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독립 보장한 삼성…LG 내재화 전략과 '다른길' [테크사 500조 전장 승부수]②인력교류 차단, 제한적 협력…LG는 그룹차원 시너지 고려한 DNA 이식 행보
손현지 기자공개 2022-06-20 13:00:02
[편집자주]
삼성과 LG, 국내 전자업계 투톱이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부품 시장에서 맞붙는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성장으로 자동차가 '바퀴 달린 전자제품'으로 진화하면서 부품 업계도 무려 500조에 달하자 시장 선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애플, 구글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CT도 뛰어드는 형국이다. 삼성과 LG 두 테크사의 사업전략, 키맨, 투자, M&A 방향성 등을 비교하고 차별점과 경쟁력을 파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6일 09: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과 LG 모두 전장(전기차 전기전자 부품)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글로벌 '탑티어'급 기업들을 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하만 인수를 시작으로 사바리, 아포스테라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구광모 LG 회장도 ZKW, 마그나와 등 글로벌 선두기업들을 차례로 사들였다.두 CEO 모두 M&A를 통해 전장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동일했지만, 피인수회사 운영방식은 완전히 상이했다. 이 부회장은 하만의 독립경영권을 보장해줬다. 삼성 인력을 투입은 일절 없었으며 경영진을 자의적으로 선임하지도 않았다.
반대로 구 회장은 조인트벤처(JV)인 LG마그나에 LG전자 인력을 대거 파견해 'LG DNA'를 심는 작업을 이어왔다. 향후 LG디스플레이나,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와의 전장 시너지 창출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하만-삼성 전장부품팀, 인력교류 없었다 '각방모드'
이 부회장은 2015년부터 전장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부품(DS)부문 산하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뒤 이듬해부턴 빅딜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바로 당시 업계 글로벌 4위였던 하만 인수전이었다.
하만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카 오디오 분야 강자로 꼽힌다. 오랜 비즈니스 경험으로 완성차 업체들과의 네트워크도 탄탄했다. 삼성 입장에선 하만 인수 만으로 단숨에 글로벌 전장업계 8위까지 뛰어오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부회장은 하만 M&A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공개경쟁입찰(옥션딜)도 아니고 프라이빗딜로 진행됐던 인수전에서 무려 30%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얹어 러브콜을 보냈다. 인수 계약을 위해 직접 미국 본사를 찾는 열정도 보였다.
하만 경영진이 딜 최우선 요건으로 제시한게 '독립경영권'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선 리스크가 적지 않았다"며 "향후 새로운 비즈니스 투자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대립이 생길 수 있는 부분도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고심 끝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신성장동력 확보에 대한 절실함이기도 했다. 하만의 경영권에 직접 관여하기 보다는 기술적 협업과 하만의 네트워크 활용 부분에서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인수합병 계약을 성사시켰다. 딜 가격은 80억달러(당시 9조4000억원), 국내 M&A 사상 최대규모였다.
삼성과 하만은 그야말로 '각방'을 쓰는 사이가 됐다. 7년간 인력교류는 전혀 없었다. 삼성은 전장사업팀 내 '하만 시너지팀'을 구축했지만 실상은 공동개발 정도의 협업모드만 이어갔다. 통상적으로 피인수 회사 직원들은 인수회사의 기업문화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활발한 인사교류로 동질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달랐다.
하만 경영진 라인업도 기존 체제를 유지했다.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이사회에만 삼성 경영진을 투입시켰을 뿐이다. 과거 미래전략실에서 각 계열사를 관리하며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하려하는 '관리의 삼성' 방식에서 탈피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만측 직원들이 '삼성 식'으로 관리하려는 느낌을 받게 될 경우 직원들의 사기와 성과가 떨어졌을 것"이라며 "잘되고 있는 피인수 회사의 기업환경과 독립성을 유지해주는 건 분명 긍정적인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만과 커넥티드카 사업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작년에는 하만의 중장기 전략을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수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LG의 물리적 화학적 결합, 전 계열사 시너지 위한 '큰 그림'
구광모 LG 회장도 2018년부터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 회사 ZKW를 시작으로 활발한 M&A 행보를 보였다. 합작법인(JV) 설립 전략도 펼쳤다. 스위스 소프트웨어 업체 룩소프트와 합작법인 알루토를 출범한 데 이어 작년에는 글로벌 전장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와 합작해 전기차 파워트레인 제조업체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삼성과는 달리 피인수회사와 적극적인 물리적, 화학적 결합에 나섰다. ZKW를 인수한 뒤에는 기존 VS사업본부에서 진행하던 차량용 램프사업을 모두 ZKW로 이관해 일원화했다. ZKW는 전조등에서, VS사업본부는 후미등에서 강점을 보여왔는데 이를 한곳에 몰아줘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인력교류도 활발했다. 작년에는 VS본부의 1000여명의 인력을 LG 마그나로 이동시켰다. LG전자 차원에서 인재들을 신규채용해 LG마그나에 투입시키기도 했으며 CEO(정원석)와 CFO(정우일)도 LG전자 출신으로 꾸렸다. LG마그나의 모태가 LG전자의 VS본부 그린사업(모터, 인버터, 구동시스템)인 만큼 LG의 기업문화가 배어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적극적인 인수후통합(PMI)절차를 통해 인포테인먼트(VS사업본부), 차량용 조명(ZKW), 동력장치(LG마그나)로 이어지는 전장사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LG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다. LG그룹 차원에서 보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전장사업 역량을 보유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5년부터 계기판과 조수석 디스플레이를,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등 전장부품 20여 종을 생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현대차, GM, 아우디 등에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 특성상 개발단계부터 완성차 제조사와 협업한다. 때문에 한번 공급 계약을 맺으면 유사 차종에 대한 추가 물량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계열사 중 완성차 업체에 전장 부품을 공급하는 계열사가 있을 경우 타 계열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다.
LG전자가 업력이 오래된 부품사들을 인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ZKW만 하더라도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볼보 등 21개 이상의 완성체 업체와 공급하고 있어 시너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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