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23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인자. 기업 안팎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CEO(최고경영자)가 올바른 경영 진단을 내리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지원자이자 때론 반대 의견을 내면서 균형감각을 잡아주는 포지션을 함축한 표현이다. 자금 관리와 회계 업무에 국한됐던 CFO 권한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CFO를 대면할 기회는 적다. 취재 인터뷰 고사는 예삿일이다. CFO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내는 협회·포럼조차 철옹성이다. 숫자를 다루는 직무 특성상 언행에 조심성이 있어야 한다지만 사진과 약력 노출마저 마다할 때는 드러나지 않는 게 미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CFO 공과를 논하는 일도 드물다. 가진 권한은 막중한데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주주들이 유능한 CFO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재무보고를 관장하는 CFO가 소통에 소극적인 상황에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재무·비재무 정보 제공도 원활하지 않다. 정보 갈증은 투자 의사결정의 질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오너 경영이 일반적인 국내에서 총수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며칠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던진 "기술"이라는 한 마디도 경영 화두가 된다. 전문경영인으로 시야를 넓혀도 C레벨 최고봉인 CEO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동안 CFO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했다. 미국에서도 2001년 엔론 회계 부정 사태가 터진 뒤 CFO 역할이 부각되고 상위권 임원으로 위상도 올라갔다.
걸출한 CFO로 거론할 인물이 여럿 떠오르지 않는 건 당연지사. LG전자 CFO를 지내고 지금은 CEO로 활약 중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이 꼽힌다.
해외에서도 스타 CFO로 꼽히는 인물은 열손가락 안팎이다. 2000~2003년 CFO로 닛산 재건을 이끈 티에리 무론게가 남긴 발자취가 눈에 띈다. 무론게는 닛산 CFO 재직 당시 재경부문이 산출한 데이터를 투자자에게도 여과 없이 전달했다. 투자자에게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분기별로 성과 달성도도 제공했다. IR뿐만 아니라 경영 자원 배분, 성과 평가제도, 금융비용 절감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무론게는 난세에 홀연히 나타난 영웅일까. CFO를 이사회 멤버로 꾸린 닛산의 조직구성과 주주, 애널리스트, 기관 투자자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내놓은 피드백도 더 나은 성과를 실현하는 데 한몫했다. 무대장치와 조연의 활약이 있었기에 무론게가 닛산 V자 회복을 만든 주연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CFO가 과거 실적만 전달하는 수동적 역할에 머무르던 때는 지났다. 경영활동 목표치를 시장과 공유하고 성과와 위험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스마트한 CFO가 각광받는 시대다. 그러려면 CFO가 존재가치를 입증할 무대에 더 올라야 한다. 권한에 비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이기도 하다. 실적설명회, 포럼·컨퍼런스, 언론 인터뷰 등 열려 있는 창구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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