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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IT→서버·전장용 '다변화' 밸류도 재평가될까 [테크기업 밸류분석]FCBGA 증설효과 가시화, 파워트레인용 MLCC 양산 시점은…최소 2024년 이후

김혜란 기자공개 2022-04-21 13:29:31

[편집자주]

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8일 13: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기가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는 자동차전장(전자장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 플립칩 볼그레이드어레이(FC-BGA)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출처를 다변화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삼성전기는 컴포넌트(MLCC 주력)를 비롯해 광학(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패키지솔루션(반도체 기판)까지 전 사업부문 모두 정보기술(IT)용 부품에 편중된 탓에 밸류에이션이 IT 업황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취약점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버·네트워크, 전장 부문으로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넓혀 체질을 개선하고 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이다.

◇전장용 제품군 다각화 의미는…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

삼성전기가 최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자동차 파워트레인용 MLCC는 전장용 제품 중 가장 기술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 장벽이 높아 지금까지 일본 무라타와 TDK 등 소수 기업만 양산하고 있을 정도다.

삼성전기는 기존에도 네비게이션, 오디오, 후방 카메라 등에 들어가는 전장용 MLCC를 생산하고 있었으나, 이들 일반 전장용 MLCC는 125℃까지 견디는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 이번에 개발한 파워트레인용 MLCC는 150℃를 보증하는 제품이다. 자동차의 핵심 구동장치인 파워트레인은 내연기관차의 엔진, 전기차의 모터 등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에 서 열이 많이 발생해 더 높은 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개발 성과는 삼성전기가 파워트레인용 시장 진입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글로벌 전장용 MLCC는 일본 기업들이 시장점유율 약 80% 전후로 독과점하고 있으며 삼성전기는 후발주자다.

삼성전기에 따르면 작년 전체 MLCC 시장 점유율은 25%로 일본 무라타에 이어 세계 2위지만, 전장용 MLCC 분야만 놓고 보면 10% 미만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등 IT 제품군 위주로 성장해왔고 전장용 시장에선 상당히 취약했다는 걸 방증한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파워트레인용 고온 MLCC13종. 가로 3.2㎜, 세로 2.5㎜인 3225 크기에 22㎌(마이크로패럿)의 고용량 제품부터 1608 크기에 220㎋(나노패럿) 용량의 소형 제품까지 다양한 크기와 용량으로 개발했다. (자료=삼성전기)

한 증권사 연구원은 "요즘 IT 시장은 계속 안 좋은 반면, 산업 쪽에선 서버·네트워크와 자율주행차, 전기차 시장은 업황이 좋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란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며 "2019년까진 전장용 MLCC의 삼성전기 내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 중·후반까지 갔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위축됐다가 작년부터 다시 회복하는 모양새다. 올해, 내년엔 두 자릿수 비중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기판도 '스마트폰→서버·네트워크' 투자 무게중심 이동

삼성전기의 최근 투자의사 결정을 보면,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문에서도 IT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탈피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지금까지는 주로 스마트폰용 반도체 기판을 고객사에 납품하며 성장해왔는데, 올 초 FC-BGA에만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역대급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달라진 기조를 보여줬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기판을 연결해 전기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부품으로 PC, 서버, 네트워크 등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쓰인다. 성장잠재력이 큰 데이터센터, 5세대이동통신(5G) 통신 기지국 시스템에 사용되는 고부가반도체 기판인 FCBGA 사업을 키우기 위해 대규모 투자금을 집행하겠단 것이다. 이 시장도 현재는 이비덴과 신코덴키 등 일본 업체들이 꽉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을 누르고 퀀텀점프하기 위해선 스마트폰 사업 비중은 안정적으로 시장지위를 유지해가되 성장성이 큰 산업·전장용 시장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게 삼성전기의 판단이다.

◇캐팩스 1조 넘을듯, 매출 인식은? 2024년부터

제조업에선 생산능력(CAPA, 캐파)이 매출과 직결된다. 삼성전기가 올해 MLCC와 FCBGA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집중하면서 연간 자본적 지출(CAPEX, 생산설비투자)도 조 단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투자 효과가 매출로 가시화되는 시점은 최소 2024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올 초부터 FC-BGA 생산라인 증설에만 1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금은 2년간 나눠 집행되나 업계에선 착공을 시작하는 올해 1조원 가까이가 실제로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이후 2년 연속 1조원 미만에 머물렀던 CAPEX 집행액이 올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캐파 증설분이 본격적인 매출로 발생하는 시점은 완공 이후인 2024년께부터다. 파워트레인용 MLCC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개발을 완료한 상태라 향후 고객사를 확보해 시험생산과 양산까지 성공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린다.

양산이 시작돼야 매출처 확보, MLCC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전장용 MLCC는 중국 텐진, 부산사업장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 중 파워트레인용은 어디에서 생산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MLCC 생산기지는 이미 구축돼 있어, CAPEX는 시장의 성장 속도, 수주물량, 일본 등 경쟁사의 움직임 등을 보며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객사가 확보돼도 전장용 제품은 안전 문제로 테스트가 1~2년 이상 걸리는 탓에 최소 2024년 이후가 양산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2024년 전후가 큰 성장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현재는 삼성전기 전체 이익의 MLCC가 전체 이익의 70%를 책임지고 있어 MLCC 업황의 방향성이 주가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IT 수요 둔화로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는데, 점차 체질 개선을 이뤄나가면서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도 해소될지 주목된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연구원은 "향후 매출 구성의 경우 IT 제품 의존도를 축소하고 성장산업 향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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