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13일 08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이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한 말이다.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뜻이다.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 혼란을 겪던 시기였다. 정치, 사회적인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자 내부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경제 문제만큼은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실리를 챙기기 위한 정책이 도입됐다. 중국식 개혁개방정책의 시작이다.
지난달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경제·금융당국 수장 인선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정권이 바뀐 영향으로 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등 경제라인과 산하 금융공공기관장이 교체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도 있다.
인수위는 전문가들로부터 추천받아 후보군을 꾸린 뒤 검증 작업에 들어간다. 검증에는 다양한 기준이 작용한다. 지역과 학교는 물론이고 출신 성분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경제 관료는 민간 전문가, 학자와 함께 항상 후보군에 오르는 성분 중 하나다.
관료를 당국 수장에 앉힐 경우 하나 더 추가된다. 바로 출신 정권이다. 어느 정권에서 고위 관료를 지냈고 얼마나 근무했느냐가 주요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작용한다.
고위공무원들의 불만이 나오는 지점이다. 행시 출신 고위 관료들은 대부분 정치색이 없다. 경제·금융정책을 총괄한다는 사명감 하나만을 바라보고 국가고시에 응시했고 오랜 기간 나라 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했다.
그러다보니 근속연수가 쌓였고 5급 사무관에서 4급 서기관으로, 이어 3급 부이사관, 2급 이사관, 1급 관리관으로 승진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차관까지도 올랐다.
중요한 점은 이들의 승진 기준이 출신 지역도 학교도 아닌 ‘능력’이었다는 것이다. 관료로 일하면서 경험과 실력이 성장했고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할 시기에 승진했을 뿐이다. 결코 어떤 정권을 따랐느냐가 아니다.
실제로 고위 경제관료 출신의 한 금융공공기관장은 자신을 민주당 정권 인사로 분류한 언론 기사에 대해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본인은 정치적 고려 없이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했을 뿐인데 불필요한 ‘꼬리표’가 따라붙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현재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코로나19 장기화 및 미국발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등 악재가 산적해있다. 어느 때보다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전문성이다.
과거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물이라는 건 그만큼 출중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출신 정권은 인선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상관없다. 경제를 살릴 인물이 등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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