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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전성시대 [thebell desk]

김용관 산업1부장 겸 부국장공개 2022-06-10 08:29:52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9일 07:45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55조원. 10대그룹이 앞으로 5년동안 투자할 금액이다. 삼성이 450조원으로 가장 많고 SK 247조원, 현대차 63조원, LG 106조원 등이다. 다른 기업들도 30조~50조원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5년전에 비해 2~3배 늘어난 규모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고공 비행 속에서 투자 금액도 인플레이션된 게 아닌가하는 헛생각도 잠시 든다. 말이 1000조원이지 월급쟁이 입장에서 상상이 가지 않는 돈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와 코드 맞추기라는 색안경도 있지만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자연스런' 응전이다. 말 그대로 '쩐(錢)의 전쟁'이다. 적기 투자에 실패하면 변화에 적응할 수 없고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사업모델 혁신에 실패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은 반면 교사다.

그런 점에서 1000조원 넘는 막대한 투자 금액을 국내외에서 조달할 CFO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전략부서에서 결정한 사업 계획과 금액이지만 결국 투자를 위한 돈을 조달하고 건전성을 관리하는 것은 CFO 몫이다. 삼성전자처럼 분기에 10조원 넘는 현금 창출력을 자랑하는 기업의 조달 부담은 덜하겠지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급격한 변화는 CFO인 박학규 사장의 고민을 가중시킬 것이다.

이제 막 사업모델 재편에 돌입한 LG나 SK, 롯데, 포스코 등의 상황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 2차 배터리 및 소재, 수소 등 친환경, 바이오같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에서 아직 유의미한 이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현금 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수 있는 CFO의 차돌같은 의지와 창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례로 LG그룹은 LG화학의 한 사업부서였던 배터리 부문만 따로 떼어내 연초 상장시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통해 10조원 넘는 자금을 조달, 글로벌 시장에서 적극적 투자가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 LG화학의 차동석 부사장, LG에너지솔루션의 이창실 전무, ㈜LG의 하범종 사장 등 그룹의 내로라하는 CFO들의 합작품이었다.

SK그룹은 전략적인 IPO 등을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성장을 이어온 대표적인 그룹이다. 2020년 SK바이오팜,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공모금액만 5조원에 육박하는 대박딜을 잇따라 터트렸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2차 배터리 시장 글로벌 1위를 노리는 SK온의 IPO 시점이다. SK온의 CFO인 김영광 부사장과 이성형 SK㈜ 부사장, 김양섭 SK이노베이션 부사장 등 CFO 그룹의 노하우가 기대된다.

수소와 2차배터리 소재 등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노리고 있는 포스코그룹 역시 CFO인 전중선 사장의 역량에 관심이 쏠린다.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CFO인 서강현(현대차), 주우정(기아) 부사장이 60조원 넘는 투자금을 어떻게 만들어낼지도 관심이다.

기업마다 CFO의 위상이나 역할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확실한건 과거의 단순한 금고지기나 오너의 재산 관리인 정도의 역할을 크게 뛰어넘었다. 대기업의 CFO를 주목하는 이유는 투자금 조달의 중요성과 압박감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작업 속에서 이뤄지는 우리 기업의 사업 재편과 대규모 투자는 필수불가결한 결정이다.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다. 거대한 변화에 잘 대응하면 시장을 포식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다. 우리 기업들은 1000조원 넘는 자금을 미래에 투자키로 했다. 기업 의사결정권자인 CEO만큼 재무적 통찰력을 가진 CFO의 중요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CFO 전성시대가 활짝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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