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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DB하이텍]끊이지 않는 매각설, 가능성 얼마나 되나②지금 몸값이 최대? 지주사 강제전환 이슈와 맞물려 매각설

김혜란 기자공개 2022-04-26 14:44:43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0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하이텍은 그간 구조조정·매각설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최대 위기는 2010년대 초반에 이미 겪었다. 당시 DB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은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등 주력 제조계열사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으나 DB하이텍만은 지켜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러 8인치(200㎜) 파운드리 호황을 맞아 우량회사로 완전히 달라진 지금에도 DB하이텍은 매각설에 휘말려 있다. DB그룹은 "매각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확고하나 시장 일각에선 DB Inc.가 지주회사 강제전환 이슈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결국 지분 매각을 검토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DB하이텍은 작년 말로 자산과 지주비율(자회사 지분가액/모회사 총자산)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기준을 넘어 법에서 정한 행위제한을 2년 안에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동성 위기 때나, 초호황기에나 언제나 '매각설'

DB하이텍은 창업주가 악전고투 끝에 지켜낸 회사다. 반도체 생산을 수탁받아 만들어주는 파운드리 사업은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 DB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2013년 DB하이텍도 매각 리스트에 올렸다.

그러나 김준기 전 회장은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하면서 DB하이텍을 놓지 않았다. DB하이텍은 그 해 흑자전환한 뒤 작년 말 기준 영업이익 4000억원 규모의 계열사로 성장했다. 2020년부터 8인치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을 맞아 파운드리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이다.

이처럼 김 전 회장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착과 의지는 유명하다. 남다른 상징성을 가진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를 정리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란 현재로선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DB하이텍 미등기 상근회장으로 등재돼 있고 여전히 그룹 영향력이 있는 상황에서 DB하이텍을 정리하긴 쉽지 않다고 본다"며 "LG그룹이 구광모 회장으로 4세 경영으로 넘어간 뒤에야 대대적 사업개편이 이뤄진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위:억원)

◇8인치 파운드리 호황 끝나간다? 기업가치 따져보니

지금은 8인치 실리콘(Si)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업황이 워낙 좋지만 DB하이텍이 언제까지 구형인 8인치 팹(Fab·공장)만 붙들고 있을 순 없다. 분명히 12인치나 그 이상으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 온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8인치는 앞으로 2~3년 호황을 유지하다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질화갈륨(GaN)과 탄화규소(SiC) 분야 신사업도 준비 중이나 투자부담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앞선 관계자는 "10년간 고군분투해 겨우 반도체 사업 기반을 다졌는데 또 다시 10년 넘게 신사업에 돈을 쏟아부으며 고생해야 한다면 차라리 매각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시장의 평가가 매각설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지주사격인 DB Inc.의 총자산과 DB하이텍 지분가액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 기준 안에 들어와 어떻게든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기존 사업의 불확실성, 막대한 투자 부담, 지주사 전환 문제 등 DB하이텍이 안고 있는 이슈들이 맞물리면서 시장에서 매각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이미 DB Inc.가 지주사 강제전환 이슈에 대비하기 위해 매각을 포함해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했으나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DB하이텍이 분기별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기 시작한 작년 3분기쯤 인수를 타진한 기업들이 있었다"며 "당시 거론됐던 기업가치는 5조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DB하이텍의 작년 말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가 5439억원, 순현금이 115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에비타 멀티플(EV/EBITDA)을 보수적으로 10배 잡아도 밸류에이션이 5조원을 훌쩍 넘는다. 올해 증권사에서 예상하는 DB하이텍 에비타가 6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기업가치는 더 올라갈 전망이다. 최근 주요 증권사는 최근 DB하이텍의 목표주가를 10만원대까지 올리기도 했다.

덩치가 커지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높이 격차는 더 커지고 거래가 힘들어질 수 있다. DB그룹도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DB하이텍 10년간 주가 추이(자료:네이버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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