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동산금융 전략 점검]개발 최전선에 선 IB, 공사비·금리 이중고…묘수 어디에①다수 프로젝트→알짜 사업장 '집중투자' 선회…수익성 양호한 해외투자 가속화 전망
신민규 기자공개 2022-06-16 08:09:23
[편집자주]
국내 증권사 부동산금융 부문의 영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치솟는 공사비에 금리이슈까지 겹쳐 개발사업 여건이 비우호적으로 돌아선 탓이다. 디벨로퍼와 함께 사업 초기부터 공동투자를 주도했던 증권사 입장에선 사업 변별력을 높여야만 살아남는 시점에 들어섰다. 더벨이 증권사 부동산금융 부문의 현황과 생존모색 방안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3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권사는 부동산금융 영역에서 지난해 호시절을 보냈다. 분양가 상승 기조 속에서 금리는 낮게, 공사비는 안정적으로 유지된 덕분이다. PI(고유계정·자기자본) 규모를 늘려 디벨로퍼와 공동으로 나선 투자 전략은 적중했다.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올해 들어 달라졌다. 치솟는 공사비와 금리 상승세가 부담이다. 증권사의 경우 개발 최선단에 있다 보니 이를 가장 먼저 체감했다.
비우호적인 여건 속에서 알짜 사업장을 확보하고 인기를 끌만한 프로덕트를 선별하는 능력이 성패의 관건이 됐다. 리스크 헤지 전략도 그만큼 중요한 시기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증권사들은 과연 어디서 해법을 찾고 있는지 주목된다.
◇공사비 30%·금융비용 40% 인상 변수
증권사 부동산금융 부문은 디벨로퍼와 함께 부동산 개발사업 앞단에 서 있다. 토지계약부터 인허가, 분양, 추가 사업장 초기사업비 조달까지 개발사업 전기간에 걸친 금융자문과 주관을 주도하는 역할로 성장했다. 초기 사업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고 이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디벨로퍼와 유사하다.
일례로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해 PF그룹을 자체적으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한도(시딩 북, Seeding Book)가 지난해 4000억원이었다. 10억~30억원의 자금을 초기단계 투자해 100~200개 사업장에서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한국투자증권뿐만이 아니다. 국내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이 시기 부동산 금융을 위한 PI 한도를 별도로 두고 개발사업에 적극 나섰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들은 올해 새로운 도전의 시기에 놓였다. 원자재값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부담뿐 아니라 금융비용이 크게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공사비부터 살펴보면 대형 시공사의 공동주택 공사비는 지난해만 해도 3.3㎡(1평)당 450만~500만원 안팎이었는데 최근 10대 건설사 중 한 곳이 600만원을 제시했다. 주상복합 건물의 경우 500만원대였던 공사비가 650만~700만원까지 치솟고 있다. 단기간에 공사비가 30% 이상 뛴 셈이다.
개발사업을 위한 금융비용 역시 만만찮게 올랐다. 국내 선두 건설사의 경우 책임준공 확약시 3.5%대로 적용받았던 자금차입 비용 금리가 최근 5% 초반까지 뛰었다. 지난해 200억~300억원 하던 금융비용이 이제는 400억원 이상 올랐다는 얘기다.
비용부담이 늘어난 탓에 마진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공동주택의 수익성은 분양가대비 8%대를 유지했는데 이를 하회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증권사는 초기 토지계약금 단계에서 에쿼티를 제공한 이후 개입하지만 않으면 큰 탈이 없다. 사업이 중단되면 10억~30억원대 손실로 일단락 짓고 다른 사업장에서 이익을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토지계약과 브릿지론을 넘어 사업단계별로 조달을 이어갈 경우 자금회수를 위해 넘어야할 산이 많다.
시장 관계자는 "시공사 사업성이 떨어지면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못가고 사업이 중지되는 경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사업장에 따라 브릿지론 단계에서 물릴 가능성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목표치 보수적 조정, 핵심사업 중심 전개…해외 실물투자 재개
개발사업 비용부담이 단기 급증하면서 증권사의 대처는 각양각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 증권사는 최근 부동산금융본부 부서별로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초 설정한 목표수익을 낮추는 방향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증권사는 토지 잔금대출을 위한 브릿지론 단계에서 에쿼티 투자만 진행해도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손실규모가 커질 수 있다. 땅값 500억원 규모의 사업지에 토지계약금에 잔금대출까지 200억~300억원을 투자했는데 본PF가 막히면 자금회수에 제동이 걸린다.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개발 프로젝트 다수를 공격적으로 선점하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알짜부지에 핵심투자하는 방식도 생겨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투자 규모를 집중시키는 것이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당시 제동이 걸렸던 해외 실물 대체투자를 재개하는 곳도 늘었다. 국내 오피스나 물류센터의 캡레이트(Cap Rate, 부동산 자산 투자 대비 수익률)는 3~4%대까지 내려왔다. 선순위 금리가 4.5~5%인 점을 감안하면 역마진 구조가 불가피해졌다. 해외의 경우 아직까진 캡레이트가 6%대까지 나오고 있어 상품구조를 짜기 수월한 편이다.
시장 관계자는 "자본력이 높은 대형 증권사의 경우 PI 규모가 상당한 편이라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전략을 짜고 있다"며 "힘든 시기일수록 디벨로퍼에 진정한 금융자문과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증권사가 역량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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