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12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로 골퍼의 몸은 걸어 다니는 광고판으로 불린다. LPGA 1위를 달리고 있는 고진영 선수는 7개 넘는 후원사의 로고를 달고 다닌다. 모자(레저, 골프용품)부터 상의 가슴(전자, 금융), 셔츠깃(화장품, 의류), 어깨(식음료) 등 몸 전체에 국내 기업의 로고가 달려 있다.한국계 호주 골퍼인 리디아 고 역시 다수의 국내 기업(금융, 의류)의 로고를 붙이고 다닌다. 외국 선수도 예외가 아니다. LPGA 1위였던 미국의 넬리 코다가 국내 대기업(제조, 금융, 유통)의 로고를 모자와 상의에 달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하게 성장하고 있다.
정상급 골퍼의 경우 로고 하나에 거액의 돈이 오간다. 골퍼들에게 큰 돈을 투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선수를 통해 매출과 주가, 광고 효과를 수직 상승시킬 수 있으며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을 받는다. 영업 매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광고나 이미지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골프 뿐만 아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손흥민은 구단에서 받는 연봉만큼 광고 모델로 벌고 있다. 금융, 자동차, 시계, 식음료, 통신, 생필품, 게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광고 모델로 나올 정도다. 기업들이 말하는 효과를 감안하면 모델료는 전혀 아깝지 않다. 2020년말 문화체육관광부는 손흥민 한명이 창출한 경제 파급효과가 2조원에 육박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골프시장을 개척한 박세리 선수가 1998년 LPGA 맥도날드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올렸을 당시 기업 후원은 모자에 달렸던 '삼성' 로고 하나에 불과했다.
IMF 외환위기로 기업들의 생존 자체가 시급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20년 남짓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남녀 골퍼들이 미국에서 우승 소식을 알려오는 것과 비례해서 국내 기업들의 성장 스토리도 극적이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4월 200조원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증시 시가총액은 2021년 기준으로 약 2700조원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2000년 25조5000억원에서 4월11일 기준 405조원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톱 10 기업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부도위기까지 내몰렸던 하이닉스는 SK그룹 품에 안기며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세계 2위 회사로 거듭났다. 깡통차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현대차는 글로벌 톱 5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호스트를 맡은 PGA 골프대회까지 개최할 정도로 글로벌 위상이 커졌다.
CJ의 비비고는 한식을 통해, 엔터업계는 공연 예술을 통해 전세계에 한류를 뿌리고 있다.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한화그룹 역시 골프 마케팅을 통해 과거와 다른 한화를 주장하고 있다. 우물한 개구리였던 금융지주사들도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 기업의 세계화다. 20년 넘는 시간동안 우리 기업들의 위상이나 규모는 시간의 흐름 그 이상을 도약했다. '4류'인 정치가 얼마나 기업의 발목을 잡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기업들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도 계속해서 규모를 키워나갈 것이다.
아쉬운 점은 스포츠 홍보 활동이 일부 스타에게만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 개선이나 매출 확대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 접근할 방법은 없을지 궁금하다. ESG 경영도 결국 사회와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는 스포츠를 통해 전하는 감동은 값으로 측정하기 힘든 사회적 가치 창출이다. 단순히 기업이 경영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사회 복지 차원에서 환원하는 방식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기운과 메시지 그리고 감동을 전하는 것도 ESG 시대의 기업 역할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프로야구단을 매각하고 비인기 종목을 후원하는 SK그룹의 사례는 ESG 측면에서 눈여겨봐야할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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