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09일 07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열린 중견기업연합회 소모임에서는 상증세 얘기가 화두였다고 한다. 지분승계 작업을 진행중인 입장에서 거래소가 내놓은 최근 정책들이 부담스럽다는게 골자다.얼마나 골치가 아팠는지 중견련 모임도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가업승계에 관심이 아예 없는 원로그룹, 승계를 일찌감치 완료한 젊은 오너그룹, 대책없는 MZ 2세 그룹으로 말이다. 같은 오너라도 하는 걱정이 다르다보니 자연스럽게 노는 부류가 나눠지는 셈이다.
가업승계는 오너 2세 입장에서 일종의 딜레마다. 과세 평가가액을 낮추려면 주가부양을 외면해야 하는 꼴이라 금융당국의 스탠스와 정면에서 위배된다. 대주주 할증이 붙으면 상속세율이 60%까지 치솟는 구조라 마냥 기업가치제고를 외칠 수 없는 노릇이다.
회사의 주가관리에 시큰둥한 오너들은 생각보다 많다. 꼭 승계 이슈가 아니더라도 일반투자자와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이제 갓 상장한 기업이 대표적이다. 예비심사 과정에서 거래소 눈치를 보다가 대주주 의무보호예수 기간을 최장 5년으로 약속한 케이스가 눈에 띈다.
대주주 지분이 묶여있으니 엄밀히 따지면 이 기간에 주가가 올라도 오너와는 무관한 얘기가 된다. 한 대표는 "책임경영을 한다는 취지로 지분을 5년간 묶어둬서 주가가 올라도 좋을 일은 없다"면서 "지인 투자자금이 들어와 있어서 체면때문에 IR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가 중지됐다가 힘들게 재개된 케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거래재개에 성공한 A사는 내부에서 주가가 너무 올라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었다. 대외적으로 회사 정상화와 영업회복에 관심을 둔다고 포장했지만 내부 직원은 대표 지분이 보호예수에 걸려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회사 주가는 참담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서 중견련 모임에 참석한 코스닥 오너는 거창한 정책 제언보다 자조적인 투자조언을 건넸다. 가업승계가 진행중인 기업에 투자할 때는 신중을 기하라고 말이다. 아울러 상장 새내기주도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는 지켜본 뒤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보호예수 기간이 끝날 때 즈음 주가를 들여다보기 시작할 것이라는 논리다.
스웨덴에서 한다는 자본이득세 도입이라든가, 대주주 의무보호예수 기간 완화같은 주장은 국내기업 오너가 사석에서도 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모든 사례가 들어맞진 않겠지만 척박한 시장에서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주가를 관리해도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는데 관리할 마음조차 없다면 기업의 주가는 더 기대할 구석이 없다. 기업 오너와 일반 투자자의 동상이몽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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