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러시아 사업 정세 영향에 '주춤' 1월 KT RUS LLC 설립, 헬스케어·IDC·교통사업 등 거점활용 계획 틀어져 관망
이장준 기자공개 2022-05-23 10:27:14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8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올 초 러시아 본격 진출을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파악됐다. 헬스케어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특히 러시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5년 가까이 공을 들이기도 했다.하지만 대외 변수에 부딪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제가 강화하면서 사업재개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워지자 관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5년 가까이 공들인 러시아 헬스케어 사업, 올 초 현지거점 마련
KT는 지난 1월 24일자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KT RUS LLC' 법인을 설립했다. KT가 지분 100%를 보유한 종속기업이다. 3월 말 기준 러시아 법인의 총자산은 15억원 규모로 영업수익은 없지만 35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업종은 해외 투자사업으로 분류했다. KT는 일본(KT Japan Co., Ltd.), 미국(KT America, Inc), 싱가포르(Korea Telecom Singapore Pte.Ltd), 필리핀(KT필리핀) 등에 해외 투자사업을 전담하는 법인을 두고 있다.
러시아 법인은 분기보고서상 주요 사업으로 △헬스케어 △IDC △교통사업 등을 기재했다. KT는 이들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현지거점으로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KT가 5년 가까이 공을 들이기도 했다. 2017년 황창규 전 회장 시절 KT와 부산대학교병원은 러시아 극동투자청과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당시 심혈관 질환 등을 신속 진단할 수 있는 모바일 진단 솔루션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교병원에 시범 설치했다.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경제연합 5개 국가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확대하는 초석이었다. 부산과 블라디보스토크 간 정기항공과 선박노선이 개설돼 있어 국내 모바일 진단 솔루션 스타트업 및 중견기업과 동반 진출 가능성도 기대를 모았다.
이듬해에는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 스베르방크와 헬스케어 사업 추진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양사는 KT의 모바일 진단 기기 및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활용한 원격 의료사업을 공동 기획, 연구·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모스크바의 러시안 레일웨이즈(Russian Railways) 제1중앙병원과 지방병원 5개소에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및 솔루션을 구축하는 등 시범사업을 개시하기도 했다. 러시아 및 유럽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어센드케어(Ascend Care Limited)와 공동으로 시장 진출을 약속할 땐 구현모 당시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IDC 등 현지 사업 확장 계획…대외 불확실성에 사업 재개·철수 결정 어려워
구현모 대표 체제로 바뀐 이후에도 러시아에 대한 관심은 이어졌고 진출을 타진하는 사업영역도 다양해졌다. 작년 9월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정부와 인공지능(AI) 스마트 주차장 관제시스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KT의 AI,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해 현지 주차장 운영효율을 높여 교통체증을 완화하는 작업이다.
올 1월에는 러시아 최대 IT기업 얀덱스(Yandex)그룹과 AI, 로봇, 자율주행 분야 사업협력을 약속했다. 다음 달에는 러시아 최대 민간 의료법인 메드시 그룹(MEDSI Group)과 현지 건강검진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또 러시아 유무선 최대 통신기업인 MTS와 △러시아 IDC 구축 △AI 기반 영상·음성 솔루션 기술협력 △미디어 콘텐츠 교류 및 지식재산권(IP) 확보 등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하지만 그 직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러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현지판매를 중단했고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수출 및 금융 제재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KT도 국제정세를 관망하고 있다. 내수산업인 통신업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DIGICO)를 지향하는 만큼 기술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해외 진출 기회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지사업 재개나 철수 등을 결정하기 곤란한 상황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법인은 출범 직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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