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애플망고' GS와 공동 인수한 이유 압도적 기술력 차이 없어, 결국 네트워크 싸움…GS에너지 주유소망 확보
원충희 기자공개 2022-06-30 14:11:13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8일 10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가 전기자동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를 GS에너지 등과 공동 인수했다. 애플망고의 인수가가 100억원대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력이 부족하지 않을 LG전자가 굳이 공동인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현재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업체 간 압도적 기술력 차이가 없다보니 인프라·네트워크 경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유소는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만큼 LG전자는 한 뿌리에서 나온 GS와의 협업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주유소망 없는 LG, 옛 식구 GS와 손잡아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AppleMango)의 지분 100%를 인수키로 했다. LG전자가 지분 60%, GS에너지와 GS네오텍이 각각 34%와 6%의 지분을 취득하는 구조다. 연내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공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애플망고 인수가는 대략 1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SK가 전기차 충전기업체 SK시그넷(당시 시그넷이브이)의 지분 55.5%를 인수할 때 가격이 293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애플망고는 스타트업 수준의 사이즈를 가진 곳으로 여겨진다.
올해 1분기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 1조5168억원을 가진 LG전자라면 단독인수도 부담 없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GS 계열사들과 공동 인수를 택했다. 여기에는 전기차 충전기 시장의 현실적인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충전소 인프라인데 주유소처럼 곳곳에 있지 않고 주변에서 찾기 어려우면 아무래도 내연기관차보다 고객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 충전기 업체별로 누가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 이미 인프라 투자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의 등에 올라탄 회사가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한 주유소는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기아 같은 완성차업체도 지난해 GS칼텍스와 손잡고 초급속 충전기 설치 투자 및 사용계약을 체결하며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보급에 나섰다. 정유사들 역시 주유소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는데 충전사업은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아이템으로 가치가 높다.
이런 점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는 그룹은 SK다. 전국에 주유소망을 가진 SK에너지가 내년까지 190개 주유소에 충전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에 SK시그넷이 만든 전기차 충전기가 들어간다는 식이다.
◇애플망고, 대기업 밸류체인 타고 확장 가능
LG그룹은 주유소 등 전기차의 고객 접근성을 높일 만한 네트워크가 부족한 면이 있다. 이는 차량 인포테인먼트(VS사업본부), 조명(ZKW), 파워트레인(LG마그나) 등으로 이어지는 미래차 밸류체인에 충전기 사업을 추가할 때 '약한 고리'로 떠올랐다. 충전기를 제조할 수 있다 해도 고객과의 접점이 될 전국적 네트워크가 미비하면 제대로 확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GS에너지는 최적의 파트너다. GS에너지는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한 에너지전문 사업지주회사다. GS칼텍스는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전국 2300여개의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충전사업을 시작해 충전서비스를 전국의 주유소로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LG전자 입장에선 한때 범LG 계열이며 여전히 끈끈한 GS와의 협력을 통해 다수의 충전소 운영 노하우는 물론 충전기 사용 고객과의 접점을 대거 확보할 수 있게 된다. LG가 GS와 손잡고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을 추진해 왔던 것도 이런 점을 고려했다.

전기차 충전기업체 입장에서도 자금력은 물론 그룹 계열사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타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과의 궁합을 선호하는 편이다. 애플망고 역시 LG와 GS의 밸류체인을 타고 SK시그넷을 추격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SK시그넷은 전기차 충전기 분야에서 국내 1위, 세계 2위 사업자로 꼽힌다.
LG전자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사업은 인프라 사업과 충전소 운영사업 두 가지로 구분해서 볼 수 있는데 당사는 인프라를 생산·공급·관리하는 역할"이라며 "충전기 설치 및 운영은 GS칼텍스 등 운영사업자에서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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