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다각화 모범생 SFA, 첨단산업 종합장비사로 우뚝 [테크기업 밸류 분석]성장성 높은 2차전지 장비 라인업 확대…"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
김혜란 기자공개 2022-06-13 12:57:01
[편집자주]
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9일 19: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FA는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회사 가운데 사업 다각화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기업이다. 2016년 이후 회사 성장전략의 방점은 매출처 다변화로 실적 변동성을 축소하고 장기적 성장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데 있었다.그 결과 SFA는 높은 디스플레이 장비 의존도에서 벗어나 반도체와 2차전지 분야까지 고른 매출을 내는 종합 장비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2016년 이후 주가 흐름은 횡보했으나 사업 영역 다각화의 결실이 점차 숫자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지도 관전포인트다.
◇디스플레이→2차전지·반도체·유통 장비까지 제품군 확대
SFA에 따르면 지난해 말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별도 기준)은 44%로 집계됐다. 대신 2차전지 사업부문 매출 비중이 22%까지 올라왔다. 2017년만 해도 전체 매출액의 86%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만 나왔단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편중도가 상당히 개선된 셈이다.
나머지 반도체와 유통, 글라스(디스플레이용 글라스 제조설비) 부문도 각각 전체 매출액의 11%를 책임졌다. 올해 들어선 매출처 다변화 효과가 두드지게 보인다. 1분기 2차전지 매출 비중이 50%로 크게 늘어난 반면 디스플레이는 26%로 축소됐다.
SFA는 원래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이송장비 위주 사업구조를 갖고 있었다. 회사의 2대 주주이기도 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력 고객사였다. 김영민 SFA 대표이사는 "과거엔 단일산업(디스플레이), 단일 고객사(삼성디스플레이)에 의존하다 보니 고객사의 투자전략에 따라 회사 실적변동이 큰 리스크가 있었다"며 "이런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2015년 이후 사업 다각화, 고객사 다변화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현재 SFA의 제품군은 크게 물류시스템과 공정 장비, 검사·측정 장비 세 분야로 나눠 볼 수 있다.
물류시스템 관련해선 쿠팡 등의 물류센터에 들어가는 일반물류 장비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쓰는 이송장비 등이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 기반인 유리원장을 완성품인 모바일·TV 패널로 만드는 전 과정에서 디스플레이를 이송하는 자동화 장비를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에 납품 중이다.
반도체공장 라인에 깔리는 OHT(Overhead Hoist Transport)도 SFA의 주요 물류 관련 제품 중 하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공장 내부 천장에는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다음 공정단계로 이동시키는 레일과 레일을 다니는 차량(OHT 장비)이 설치돼 있다. 과거엔 사람이 직접 웨이퍼를 들고 날라야 했다면 지금은 OHT 같은 자동이송시스템으로 굴러간다.
특히 OHT는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돼 스스로 전체 레일 위 이동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해 각 이송체가 최단시간 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최적의 경로를 선택한다. SFA는 "반도체 이송장비가 정체되거나 고장으로 중간에 멈춰 시간이 지체되면 불량이 생겨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며 "OHT는 (차량의) 고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미리 잡아내 알려주기 때문에 중간에 기계가 갑자기 멈추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장비에는 첨단 사물인터넷(IoT)과 AI 등이 적용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 생산성 향상과 불량률 최소화에 도움을 준다. SFA가 디스플레이·반도체 생산라인의 '스마트팩토리'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 핵심먹거리는 2차전지 분야…공정부터 검사장비까지 커버
특히 회사는 미래 먹거리로 2차전지 장비 사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2차전지 분야에선 공정장비만 아니라 검사·측정장비까지 개발해 양산 중이다.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 공정을 거쳐 극판을 캔이나 파우치에 넣어 전지 형태로 만드는 조립, 충전과 방전으로 전지를 활성화하고 불량품을 선별하는 과정(화성)을 거쳐 만들어진다.
SFA는 조립 단계에 필요한 양극과 음극, 분리막을 쌓는 적층(Stacking)장비와 '전해액 주입기'도 생산한다. 파우치형 배터리뿐만 아니라 각형과 원통형 등 각 배터리 형태에 맞는 장비 라인업을 모두 갖추고 있다.
또 충·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제거하는 '디개싱' 장비 등도 주력 제품 중 하나다. 특히 폭발적으로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게 '외관검사장비'와 '컴퓨터단층촬영(CT) 비파괴 검사기'다. 이들 검사기는 배터리 폭발 가능성이 있는 불량품을 사전에 걸러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관검사기의 경우 배터리 셀을 일일이 검사해 불량품을 찾아낸다. 검사기에 AI 시스템이 장착돼 스스로 데이터를 쌓고 자체적으로 불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외관검사기가 배터리 표면을 검사한다면 CT 비파괴 검사기는 속을 들여다보는 장비다. 마치 사람 몸을 CT로 찍듯 배터리를 열어보지 않고도 음극과 양극의 배열을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안에 음극과 양극이 정렬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쇼트(전기회로 두 점 사이가 접속되는 일)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배터리 폭발의 원인이 된다. 그동안 이런 CT 검사장비가 세상에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검출력과 생산력을 다 잡아 양산라인에 적용가능한 제품을 세상에 내놓은 건 SFA가 세계 최초다.
과거 장비들은 배터리 셀 하나 검사하는 데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양산라인 도입이 불가능했다. 일부 샘플만 추출해 검사한 뒤 완성차업체에 납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SFA 장비는 배터리 셀 하나 검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4초로 획기적으로 낮췄다. 전기차 배터리나 완성체 기업들의 배터리 폭발 리스크를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주력 고객사인 SK온의 헝가리와 미국 신규 공장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외관검기와 비파괴 검사기 등의 수주가 늘 것으로 점쳐진다.
김 대표는 "2차전지와 반도체 분야는 한국 고객사들이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라 투자가 가장 많다"며 "국내 고객사들과 함께하며 납품 실적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외관검사기의 경우 지난해 수주액이 500억원에 달했고 화재 이슈 때문에 CT 비파괴 검사기 수주도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처 다변화 효과, 기업가치엔 얼마나 반영됐을까
SFA는 2015년에서 2016~2017년 사이 매출 퀀텀점프(별도 기준)를 이뤄냈다. 2017년 첫 조 단위 매출을 내며 정점을 찍고 이후 작년까지 4년간 평균 매출 8500억원 수준을 유지 중이다. 주가도 실적 추세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주가 급등 국면이 있었으나 이후부턴 큰 등락없이 횡보세다. 2017년 말 시가총액 1조4000억원대 안팎에서 형성됐는데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도 1조4884억원으로 크게 늘지 않았다. 이 기간 회사가 사업 다각화, 매출처 다변화 결실을 이뤄냈지만 실제 기업가치엔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SFA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기술력 등을 내실있게 꾸린 것에 비해선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도 디스플레이 장비기업이란 이미지를 못벗어난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SFA의 올해 1분기 수주 비중을 보면 디스플레이는 41% 정도고 오히려 비(非)디스플레이 부문 매출 비중이 59%로 더 높다. 2차전지 비중이 39%, 유통과 반도체가 각각 13%, 6%, 글라스 1%로 사업구조 다각화를 상당히 이룬 상태다.
김 대표는 "더이상 디스플레이 장비사가 아니라 여러 산업군을 커버하는 종합장비사라는 점을 설명드리기 위해 기업설명회(IR) 등을 늘리는 등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주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집, 배당률 상향, 중간배당 등 주주친화정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2017년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등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기업가치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진 못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사업 다각화를 해도 (기존) 메인 매출처의 전방산업이 업황이 안 좋다고 인식되면 주가가 상승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회사의 취약점이었던 높은 디스플레이 편중도를 걷어내고 매출처 다변화를 이뤄냈으니 그만큼 밸류에이션을 재평가받을 여지가 있다는 의미도 된다.
김 대표는 "수주를 확정해도 매출인식까지는 최대 9개월이 걸린다"며 "지난해부터 수주가 크게 늘었는데 올해 2분기와 하반기엔 사업 다각화가 작년보다 훨씬 더 진전됐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FA는 디와이홀딩스가 대주주로 지분 40.98%를, 삼성디스플레이(10.15%), 국민연금공단(6.54%)이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1분기 기준 2440억원 순현금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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