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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멀티전략]안정성 높은 투자 구조, 왜 뒤늦게 조명받나②기관→개인 수익자 저변 확대…운용상 리스크 관리 ‘과제’

이민호 기자공개 2022-06-07 08:08:41

[편집자주]

최근들어 멀티전략 헤지펀드가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로 증시 침체가 지속되면서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진데 따른 결과다. 다양한 자산과 전략의 믹싱으로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인 멀티전략은 그동안 주식형 대비 낮은 수익률과 운용상 어려움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각 운용사가 대체투자 조직과 인력을 확보하면서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멀티전략 헤지펀드 부흥의 배경과 운용사들의 대응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년 월 일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었던 멀티전략(Multi-Strategy) 펀드에 개인투자자의 진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락장에서도 안정적인 성과가 빛을 발하고 있는 덕분이다. 하지만 변동성 축소를 위해 비시장성 자산에 대한 편입비중을 늘리면서 개방형 구조상 고도의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등의 태생적 한계는 멀티전략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투자자 안정적 자금운용 이점 ‘부상’

최근 수년간 멀티전략 헤지펀드는 고액자산가들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국내 증시 급락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대세 상승장이 1년 넘게 펼쳐지면서 레버리지를 이용한 주식 롱온니(Long Only) 등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에 자금이 집중됐다.

오히려 자금규모가 큰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산배분 목적으로 멀티전략 헤지펀드에 대한 가입 수요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멀티전략이 다양한 자산과 전략을 믹싱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연 6~8% 수준의 수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로서는 일정 자산을 배분해 안정적인 성과를 확보할 유인이 존재했다.


이런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노린 대표적인 상품이 NH헤지자산운용의 ‘NH 앱솔루트 리턴’이다. NH헤지자산운용이 NH투자증권 인하우스 헤지펀드 시절이었던 2016년 8월부터 운용하고 있는 이 펀드는 기관투자자만을 대상으로 수익자를 모집하고 있어 최소가입금액도 50억원으로 크게 높다. 올해 4월말 기준 설정액이 6604억원으로 국내 멀티전략 단일상품으로는 운용규모가 가장 큰 만큼 기관투자자들의 꾸준한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이 펀드는 목표수익률을 연 15% 수준으로 잡고 있는데 이를 위해 메자닌, 비상장·프리IPO, 주식 롱과 롱숏, 차익거래, 사모투자펀드(PEF) 재간접투자 등 10여 가지 전략을 믹싱한다. 올해 들어 4월말까지 코스피지수 수익률이 마이너스(-) 9.5%에 머무는 동안 이 펀드 수익률은 -2.8% 정도로 양호한 하락 방어력을 나타냈다. 연간으로도 2020년 15.2%과 지난해 17.2%를 달성하면서 장기적인 안정성을 증명해냈다.

다만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이 멀티전략 헤지펀드로 몰리기 시작하는 이유를 기관투자자와 같은 자산배분 목적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대세 상승장이 꺾이고 손실이 쌓이면서 '잃지 않는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운용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프라이빗뱅커(PB)와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에 대규모 신규자금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개방형구조 약점, 리스크관리 고도화 능력 요구

기존에 멀티전략 헤지펀드의 출시가 적었던 이유가 단순히 수익자나 시장 상황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멀티전략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데는 일반사모운용사 측면에서도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먼저 자산별로 담당 매니저를 확보해야 한다. 이런 멀티매니저(Multi-Manager) 시스템을 취하면 운용사로서는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특정 매니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전사적인 운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담당 매니저의 퇴사 등 이유로 다른 매니저가 그 자리를 대신했을 때 운용성과에 차이를 나타낸다면 멀티전략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대부분 멀티전략 헤지펀드에 팀 어프로치(Team Approach)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시그니처 멀티전략 라인업인 ‘The Time’ 시리즈에 대규모 자금을 유입할 수 있었던 것도 멀티매니저 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얻은 이유가 컸다.

무엇보다 멀티전략 헤지펀드 운용에는 고도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이는 다양한 자산군을 편입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운용상 어려움이다. 멀티전략은 시장성 자산과 비시장성 자산에 동시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시장성 자산인 상장주식과 상관관계가 적은 사모사채, 사모투자펀드(PEF) 수익증권(재간접투자), 비상장주식, 부동산 관련 대출채권 등이 모두 비시장성 자산에 해당한다.

시장성 자산과 비시장성 자산을 함께 편입한다면 폐쇄형 구조가 운용에 더 용이하다. 펀드 만기에 맞는 비시장성 자산을 편입해 만기 미스매칭 위험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사모펀드 제도개편으로 일반투자자 대상 펀드가 비시장성 자산에 자산총액의 50% 초과 투자할 경우 반드시 폐쇄형 구조를 취해야 하지만 50% 이하일 경우 이 조건이 강제되지는 않는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 특성상 폐쇄형 구조로는 자금을 모집하기 쉽지않다. 1년 이하 단기간에 수익을 확정하고 환매하는 형태를 가장 선호하기 때문에 3년 수준까지 자금을 묶어둘 수익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사모펀드 최소가입금액이 3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이후 이런 경향은 더 강화됐다. 특히 멀티전략 주요 자산군에 상장주식이 일단 포함되기만 하면 개방형 구조로 출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운용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폐쇄형 설정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시장성 자산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늘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개방형 펀드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 환매요청이 발생했을 때 비시장성 자산을 적시에 현금화하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 이 경우 환매가 연기되면서 펀드의 정상적인 운용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운용사들은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운용사 자기자본이나 대주주 자본 등 사실상 통제가 가능한 자금을 시드머니 성격으로 높은 비중으로 펀드에 투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잔존만기(듀레이션)가 각기 다른 자산을 골고루 편입해 현금화 시기를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일정 기간 내에 환매할 경우 환매수수료를 높게 책정해 환매 유인을 떨어뜨리거나 애초 최소가입금액을 크게 높게 잡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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