하락하고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롤링 효과(Rolling Effect)'를 누릴 수 있다. 유통시장에서는 채권 가격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잔존 기간이 10년인 채권을 7.5%로 매입했다가 2년이 경과해 잔존 기간이 7년이 되어 금리가 7.4%까지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채권 매입자는 0.1%의 수익률 하락에 의한 시세 차익과 그동안의 경과 이자를 투자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반면 현재와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얘기가 다르다.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현재 보유 중인 채권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보유 중인 채권을 새로운 채권으로 교체하며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택하기가 힘들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교체 매매가 상대적으로 힘들어지는 만큼 기관 투자자의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 빈도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미매각이 예년에 비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1월 비교 A급 30~40bp, AA급 최대 50bp 가량 상승
채권 시장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IB업계에서는 1월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발행사가 승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매각으로 금리밴드 최상단으로 발행했다 할지언정 최근 발행사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
실제로 1월 3년물 회사채 미매각을 경험한 CJ프레시웨이는 개별민평 대비 금리밴드 최상단인 +20bp를 가산해도 발행 금리가 3.044%에 불과하다. 비슷한 시기 5년물 미매각을 경험한 LS전선도 3.232% 수준이다.
국내 4대 채권평가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3년 만기 회사채 개별민평 수익률은 A0 등급 3.74%, A+ 등급 3.416%, AA- 등급 3.249%, AA0 등급 3.186%, AA+ 등급 3.135% 등이다. 불과 한달 전과 비교하면 A0는 30bp, A+는 40bp 가량 높다. AA급은 최대 50bp 이상이다.
이를 감안할 때 3년물의 경우 여천NCC는 3.7%가 예상된다. AA급인 울산지피에스나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3.5% 이상이 예상된다. 한달 전 미매각 난 A급 회사채보다도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설 연휴 전후로 수요예측 일정을 두고 고심하다가 뒤로 뺐는데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발행 당시에는 분위기가 안좋았을지라도 돌이켜 보면 1월에 미매각을 겪더라도 선제적으로 발행한 곳들이 승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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