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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코뿔소가 온다…디스플레이 특별법은 선택 아닌 필수"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손현지 기자공개 2022-05-16 15:03:30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3일 07: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 생각에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은 딱 회색코뿔소가 다가오는 형상입니다."

회색코뿔소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나온 개념이다. '멀리 있는 줄로만 알았던 회색코뿔소들이 어느순간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는 뜻이다. 계속된 시그널들을 방치하다가 큰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상징하는 단어다.

지난주 서울 강남에 소재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본사에서 만난 이동욱 부회장(사진)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회색코뿔소'에 비유했다. 중국의 추격속도가 워낙 빠른데 그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 액정표시장치(LCD) 주도권을 삽시간 뺏겼듯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다.

이 부회장은 "현 상황을 그냥 내버려두면 대형은 4년, 중·소형은 1~2년 내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중국업체(회색코뿔소)들은 어느순간 국내 디스플레이 생태계를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드디어 특별법에 디스플레이 포함…"실효성 있는 후속조치 뒤따라야"

이 부회장을 만난건 지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특별법)에 디스플레이 분야를 포함하는 육성방침을 밝힌 직후였다.

특별법 방향성은 이전 정부때와는 사뭇 기조가 바뀐 형태다. 특별법이란 국가 미래 전략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투자, 세제혜택, 연구개발(R&D) 인력육성 등 전방위 지원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이다. 특별법 적용대상에는 '반도체·2차전지·백신' 등 3개 산업만 선정되고 디스플레이는 제외됐었다.

이 부회장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특별법에 디스플레이를 포함시키는 정책 방향성이 나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협회차원에서 입법 과정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별법' 포함이 정부 지원정책의 첫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특별법 대상에 올라야 기재부 소관의 조세특례제한법 내 국가전략기술로도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법 제정 이후에도 정부의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법보다 더 중요한 게 실행이다"며 "시행안, 예산이나 규제완화 등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 의견을 두루 수렴하고 브릿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LG 패널사 투자 유도, 생태계 확대 첫걸음

정부 차원의 '세제 인센티브' 제도 등은 민간기업의 투자도 유도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대안이다. 한 대형 디스플레이 임원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표 패널 제조사들의 그룹 내 위상이 그리 높진 않다"며 "성과에 기반한 투자전략을 짜야하는 민간 디스플레이사 입장에선 정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룹차원의 투자 의결을 따내기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삼성과 LG의 소극적 투자기조는 하청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업체) 업계까지 '낙수'효과로 이어진다. 소부장 업체들은 최근 디스플레이 수요가 막히자 2차전지, 태양광, 반도체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중국 등으로 거래선을 넓히려고 해도 최근 상하이 락다운 등의 영향으로 쉽지 않다. 결국 디스플레이 생태계가 점차 쪼그라드는 '악순환' 구조가 구축됐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혁신은 곧 전자기기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만큼 그 중요성이 높다. 시설투자 규모로는 반도체에 이어 2위에 해당할 정도로 국내경제·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군이다. 투자만 잘 이뤄진다면 반도체업계 보다도 내수 활성화, 고용창출에 유리하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기술은 정부의 R&D투자 50% 세액감면 대상에서도 빠져있을 정도로 정부의 지원책이 미비한 실정이다.
*지난달 디스플레이 발전전략 협의체가 출범했다. (왼쪽부터)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대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황치선 본부장,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철종 센터장, 홍익대학교 김용석 교수(디스플레이산업단장), KAIST 박상희 교수(KIDS학회장),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이동욱 부회장, LG디스플레이 신성필 상무,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 박찬기 과장, 삼성디스플레이 이기승 부사장, AP시스템 정기로 대표, 덕산네오룩스 이범성 대표, OMDIA 박진한 이사

이 부회장은 "중국 디스플레이 생태계가 급속도로 확대된 배경에는 정부의 지원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 정부는 패널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에도 관세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을 위해 토지나 건물, 용수, 전기 등 인프라 시설을 무상지원했다. 법인세 감면, 목표 수율을 달성하면 격려금 지원, 적자발생시 보조금까지 지원한다.

그는 "디스플레이는 반도체, 배터리 분야와 같이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 경쟁이 아닌 한국과 중국간 양자 경쟁"이라며 "정부지원책은 절실하다"고 재차강조했다.

◇디스플레이 첫 '협의체' 출범…'중견'소부장업체 지원책 고민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행정고시 34회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장관비서관,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 산업부 중견기업정책관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성장동력정책과장을 맡던 시절 '산업융합촉진법' 제정 등 신산업창출정책을 총괄했던 계기로 디스플레이산업에 대한 혜안을 갖게 됐다.

그의 취임 후 첫 행보는 '디스플레이 발전전략 협의체'(협의체) 신설이었다. 민간과 정부 쌍방향 소통채널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삼성, LG 등 패널사들과 소부장 관계자, 학계 등 산·학·연 전문가 11명을 모았다. 그는 특별법 제정 등 시급한 정책과제를 위해선 민간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최근 업계 실무자들의 애로사항 파악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들어 벌써 7개 소부장 업체들을 직접 찾아 니즈를 듣고 있다. 그는 "원천기술이 강한 미국이나 유럽쪽 연구소와 국내 소부장 업체간 협력을 주선할 것"이라며 "OLED 기술만 하더라도 발전하기까지 십수년이 걸린 만큼 원천기술을 단기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물류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봉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인한 물류지연으로 원부자재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정부와 협력해 핵심 소재, 부품에 대해서는 수급, 재고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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